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인문학 공부를 시작한 지 2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인문학’이라고 하면 치를 떨던 내가 전공을 중국어문학으로 결정한 것은 오로지 상경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울살이의 기쁨도 잠시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교내 단체생활,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만연한 특정 단대 무시 등은 소속감을 느끼기도 전, 상실감부터 경험하기에 충분했다. 

   5월 15일 게재된 중대신문 제2039호의 ‘기초학문 바라보는 중앙대 구성원의 생각은’ 기사는 인문대 소속인 나에게 유독 인상적이었다. 기초학문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성적에 맞춰 전공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과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약 2년 동안 꽤 많은 수의 동기가 과를 떠나갔고, 진로가 명확하지 않았던 나는 막연하게 그들을 부러워하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초학문 전공생이 자신의 전공을 싫어한다고 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나의 대답은 ‘아니요’이다. 

  입학하고 난 후 세운 목표는 딱 한 가지, 경영학 복수전공이었다. 중국어의 기본 인사 ‘.好(안녕하세요)’마저 적지 못하는 새내기가 몇백 개의 한자를 치열하게 외운 것도, 질문 가산점을 아득바득 챙겼던 것도 복수전공의 꿈이 없었다면 하지 않았을 일이다. 그리고 2학년 1학기에 그 목표를 달성했다. 실용 학문인 경영학은 학제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분야가 정말 다양하다. 따라서 경영학도라면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수적이다.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혼란에 빠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인문학이 나의 바탕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중국어문학전공의 전공기초 강의는 기초적인 중국어 학습을 위주로,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가르친다. 전공기초 수업을 들을 때면 나의 전공지식은 쓸모없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전공지식을 평가하는 기준이 취업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 있는가에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학년이 되어 전공필수인 한문과 중국 고전 읽기를 배우면서 옛것으로부터 슬기롭게 생각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인간 미덕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나의 주관을 뚜렷하게 정립해 나가기 시작했다. 진정한 인문학의 의미를 알게 된 시간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질문이자 불혹이 넘어서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눈 깜빡하는 사이에 유행하는 밈(Meme), 음식, 패션 스타일이 바뀌는 세상이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나를 잃지 않고 단단하게 설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이 더 나은 나, 나아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존재로서의 인문학을 중요하게 여겨주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류하정 학생
중국어문학전공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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