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는 여럿이 다 뒤섞여 또렷하게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합니다. 동아리라는 울타리 아래 모인 각양각색 청춘이 이리저리 뒤섞인 모양을 두고 아리아리하다 할 수 있겠네요. ‘아리아리’ 흘 러가는 동아리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그 속에 ‘동동’ 떠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포착했습니다. 이번 주는 ‘꽃 화(花)’에 ‘사람 인(人)’을 써 꽃처럼 아름다운 이들이 한데 모여 토론한다는 뜻을 가진 법 학 동아리 ‘화인법학회’의 문을 두드렸는데요. 동아리에서는 법 이야기가 만개하고 있었죠. 향긋한 토론의 향연으로 함께 빠져볼까요? 정해균 기자 sun_virus02@cauon.net 사진 정다연 기자

"어떤 제도든 그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사안이 복잡할 때는 어떤 쪽이 정답인지 판단하기도 어렵죠. 중요한 건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문제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더 단단하게 하거나 바꿀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슈가 토론의 주제로 선정됐다는 건 찬성과 반대의 합단한 근거가 있고 근거들이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없는 지점에 대척하고 있다는 것이죠. 주어진 근거와 자료를 잘 조합해서 만듡 논리로 상대측의 입을 막았을 대 재미를 느낍니다."

 

18일 310관(100주년기념관) 802호에서 화인법학회의 학회원들이 열정적으로 토론하고 있다. 찬성팀과 반대팀의 치열한 공방전은 한 시간 가량 이어졌다. 긴 시간 이어진 토론에도 학회원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다.
18일 310관(100주년기념관) 802호에서 화인법학회의 학회원들이 열정적으로 토론하고 있다. 찬성팀과 반대팀의 치열한 공방전은 한 시간 가량 이어졌다. 긴 시간 이어진 토론에도 학회원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다.

 

기자는 법을 떠올리면 딱딱하고 어렵기만 했습니다.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회의 규범을 어기지 않고, 타인과 분쟁하지 않는다면 법을 들여다볼 기회가 잘 없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화인법학회를 만나며 법이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법 개정을 위해선 그것이 사회에 불러올 다양한 변화를 고민하고 개정할 법의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매주 법과 관련한 이야기를 주제로 토론하고 발제하는 화인법학회를 만나봤습니다. 꽃처럼 피어나는 논리와 주장들이 다가올 여름처럼 뜨겁게 이어져 강의실을 달궜습니다.

  17일 오후 5시, 화인법학회 동아리방에서 토론을 준비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번 토론 주제 는 ‘변리사법 개정안 입법에 관한 찬반’ 토론이었는데요. 변리사법 개정안 입법 반대팀이 모여 다음날 있을 토론에서 할 주장을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회의에선 어려운 법률 용어가 빠르게 오갔죠. 기자는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었기에 회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찬성팀에서 어떤 주장을 펼칠지, 주장에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었죠. 기자는 이번 주제의 쟁점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요. 표경연 기획부원(공공인재학부 3)이 해당 개정안의 쟁점에 관해 설명해 줬습니다. “특허 분쟁이 생겼을 때 중소기업에서는 소송 비용과 소송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당하기 힘들어요. 변리사법 개정안에는 특허 관련 모든 민사재판에서 변리사에게 변호사와 함께 공동소송 대리권을 허용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이것이 바로 이번 주제의 쟁점이죠.”

  이어 회의 내용도 간략히 설명했습니다. “저는 반대팀을 돕고 있는데요. 찬성팀의 발제문을 살펴보고 그에 반박할 내용을 고민했습니다. 또 그 반박에 대한 재반박을 예상하며 브레인스토밍하는 시간을 가졌죠. 반대팀은 이번 변리사법 개정안이 사법 체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과 변리사뿐 아니라 다른 전문직에서도 공동소송 대리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할 여지를 주기에 체계의 정합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겠다고 뜻을 모았습니다.”

  기자는 문득 이들이 처음부터 반대하는 견해를 갖고 반대팀을 선택한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열정적으로 회의를 주도하던 김보빈 학회원(경영학부 2)은 어쩔 수 없이 반대팀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처음엔 찬성팀에 가고 싶었지만 찬성팀을 선택한 분들이 너무 많아서 반대팀에 오게 됐죠. 팀이 정해지고 나서 공부하다 보니 오히려 반대팀이 더 유리한 것 같아요. 체계의 정합성을 주장하며 찬성팀을 공격하면 저희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토론이 흘러갈 것 같습니다.” 처음 생각한 의견과는 반대되는 팀을 맡게 됐지만 꼼꼼하게 근거를 마련하고 논리를 다진 김보빈 학회원의 눈빛에서 자신감이 묻어났습니다.

  다음날인 18일, 토론이 열릴 310관(100주년기념관) 802호에는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찬성팀과 반대팀은 서로의 무기가 될 논리들을 훑으며 토론을 준비하고 있었죠. 이번 토론을 방청하러 온 학회원들도 많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수하지 않고 각 측의 주장을 잘 전달해야 하는 토론 참여자들은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기자의 가슴도 따라서 쿵쾅대기 시작했죠. 오후 6시 30분이 되자 드디어 토론이 시작됐습니다.

