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국토교통부는 6개의 신공항 건설계획을 확정했습니다. 기존 공항 14개 중 10개가 적자고 비행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타 교통수단에 비해 높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경제적·환경적 문제를 야기하는 신공항 설립 반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2022년 9월 시민들과 환경단체들이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공항이 설립될 장소에 위치한 수라갯벌이 철새 도래지로 활발히 기능하고 멸종위기종도 서식하는 등, 여전히 생명의 땅임을 주장했죠. 3월 열린 첫 공판에서 국토교통부 측 변호인은 수라갯벌이 약 90% 이상 수면에 노출되어 있어 갯벌로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수라는 정말 갯벌의 기능이 멈춰 공항이 설립돼도 괜찮은 토지일까요? 사진부가 뷰파인더로 바라본 수라 일대를 함께 살펴보며 생각해 봅시다. 봉정현 기자 goopa@cauon.net

글 임은재 기자 zzzzz@cauon.net
사진 임은재•봉정현•최예나 기자 yesme@cauon.net

새만금 생태의 마지막 보루 
매립지 아래 해수를 기다리는 생명들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1호)와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제326호)가 수라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저어새는 전 세계를 통틀어 4500여 마리만 남아있는 멸종위기 1급으로 이곳을 서식지로 삼는다. 검은머리물떼새는 멸종위기 2급이다. 글•사진 임은재 기자 zzzzz@cauon.net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1호)와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제326호)가 수라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저어새는 전 세계를 통틀어 4500여 마리만 남아있는 멸종위기 1급으로 이곳을 서식지로 삼는다. 검은머리물떼새는 멸종위기 2급이다. 글•사진 임은재 기자
푸르른 수라의 염습지.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의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손실된 염습지의 면적은 여의도의 약 500배에 달했다. 글•사진 최예나 기자
푸르른 수라의 염습지.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의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손실된 염습지의 면적은 여의도의 약 500배에 달했다. 글•사진 최예나 기자

1일, 무작정 수라에 발을 들인 기자는 키보다 큰 갈대 군락에 둘러싸였다. 곳곳에서 무리 지어 나는 새와 생소한 식물을 볼 수 있었다. 마른 바닥과 진흙 바닥이 번갈아 나타났고 바닥에는 동물 발자국이 즐비했다.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새만금의 땅, ‘수라’는 야생동식물의 터전이다. 남수라마을 인근의 갯벌과 습지에는 수라라는 이름이 붙었다. 유래에 대해 묻자 오승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활동가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조사단이 인근 마을에서 딴 이름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 새만금 물막이공사가 시작된 이후 상당수의 갯벌이 매립되기 시작했다. 오승준 활동가는 “수라가 예전에는 굉장히 넓었다”며 “지금은 이전에 비해 많이 축소돼 남북으로 4~5km, 동서로 3km가 남아있다”고 전했다. 

동물의 발자국이나 깃털과 같은 생명의 흔적을 수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글•사진 최예나 기자
동물의 발자국이나 깃털과 같은 생명의 흔적을 수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글•사진 최예나 기자


  대체할 수 없는 동식물들의 안식처 
  7일 조사단과 함께 새만금을 재방문한 기자는 수라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밟고 섰다.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제방 너머에는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1호)들이 바람에 깃털을 휘날리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수라에서 만날 수 있는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2호)는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종이다. 

  멸종위기종 큰뒷부리도요를 비롯한 청다리도요, 붉은어깨도요 등 도요물떼새들도 수라를 찾는다.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겨울을 보낸 도요물떼새들은 일주일간 쉬지 않고 날아 한국 땅을 밟는다. 이들은 긴 여행 동안 에너지와 지방을 소진한다. 한국에 도착할 때쯤이면 이미 지친 상태이기 때문에 갯벌에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 그래야 바다에 추락하지 않고 다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도요물떼새들은 이듬해 동일한 장소로 돌아와 먹이를 찾는다. 따라서 갯벌이 사라지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갯벌 개발 전 도요물떼새들의 개체 수는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수라는 멸종 위기 생물들의 서식지다. 금개구리, 맹꽁이, 삵, 흰발농게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맹금류인 물수리, 큰말똥가리, 흰죽지수리, 항라머리검독수리들도 이곳을 찾는다.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천연기념물인 수달(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2호),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1호),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제243-4호), 잿빛개구리매(천연기념물 제323호), 알락개구리매(천연기념물 제323-5호)도 찾아볼 수 있다. 40여 종의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종 등 법적으로 보호받는 동식물들이 수라 안에서 살아간다.  

  오승준 활동가는 “우리나라 해안에 습지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생물 다양성의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수라의 보존 가치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갯벌과 염습지, 초지로 이어지는 환경 안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활발히 서식하고 있다”며 바다와 육지의 경계인 연안이 생태적으로 우수한 공간이라는 점 또한 강조했다. 
 

