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 내 성평등 기구가 사라지는 흐름 속에서 이에 휩쓸리지 않고 굳게 맞선 대학들도 있다. 이들은 학내 성평등을 위해 어떤 사업들을 운영하고 있을까. 성평등의 가치를 위해 힘쓰고 있는 이들의 행보를 살펴봤다. 

  현재 서울 소재 대학 중 실질적으로 총여학생회(총여)가 운영되고 있는 곳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도 포항공대 총여는 학내 성평등을 위해 제 소임을 다하고 있다. 총여가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에 관해 이현아 포항공대 총여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화학공학과)은 “포항공대는 학생 성비가 불균등하기에 차별과 소외를 겪는 학생이 존재한다”며 “총여의 역할을 다른 기구가 대체하기 어렵다는 존재 의의가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포항공대 총여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이현아 비대위원장은 “▲여성 인권 문화콘텐츠 홍보 ▲월경박람회 ▲익명 성 고민 상담소 등의 사업을 운영 중”이라며 “여성학과 페미니즘에 학문적으로 접근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님을 포함한 학내 구성원이 자신이 겪은 차별과 그에 따른 투쟁 과정을 발표하는 공론장도 마련했다”며 “현재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학내 구성원들이 가시화되지 않은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성평등 인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총여를 대신해 각 대학에서 성평등 담론을 이어나가려 노력하는 단체도 있다. 오하영 한예종 ‘인간다울 권리를 위한 학생자치기구’ 위원장(한국예술학과)은 “한국여성상담센터 및 성북구와 연대해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젠더 클래스를 진행하는 등 교내 인권·권리 문화 행사를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청 고려대 여학생위원회 운영위원(디자인조형학부)도 “성평등 보장을 위한 영화제·인권 부스·GV(영화관계자와의 대담) 등을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고려대 인권·성평등센터와 논의해 여러 세미나를 기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화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관계자는 “매년 총학생회·단대 학생회·동아리연합회 선거운동본부에 인권 질의서를 송부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학생들에게 공개해 학생 대표자의 성평등에 대한 책임 의식을 제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폭력과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심청 운영위원은 “고려대 여학생위원회 내 성폭력대응팀을 신설해 성폭력·성추행 신고 접수를 처리한다”고 전했다. 오하영 위원장은 “교내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신고 접수·상담·대응을 담당하고 있다”며 “학생 인권 보장과 증진을 위한 공동행동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중앙대는 성평등을 위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까. 신경아 교수(한림대 사회학과)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학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성평등의 가치를 확인하고, 학생자치기구와 대학본부가 협력해 성평등 인식 개선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성평등  기구는 학생들에게 성평등의 필요성을 홍보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불평등한 현실을 직시하도록 해 대학사회 내 성평등을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숭실대 페미니즘 소모임 ‘백마 탄 암탉님’에서 활동하고 있는 방은혜 학생(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은 “대학 밖에서도 성평등 기구를 지지하는 기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다”며 “연대를 형성하기 위해 성평등 기구가 대학 안에 고립되지 않고 시민사회와 연결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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