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누리 교수는 향후 동북아 평화캠프를 통해 한중일간 문화교류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누리 교수는 향후 동북아 평화캠프를 통해 한중일간 문화교류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광복 이래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우리나라는 정치·사회·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미국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경제체제에서부터 식문화, 대중문화 심지어는 미국이 겪는 사회적 문제까지도 닮아가고 있다. 중앙대에는 미국 모델에서 벗어나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대안을 연구하는 곳이 있다. 김누리 교수(독일어문학전공)를 만나 독일유럽연구센터를 톺아봤다.

  -독일유럽연구센터가 궁금하다.
  “독일유럽연구센터는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됐습니다. 독일이 통일되는 과정에서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받은 가시적·비가시적인 도움에 보답한다는 의미로 독일 정부는 세계 각국의 독일유럽연구센터를 지원해 오고 있죠. 미국 하버드대를 시작으로 현재 전 세계 12개국에서 21개 독일유럽연구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도쿄대, 베이징대에 이어 세 번째로로 중앙대가 선정됐어요. 상당히 자랑스러운 일이죠. 현재까지도 독일유럽연구센터는 아시아에 이렇게 세 곳밖에 없습니다. 대학 선정은 공모를 통해 이뤄졌는데요. 국내 7개 대학이 참여한 가운데 중앙대가 압도적으로 1등을 했습니다. 당시 2013년이었으니 올해 딱 10주년이네요.”

  -독일/유럽 모델을 연구한다고.
  “한국 사회는 미국 모델을 표준으로 삼아서 발전해 왔습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 있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제도는 미국식 제도와 닮아있죠. 심지어는 우리의 영혼마저도요. 한국인들의 꿈과 욕망조차 미국과 똑같습니다. 돈 많이 버는 것이요. 저는 이를 총체적 미국화·영혼의 미국화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미국 모델을 자연스레 국제적 표준 모델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모델은 국제적인 표준이 아니에요. 오히려 아주 예외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죠. 그래서 독일유럽연구센터는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정치적·문화적 병리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유럽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미국 모델을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한국과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한 나라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이 보수 양당제를 택하고 있죠. 보수 양당제는 그 자체로 근대의 정치적 이념과 부합하지 않아요. 자유와 평등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죠.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 또한 필연적으로 커다란 불평등을 초래하는 시스템입니다. 반면 유럽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시장경제가 만들어 낸 불평등을 조정하는 사회적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제도적 차이에서 유럽과의 차이가 비롯됩니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교류를 위해 일본과 중국을 여러 번 넘나들면서 ‘3차 세계대전이 터지면 여기서 터지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한중일 청년들이 서로에게 지닌 혐오와 편견이 너무나 심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제가 2016년 무렵 중앙대 학생 12명을 인솔 하고 독일에서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요. 거기서 베이징대 학생 12명을 만나 24명이 한 반을 이뤄 공부했죠. 그 기간 동안 저는 한국 학생들과 중국 학생들이 친해지는 과정을 봤어요. 처음에는 다들 서로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가 2, 3일이 지나니 굉장히 친해졌죠. 종국에 헤어질 때는 눈물을 흘리면서 인사하는 것을 보고 교류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제가 소장으로 있는 동안은 한중일 젊은이들 간 교류를 통해 아시아의 연대가 이뤄지도록 도와야겠다고 다짐했죠.”

  -앞으로의 계획이 듣고 싶다.
  “앞으로도 독일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한국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 사회가 너무나 미국 모델에 경도돼 있기 때문에 균형을 잡기 위한 방안을 연구해야 하는 거죠. 미국 모델은 한국 사회를 일정 부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고 노동자들이 고통 받는 사회로 만든 측면도 있거든요. 이를 바로잡기 위해 독일/유럽 모델에 관한 공부를 계속할 계획입니다. 연구소는 독일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는데요. 독일 전문가는 노동·복지·생태·통일 분야에서 우리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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