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보도라는 저널리즘의 본질과, ‘할 말은 한다’는 정론직필의 정신을 지켜나가겠습니다.’ 조선일보사의 소개말이다. 

  조선일보는 사실 보도라는 저널리즘의 본질을 지켰을까. 지난 17일 조선일보는 기사를 통해 양희동 건설노조원이 분신할 때 건설노조 간부가 방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기사는 독자 제보로 확보했다는 CCTV 화면과 익명의 목격자 진술에 근거해 작성됐다. 이 기사에는 분신 사건을 조사한 경찰의 인터뷰가 담겨있지 않으며 조선일보가 경찰에 취재를 요청하지도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타 언론사에 따르면 강릉경찰서 관계자는 “(양씨가) 주위에 시너를 뿌려둔 채 라이터를 들고 경고해 건설노조 간부가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일부 기자가 자살 방조가 아니라고 진술했음에도 조선일보는 허술한 근거를 내세워 이에 반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힘없는 사실들을 짜깁기해 보도한 조선일보의 의도는 무엇일까.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의 편집자주에서 자살 보도 권고 기준에 입각해 해당 사건 보도를 최소화해왔지만 미심쩍은 부분을 보도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음을 밝힌다. 이 기사는 자살 보도 권고 기준을 외면하면서까지 ‘조선일보가 해야만 했던 말’인 것이다. 미디어는 ‘어떤’ 사회 이슈가 공중에게 제시되는지 뿐 아니라, 특정 이슈가 ‘어떻게’ 인식되는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선일보는 한 노동자가 분신하기까지의 배경은 저 멀리 제쳐두고 새롭게 프레임을 짰다. 그리고 프레임 속에 그들이 취사선택한 사실을 채워 넣었다. 이것이 조선일보가 지켜나가겠다던 정론직필의 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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