환경 정책의 결과로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온실가스 발생의 주범인 에너지 기업들이 쇠퇴하기 시작하자, 일부 노동 운동가들은 기업과 한편이 돼 산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전환을 적극 환영하는 환경 운동가들과 일자리를 지키려는 관련 노동 운동가들의 대립은 당연한 일 같았다.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의 희생은 대의를 위한 필요악처럼 여겨졌다.

 이때 미국 노동 운동가 토니 마조치가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해고나 임금 삭감 등의 방식으로 노동자가 짊어지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산업의 결과로 발생하는 이익 대부분은 자연스레 소수 기득권층에게 돌아가지만, 전환 비용은 왜 노동자의 몫일까. 정부와 기업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삶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정의로운 방식으로 전환을 이룰 수 있다. 환경·노동 대립 구도에서 벗어난 ‘약탈적 전환’ 방식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는 노동계와 환경계의 연대를 이끌어냈다. 

 ‘정의로운 전환’은 에너지 산업 등 환경보호 정책에 관련된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경제 전반에 적용되는 개념이다. 최근 산업 전환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기술 발전으로 많은 분야가 자동화되자 전문 지식이나 기술 등을 요하지 않는 단순 서비스 및 생산직 노동자가 일터를 잃었다. 노동 시장의 최약체였던 이들은 대부분 외주화, 비정규직 등으로 불안정한 고용 관계에 놓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눈부신 현대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었지만 제일 먼저 일방적 구조조정을 당했다.

 빠르게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고용 형태인 ‘플랫폼 노동’ 또한 논란의 중심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사실상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노동자성이 완전히 인정되지 않아 최저 임금, 근무시간 제한, 고용 안정 등의 노동법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 카카오모빌리티 등 플랫폼 기업은 개인과 개인을 연결해 중개 수수료를 취하지만 고용 관계에 대한 실질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 책임은 아래에서부터, 이윤은 위에서부터 분배되는 불공정이 반복된다. 

 ‘정의로운 전환’은 노동권과 기후 정의가 충돌 가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노동계와 환경계의 대립 그 뒤에는 오랫동안 환경 파괴로 이익을 취했던 거대 자본이 있었다. 현재도 소외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의 발전은 여전히 미비하다. 진실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지만, 갈등을 조명하는 일은 너무나도 쉽다. 바람직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진실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를 정확히 지적하고 공론장으로 이끌어내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부디 전환이 불평등의 불씨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임은재 사진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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