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나고 자란 기자는 고향에 대한 사랑이 남다릅니다. 서울에 둥지를 튼 지 햇수로 3년이 됐지만, 아직도 동대구역으로 향하는 KTX에 몸을 실을 때면 가슴이 두근거리죠. 가족 모두 대구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할머니네, 고모네, 삼촌네는 지하철 한 정거장 사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습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이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기자를 한없이 든든하게 만들어 줍니다.

  가족들이 대구에 있다는 점도 좋지만 대구를 연고로 한 삼성 라이온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자 군단의 찬란한 순간을 지켜보며 자랐기에 대구를 더욱 푸르게 회상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구에 대한 사랑을 전부 표현하려면 이 지면을 가득 채울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기자가 하고픈 얘기는 그저 대구를 사랑한다는 게 아닙니다.

  기자가 그토록 사랑하는 대구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는데요.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대구MBC의 취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구시는 대구경북신공항에 대해 왜곡되고 편파적인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대구MBC의 전화·방문 취재 등 일체의 취재 거부 지시를 내렸습니다. 홍준표 시장은 개인 SNS를 통해 “찌라시 언론, 왜곡되고 편향된 언론은 성향 여부에 불문하고 상대 안 합니다”라며 못을 박기도 했죠.

  대구MBC는 지난 4월 30일 <시사톡톡> 뉴스 비하인드 코너에서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에 대한 내용을 다뤘습니다.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신공항 특별법에 구체적인 활주로 길이가 담겨있지 않은 점 등을 비판했죠. 홍준표 시장의 말마따나 ‘500만 시·도민들의 염원’이 담긴 신공항 사업이라면 더 적극적으로 보도를 재반박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보도가 왜곡됐고 편향적이었다면 현행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라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도 있죠. 홍준표 시장은 약 78.75%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대구시장에 당선됐습니다. 시장이라는 자가 개인적인 일에 대한 취재도 아닌 대구시에 대한 모든 취재를 거부하라는 지시를 내리다니요. 이는 본인을 시장으로 있게 한 대구시민을 우롱하는 것입니다.

  ‘뉴스민’은 대구시 공무원 골프대회의 예산 집행과 관련한 정보 공개거부에 대해 비판했고 ‘스픽스대구’는 대구시가 별정직 공무원을 채용공고 없이 무더기로 임용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대구시에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들이 대구시를 취재할 수 없게 된다면 대구시민들은 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를 인식할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기자는 언젠가 사랑하는 고향으로 돌아가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홍준표 시장은 취임 후 시정슬로건을 ‘컬러풀 대구’에서 ‘파워풀 대구’로 바꿨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언론에 대해 ‘강하게’ 재갈을 물리고자 하는 뜻도 담겼던 걸까요. 기자가 언젠가 돌아가고픈 고향은 더 다채로운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도시입니다.

정해균 여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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