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의 부정을 거듭한 아도르노 
분석보다는 존중의 태도로 

자본주의의 권위주의적 사고에  
비판과 성찰로 맞서야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고발하는 비판 이론을 주창한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가 올해로 개소 10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지난 4월 7일 중앙대 독일유럽연구센터는 ‘프랑크푸르트학파 100년, 오래된 미래와 다가오는 과거’라는 제목으로 중앙게르마니아를 개최했다. 11월 3일까지 6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중앙게르마니아 강연은 과거 프랑크푸르트학파가 제기했던 문제의식과 사유방식을 다룰 예정이다. 12일에는 ‘아도르노의 미학이론: 소통에서 저항으로’를 주제로 이순예 교수(홍익대 독어독문학과)의 강연이 진행됐다. 
 

사진 봉정현 기자
사진 봉정현 기자

 

  보편사상가 아도르노 

  아도르노는 어려서부터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강독했을 정도로 지적인 면모를 보였다. 그는 훗날 철학과 사회학의 접목을 추구했다. 아도르노는 철학뿐만 아니라 사회학·미학·음악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상을 전개해 ’보편사상가‘라고도 불린다. 아도르노는 사회비판서 『계몽의 변증법』, 철학적 방법론을 전개한 『부정변증법』, 나아가 『미학이론』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펼쳐나갔다. 

  아도르노 사상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부정’이다. 아도르노 등 프랑크푸르트학파는 끊임없이 부정의 부정을 거듭하며 문제의 핵심을 밝히는 비판적 사고의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부정’의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인기 아이돌과 피카소 그림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인기 아이돌은 일종의 대중예술로서, 사회적으로 잘 유통되고 더 많은 주목을 받도록 만들어진 상품이다. 이를 아도르노의 언어로 ‘동일성 사유’라 한다. 대중이 보기 편한 방식대로 만들기 위해 대중의 선호도에 대한 평균치를 내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동일성 사유에 해당한다. 

  반면 피카소의 그림은 그렇지 않다. 피카소의 그림으로 대표되는 예술은 ‘부정’의 개념을 명확히 보여준다. 누군가가 자신이 생각한 대상의 모습을 그리려고 하면 그 대상은 “나는 그 모습이 아니다”라며 반발할 수 있다. 이렇듯 기존에 가지고 있던 대상의 관념과 실제 대상이 충돌하는 경우를 ‘부정’이라고 한다. 예술은 이러한 충돌을 파악해야 하는데 피카소는 대상의 반발, 즉 ‘부정’을 수용하고 그 모습 그대로를 그림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예술가로 인정할 수 있다. 

  아도르노의 사상은 최근 세태 비판에도 적용할 수 있다. 후기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의식적으로 깨닫지 못할 만큼 이익추구적, 권위주의적 사고에 길들여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아도르노의 사상에 따르면 이러한 경향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도르노는 예술을 통해 무언가에 대한 분석을 멈추고 대상 자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진지한 성찰이 가능하도록 

  최근 유튜브 등 인터넷에서 누군가를 비판하는 영상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행해지는 비판들은 그 형태가 잘못된 경우가 많다. 비판은 결코 무언가가 틀렸다고 흉보는 것이 아니다. ‘틀렸다’라고 지적만 하는 것은 철학이 아니며 사회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판은 무엇일까. 아도르노에 따르면 비판은 가능성의 조건을 얘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전체주의적인 경향이 짙어지는 현실에 대해 그저 ‘나쁘다’라고만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 아래서 전체주의적 사고가 만연하는지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아도르노는 가능성의 조건을 제시하는 비판을 위해 사회적 조건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100주년을 맞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상은 오늘날 후기자본주의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 여전히 유효하다. 프랑크푸르트학파가 말하는 ‘비판이론’의 핵심은 바로 사회의 변화를 끊임없이 문맥화해 읽어내려고 하는 성찰적 태도에 있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자본화된 대중문화의 인간소외 현상과 권위주의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만이 권위주의의 성장 곧 파시즘의 등장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자본주의는 자본을 기반으로 한 위계질서를 형성함으로써 후기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를 무의식적으로 권위주의적 사고에 물들게 한다. 권위주의적 사고에 물들면 모든 것을 매매의 대상으로 여겨 상품 가치를 기준으로 파악하려는 습관을 지니게 될 수 있다. 우리가 타인 뿐 아니라 스스로도 하나의 부속품 정도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우현아 연구교수는 “양극화, 불평등, 고용불안 등 정치·사회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는 오늘날의 사회갈등과 분열에 관해 본질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이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적 사유 방식을 함양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고 전했다. 


  아도르노의 후예들 

  이순예 교수는 오늘날 한국이 아도르노 사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우리 사회가 포스트모더니즘을 청산하고 예술의 사회통합 능력을 환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말이 현실을 대체하면서 오늘날 우리는 가짜뉴스, 막말 등 온갖 문화현상을 목도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아도르노가 왜 예술이라는 독특한 요소를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려 했는지 의도를 짚어보고 아도르노의 사유 과정을 분석하면서 현실과 직접 대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해당 강연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남궁민 학생(정치국제학과 2)는 “원래 공부하던 독일어문학 관련 강의를 찾아다니던 중 이 강의를 발견했다”며 “피카소 예시를 통한 ‘부정’ 개념 설명이 인상 깊었고 독일 문학뿐만 아니라 미학과 인문학에 관해 추가로 공부하고자 마음먹게 됐다”고 전했다. 이근우 학생(철학과 3)은 “이번 강연을 통해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상을 직접 연구한 교수님의 견해를 들으니, 이들의 사상을 단순히 수용하는 단계를 넘어서 비판적으로 검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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