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사안 두고 분분한 의견 
67%, 대학사회 차별 인식해 
 
중앙대는 어떤 노력 하고 있나 
“교육 통해 편견·차별 없애야”


대학을 뜻하는 ‘University’는 라틴어 ‘Uni­versitas’, ‘전체’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현재의 대학은 성소수자를 ‘전체’ 안에 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오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중앙대 학생들은 성소수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아봤다. 

  중앙대, 성소수자에 관한 인식은 
  중대신문은 중앙대 재학생 및 휴학생을 대상으로 10일부터 12일까지 ‘중앙대 학생들의 성소수자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171명의 학생이 응답했다. 중앙대 학생회·중앙대 대학본부·한국 대학사회가 성소수자를 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린 학생인권위원회, 혜윰 인권평등위원회 등 중앙대 학생사회는 성소수자를 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문항에 긍정한(매우 그렇다·그렇다) 학생(약 26.32%)은 부정한(매우 그렇지 않다·그렇지 않다) 학생(약 25.73%)보다 많았다. 반면 중앙대 대학본부가 성소수자를 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긍정한 학생(약 23.97%)은 부정한 학생(약 30.99%)보다 적었다.

  중앙대 학생들은 한국 대학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인식했다. ‘한국 대학사회는 성소수자를 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문항에 부정한 학생이 약 67.84%로 긍정한 학생(약 12.28%)보다 약 다섯 배 많았다. 

  성소수자를 둘러싼 법제화 문제에 관해 학생들이 어떤 인식을 지니고 있는지 파악했다.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에 긍정한 학생은 약 62.57%로 과반이었다. 성전환의 법제화에 동의하는 학생(약 49.71%) 또한 반대하는 학생(약 35.67%)보다 많았다. 김문주 학생(식품공학과 2)은 “이미 사실혼이나 동거의 형태로 생활하는 동성 커플이 많기에 동성결혼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준성 학생(공공인재학부 3)은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크기에 한국은 동성결혼과 성전환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커밍아웃 시 수용 가능 여부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도 물었다. ‘만약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한다면 친구/가족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긍정한 학생(약 19.89%)은 부정한 학생(약 56.72%)의 약 3분의 1 수준이었다. 반대로 ‘만약 친구/가족이 커밍아웃한다면 자신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문항에서는 긍정한 학생(약 67.26%)이 부정한 학생(약 26.32%)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았다. 자신은 주변 사람들의 커밍아웃을 받아들일 수 있으나 반대의 경우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학생(영어영문학과 2)은 “특정인의 성 정체성 및 성적 지향을 이유로 이전과 관계를 달리하는 것은 차별이자 폭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내가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할 경우 주변에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학내 성소수자가 설 자리는 
  2014년과 2018년, 서울캠과 다빈치캠 총여학생회(총여)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서울캠 성평등위원회(성평위) 또한 2021년 폐지됐다. 총여·성평위가 폐지된 후 중앙대 학생사회는 성소수자의 인식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서울캠 총학생회(총학) 인권복지위원회는 이번 학기 초 시행된 단대학생회 재선거에서 각 선거운동본부에 인권질의서를 발송했다. 인권질의서에는 성소수자 혐오로 인해 학우가 피해를 입은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 포함됐다. 조아진 다빈치캠 총학 인권평등위원장(식품공학과 4)은 “성소수자 인식 개선을 위한 별도의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인권 세미나·인권 관련 행사 부스 운영 등에 성소수자 내용이 포함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인문대 학생회 인권위원회는 “성소수자 인권의 달인 6월을 맞이해 ‘인권누리’의 6월호를 성소수자 인권 관련 내용으로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인권위원회 위원의 성소수자 인식 개선을 위해 책을 활용한 세미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승현 사회학과 학생회장(3학년)은 “사회학과는 매년 신입생을 위한 ‘권리가이드라인’을 제작 및 제공하고 있다”며 “성소수자·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의 의제를 알리는 ‘이슈시오’ 카드 뉴스도 발행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대의 성소수자 관련 사업이 적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A학생은 “입학 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성소수자가 대학본부나 총학으로부터 언급됐다고 느끼지 못했다”며 “학생사회 내에서 성소수자 관련 담론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문주 학생은 “총학이 성소수자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본 적 없다”며 “학생 대표 운영 기구가 성소수자와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는지 체감할 수 없다”고 전했다. 

  소수일지라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대학사회 구성원들은 성소수자의 비가시성을 성소수자의 인식 개선을 막는 주요 문제로 꼽았다. 김문주 학생은 “성소수자 인식 변화의 첫걸음은 대학사회에 그들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것”이라며 “중앙대의 경우 성소수자 동아리가 존재하지 않는 등 성소수자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성소수자의 비가시성은 연대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비가시성을 심화한다. 서찬석 교수(사회학과)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존재하는 대학사회에서는 성소수자가 본인을 드러내지 못해 동아리, 학회 등으로 조직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 경우 LGBTQ 등 다양한 성소수자 주체들이 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학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김유선 한양성적소수자인권위원장(한양대 철학과)은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해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며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정제하고 넓은 범위의 젠더 스펙트럼에 속한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되도록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동혁 홍익대 성소수자 동아리 홍대인이반하는사랑 회장(영어영문학과)도 “대학 커리큘럼에 성평등·성인지감수성 교육 등이 포함돼야 한다”며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학생회는 성소수자가 동등한 권리를 부여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각종 학칙이나 제도를 정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무지갯빛 중앙대를 위해 기존의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성소수자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에 관심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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