  토론은 입론(4분), 교차 질의(4분), 반론(3분), 숙의 시간 및 자유토론(25분), 최종발언(2분)의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처음에는 약 한 시간 동안 토론하는 게 벅차진 않을까 걱정도 됐는데요. 생각보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다 지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릴 때면 ‘벌써 시간이 다 됐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장하고 싶은 바와 그를 위해 준비한 근거가 많았던 탓이겠죠.

  찬성팀은 특허 기술에 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변리사이며 소송 기간의 단축으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을 찬성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반대팀은 민사소송에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므로 변리사의 소송대리가 어려우며 개정안 도입에 앞서 변리사의 전문성 부족 문제와 변리사 선발의 불공정성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반대 근거로 들었죠. 토론 내내 치열한 공방전이 오갔습니다.

18일 310관(100주년기념관) 802호에서 화인법학회의 학회원들이 열정적으로 토론하고 있다. 찬성팀과 반대팀의 치열한 공방전은 한 시간 가량 이어졌다. 긴 시간 이어진 토론에도 학회원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다.
18일 310관(100주년기념관) 802호에서 화인법학회의 학회원들이 열정적으로 토론하고 있다. 찬성팀과 반대팀의 치열한 공방전은 한 시간 가량 이어졌다. 긴 시간 이어진 토론에도 학회원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다.

 

  기자는 토론이 끝난 토론자들에게 소감을 물었는데요. 반대팀의 박세진 학회원(정치국제학과 3)은 상대 팀의 주장에 반박하며 즐거움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상대 팀의 해외 사례가 국내 상황과 다르고 적용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거다’하는 희열을 느꼈어요. 변리사의 전문성 문제를 지적하고 해당 개정안이 국민이 아닌 변리사에게 특혜를 준다는 지적 역시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이라 즐거웠습니다.”

  찬성팀의 송선우 학회원(경제학부 3)은 토론을 방청할 때와 토론에 직접 참여했을 때의 차이점을 밝혔죠. “앉아서 방청할 때는 혼자 토론하는 게 아니기에 별로 떨리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토론자로 참여해 보니 엄청나게 떨렸습니다. 손이 벌벌 떨릴 정도였죠. 이전에 토론했던 학회원들이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긴장감을 이겨내고 토론을 마친 토론자들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 보였습니다.

  기자는 화인법학회의 토론 활동이 펜싱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가 준비한 논리를 무기 삼아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서로를 공격하죠. 그에 따른 방어가 준비됐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토론을 지켜보며 서로가 마련한 무기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이재현 기획부장(철학과 3)도 토론의 매력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상대방이 반박하지 못할 정도로 입을 다물게 만드는 게 토론의 매력입니다. 토론은 토의와 달리 기술적인 영역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이슈가 토론의 주제로 선정됐다는 건 찬성과 반대의 합당한 근거가 있고 근거들이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없는 지점에 대척하고 있다는 것이죠. 주어진 근거와 자료를 잘 조합해서 만든 논리로 상대측의 입을 막았을 때 재미를 느낍니다.” 기자도 언젠가 토론하며 느낄 수 있다는 그 희열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토론에는 화인법학회 담당 교수인 김중권 교수(법학전문대학원)도 참관했습니다. 김중권 교수는 화인법학회가 처음 정동아리가 됐을 때부터 동아리를 담당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 체제가 되면서 일반 학부생들이 법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학생들이 더 친근하게 법에 다가가고 자유롭게 법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학회를 만들겠다 해서 기꺼이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어 변리사법 개정안 찬반 토론을 참관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어떤 제도든 그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사안이 복잡할 때는 어떤 쪽이 정답인지 판단하기도 어렵죠. 중요한 건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문제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더 확고하게 하거나 바꾸는 것입니다. 화인 법학회에서 매번 실현되는 일이에요. 합리적인 생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애를 쓰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학회원들의 토론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김중권 교수(법학전문대학원)의 모습니다.
학회원들의 토론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김중권 교수(법학전문대학원)의 모습이다.

 

  기자도 처음엔 토론을 이해하기 어려워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토론이 진행되며 학회원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다 보니 양측의 입장이 이해되기 시작했죠. 찬성과 반대를 떠나 어떤 부분에서 국민에게 이익이 될지를 잘 설명하고 그에 맞는 논리를 다듬어 온 토론자들의 준비도 정말 철저했다는 생각도 들었죠.

  토론의 주제에 대한 기자 나름의 견해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김중권 교수의 말처럼 ‘합리적인 생각을 찾아가는 과정’을 매주 경험하는 화인법학회. 언젠가는 그들의 생각이 꽃처럼 피어 세상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의 불합리를 토론하기 위해, 그 토론으로 다른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논리를 갈고 닦을 그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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