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신문 ‘강단사색’ 코너의 원고 요청을 받고 컴퓨터 앞에 앉으니 주마등처럼 교수로 발령받았던 먼 과거로 내 기억이 되돌아간다. 교수로 생활하면서 이런저런 기쁜 기억과 슬픈 기억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통해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몇 자 적는다.  

  교수가 되고 나서 처음 1학년 지도교수를 맡게 되었다. 어느 날 지도학생 한 명이 갑작스레 진입하는 지하철에 부딪혀 생을 마감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지금도 미스테리하지만 사고라고 생각하고 너무나 큰 충격으로 울면서 뛰어간 장례식장에서 들은 이야기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였다. 정말 말도 못 하게 큰 충격으로 한동안 힘들었고 지금도 가끔 그때 그 학생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명랑하고 말도 잘하고 상당히 밝은 학생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최근 흥미로운 동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다. 명상을 지도해 주는 선생님이 보여준 짧은 영상이었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자신을 비교해 보는 실험을 한 동영상이었다.  

  화가가 커튼을 가운데 두고 자신의 얼굴 생김에 대해 설명하는 사람의 말을 들으며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간 뒤 그 사람을 아는 다른 사람이 방금 나간 사람에 대해 묘사하고 화가는 그 설명을 들으면서 또 그림을 그린다. 여러 명을 그렇게 그린 뒤 본인이 묘사한 그림과 다른 사람이 묘사한 그림을 비교하여 보았다. 

  놀랍게도 화가가 말만 듣고 그린 두 개의 그림의 얼굴은 누가 봐도 같은 사람이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닮아있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림의 미묘한 차이였다. 본인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듣고 그린 그림은 모두 우울하고 어두운 표정의 그림이었고 다른 사람이 같은 사람에 대해 묘사하는 설명을 듣고 그린 그림은 표정이 훨씬 밝고 예뻤다. 

  이 영상을 보고 나는 다소 놀랐다. 내가 예상하고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반대였던 것이다. 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보다 자신에 대해 자부심과 우월감을 더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자신 없고, 어둡고,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옛 기억과 그 동영상이 오버랩되면서 그 학생의 가슴에 다른 사람이 겉으로는 볼 수 없었던 아픔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또다시 마음이 아프다.    
 
  캠퍼스에 오랜만에 활기가 넘친다. 곧 축제가 다가와서인지 오후 9시가 넘어가는 시간인데도 학생들의 함성도 들리고 즐겁게 웃는 소리도 들린다. 이런 활기 속에도 혹시 가슴속에 어려움과 힘겨운 고민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면 등을 두드려 주면서 크게 말해주고 싶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니 용기를 가지고 미래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멈추지 말라고
 

전선혜 교수
체육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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