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신문에서 정기자가 된 후 첫 취재를 나가던 순간이 생생합니다. 꿈에 그리던 학생 기자가 됐다는 생각에 마냥 행복했습니다. 정기자는 화요일마다 취재원에게 전화로 취재 요청을 드리는데요. 취재원에게 당차게 전화 걸어 인터뷰 요청을 드리고, 지나가는 학생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가 즐겁게 인터뷰를 했죠. 떨리기는 했지만 기분좋은 설렘으 로 다가왔었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제게 기자라는 직업은 안성맞춤 같았죠.

  그런데 이 모든 생각을 송두리째 앗아간 사건이 생겼습니다. 취재 도중 아주 큰 좌절 을 맛봤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취재원에게 인터뷰 요청을 드리러 전화 건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그간 제가 경험해 왔던 취재원과의 전화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어딘가 귀찮다는 듯한 말투, 날이 선 태도, 그리고 매몰찬 거절. 이 모든 것이 저의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어 버렸죠. 전화를 끊은 후 깨달았습니다. 그동안의 취재 과정이 순탄했던 이유는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운 좋게 친절한 취재원을 만났기 때문이라는 걸요. 그 날의 충격은 상당했습니다. 당일엔 누구에게도 취재 요청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 다음 날에도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인터뷰 진행에 애를 먹었죠. 전에는 막힘없이 걸던 취재 요청 전화도 괜히 한번 대사 연습을 해보게 됐습니다. 모르는 학생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가던 저는 온데간데 없고 ‘나는 저들에게 귀찮은 존재겠지’라는 생각에 발길이 멈추더군요. 기사를 써내려가기 위해 필 요한 이 질문들이 누군가를 귀찮게 한다는 생각은 저를 작아지게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이렇게 주눅 든 제게도 이 직업의 매력이 하나 둘씩 다시 보이기 시작 하더군요. 기사를 통해 지적됐던 학내 문제점이 눈에 띄게 개선될 때의 뿌듯함은 아직 도 생생합니다. 제 기사에서 다룬 사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글로 기고한 독자에게 고 마움을 느끼기도 했죠. 기사에서 제시한 학 내 문제 개선 방안이 그대로 현실이 된 순간에는 기자의 꿈을 꾸기 잘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이 소중한 순간들은 취재원 앞에서 지금처럼 주눅 들 필요 없다고 제게 말 하는 듯 했습니다.

  ‘기자’는 귀찮은 존재가 아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걸 증명해보인 것 같아서요. 고백하자면, 처음 취재 나갈 때만큼의 당찬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마음 속 어딘가 매몰차게 거절당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자리잡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매 순간 용기내보려 합 니다. 어떤 두려움도 없었을 때의 순수한 용기는 아니지만요. 좋은 기사 한편을 완성하기 위해 매 순간이 용기의 연속임을 깨닫는 지난 한달이었습니다.


김주연 대학보도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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