새만금 옆 서천갯벌에선 큰뒷부리도요 무리를 만날 수 있다. 큰뒷부리도요는 개체 수와 서식지 급감으로 인해 2022년 12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됐다. 글 봉정현 기자 사진 임은재 기자
새만금 옆 서천갯벌에선 큰뒷부리도요 무리를 만날 수 있다. 큰뒷부리도요는 개체 수와 서식지 급감으로 인해 2022년 12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됐다. 글 봉정현 기자 사진 임은재 기자

 

왼쪽부터 민물가마우지, 쇠백로, 저어새의 모습이다. 수라의 하늘과 바다, 땅 곳곳에선 다양한 새를 탐조할 수 있다. 새들의 날갯짓이 계속되기 위해선 수라 하늘에 비행기 방해 없이 자유롭게 날 공간이 필요하다. 글 봉정현 기자 사진 봉정현•임은재 기자
왼쪽부터 민물가마우지, 쇠백로, 저어새의 모습이다. 수라의 하늘과 바다, 땅 곳곳에선 다양한 새를 탐조할 수 있다. 새들의 날갯짓이 계속되기 위해선 수라 하늘에 비행기 방해 없이 자유롭게 날 공간이 필요하다. 글 봉정현 기자 사진 봉정현•임은재 기자


  비행기와 새는 공존할 수 없다 
  정부는 현재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을 추진 중이다. 계획에 따르면 수라도 공항 부지에 포함되며, 공항은 2028년 완공돼 2029년부터 운용된다. 갯벌이 있던 자리에 공항이 들어서면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생물들은 서식지를 잃는다. 수라와 새만금 일대, 그리고 갯벌 생태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를 제작한 황윤 감독은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지정해둔 법정 보호종이 살아가는 터전을 매립하는 것은 법을 어기는 일”이라며 신공항 설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공항 설립은 공항 부지뿐 아니라 주변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20년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을 초창기부터 이끌어 온 오동필 조사단장은 “새만금 바로 옆에 위치한 서천갯벌과 수라갯벌은 한 몸”이라고 말했다. 개발로 인한 변화가 비단 공항이 들어서는 자리에서만 생겨나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서천갯벌에 있던 새들은 수라갯벌로 이동하기도 한다. 그는 “어떠한 환경에서 생명이 살아가기 위해선 주변 환경도 뒷받침돼야 한다”며 수라가 거대한 ‘생태 그물’의 일부임을 강조했다. 

  오승준 활동가는 “수라는 금강하구-유부도 갯벌-저어새와 민물가마우지 대규모 서식지로 이어지는 거대한 생태 축으로 물새들의 보존에 필수적인 공간”이라며 “민물가마우지 번식지도 공항 예정지와 상당히 가깝다”고 전했다. 이어 “공항이 설립되면 비행기의 이동 경로와 민물가마우지의 이동 경로가 중복되고 다른 조류들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공항 개발이 가져올 광범위한 생태적 피해에 우려를 표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흰발농게가 염생식물 사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발농게는 갯벌에 굴을 파 유기물이 순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글 봉정현 기자 사진출처 전북녹색연합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흰발농게가 염생식물 사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발농게는 갯벌에 굴을 파 유기물이 순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글 봉정현 기자 사진출처 전북녹색연합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달마다 수라 일대의 상태를 관찰한다. 글 봉정현 기자 사진 임은재 기자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달마다 수라 일대의 상태를 관찰한다. 글 봉정현 기자 사진 임은재 기자

 

  누가 수라가 죽었다고 말하는가 
  시민 1308인으로 구성된 국민소송인단과 49개의 환경단체가 연합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소송 재판에서 수라는 중요 쟁점 중 하나다. 피고 측 변호인은 약 90% 이상이 수면 위로 노출된 수라를 갯벌이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승준 활동가는 “해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땅에서도 여전히 갯벌 환경임을 평가할 수 있는 갯벌 지표종이 발견된다”며 수라가 지금도 갯벌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수라에는 여느 갯벌처럼 바닷물이 온전히 드나들지 못한다. 수질 문제가 제기된 이후 제한적으로나마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은 수질이 악화되지 않을 만큼 소량 공급된다. 파괴된 생태계를 되살리기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지만 수라는 조금씩이나마 회복되고 있다. 해수 유통이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갯벌 생물들이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환경으로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물막이공사로 인해 수질오염 등 환경 파괴가 심해졌지만 해수가 공급돼 복원이 이루어진 시화호 등의 사례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바닷물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흰발농게들이 있다. 이듬해에도, 그 이듬해에도 얼마 남지 않은 도요물떼새들은 수라로 돌아올 것이다. 건설 장비들이 짓이겨 놓을 생명의 땅에서도 작은 목숨들은 살아가기 위해 끝까지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새만금 생태의 마지막 보루 수라, 멸종 위기 생물들의 안식처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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