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니즘이란 단순 채식문화가 아닌 친환경 생활 습 관의 변화를 포괄하는 삶의 방식으로 비건은 비거니 즘을 실천하는 사람을 뜻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의 「비거니즘의 부상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비건 인구는 약 250만 명으로 2008년(약 15만 명) 대비 200만명 이상 증가했다. 한국 사회에서 비건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의 권리를 존중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늘고 있다. 그렇다면 중앙 대는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학생들을 제대로 포용하 고 있을까. 그들의 고충을 들어보고 중앙대 비거니즘 의 현위치를 돌아봤다.

  사라진 비건 학식

  2021년 2학기 약 4개월간 중앙대 양캠은 비건 학 식을 실시했다. 당시 양캠 총학생회(총학)의 요구로 비건 학식이 도입됐다. 그러나 비건 학식은 한 학기 만 에 중단됐다. 김동완 서울캠 총무팀장은 “비건 학식이 제공되는 날이면 학생들의 식당 이용률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며 “당시 일반식은 1식 기준 500~600식 정 도가 팔렸으나 비건식의 경우 1식 기준 150~200식 정도에 그쳤다”고 밝혔다. 다빈치캠 역시 적은 수요가 비건 학식 중단의 원인이었다. 조동규 다빈치캠 총무 팀 차장은 “비건 학식은 이용자가 거의 없었다”며 “당 시 다빈치캠 총학 차원에서도 비건 학식 이용 여부를 조사했지만 비건 학식을 이용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결과로 비건 학식을 폐지했다”고 말했다. 대체식을 제공하고 있는 서울캠과 달리 다빈치캠은 현재까지 비건 식단이 없는 상태다.

  비건 학생들은 비건 학식 부재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에서 온 황혜현 학생(영어영문학과 4)은 “본래 살던 지역은 비거니즘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은 환경이었다”며 “비건식이라고 해서 엄청난 변화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닌데 변함없는 현재의 상황은 비 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고 느껴진다”고 말했 다. 김민형 학생(사회복지학부 4)은 “학내에 비건 식당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다”며 “식당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적어 불편하다”고 답했다.

  양캠 총학은 학 내 구성원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비건 학식 재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서예나 서울캠 부총학생회 장(전지전기공학부 4)은 “누구나 학식을 먹을 수 있도 록 비건 학식 재개에 대해 대학 본부 측과 논의할 예정”이라며 “총무처와의 간담회에서 해당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다빈치캠 총학 역시 해당 사안에 대해 인권평등위 원회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세실 다빈치캠 총학생회장(문예창작전공 4)은 “학 생식당 간담회를 추진해 비건 식단 재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아진 다빈치캠 총학 인권평등 위원장(식품공학과 4)은 “수요조사를 통해 교내 비건 학식 재개에 대한 필요성을 입증한 후 이를 근거로 대학 본부와 의논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비건 학식 수요조사에 관해 일부 학생은 우려를 제기했다. 김민형 학생은 “수요 조사 결과 비건 인원이 소수이면 그대로 비건 학식에 대한 논의가 끝날 것 같아 걱정된다”고 전했다.

  학생 사회에서의 비거니즘은

  학생 사회에서 비건의 입지는 어떨까. 학생자치단체에서 진행한 간식·야식 사업에서 논비건 학생도 좋아할 만한 비건 간식을 마련해 비건과 논비건 학생 모두를 만족시키려 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캠 총학은 4 월 진행된 중간고사 야식 판매사업에서 써브웨이 베지와 과일컵 등의 비건 메뉴를 판매했다. 서예나 서울캠 부총학생회장은 “특정 가치를 고려했다기보다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음식에 초점을 맞췄다”고 언급했 다. 약대는 1학기 중간고사 간식 사업에서 비건용 그릭 요거트를 비건 메뉴로 선정했다. 차호영 약대 학생 회장(약학과 5)은 “이전 간식 사업의 비건 베이커리 메뉴는 20인분조차 모두 소비하지 못했다”며 “반면에 이번 사업 메뉴는 가장 먼저 매진될 정도로 선호도가 높았다”고 전했다. 사과대는 1학기 중간고사 간식 사업에서 전체 300인분 중 100인분을 두유그릭요거트볼로 제공해 높은 수요를 기록했다. 곽도윤 사과대 비상대책위원장(공공인재학부 3)은 “비건 간식이라 하더라도 ‘비건들만 선택할 만한 간식’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비거니즘은 단순히 채식만 하는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모바일 금액 상품권을 제공해 학생이 스스로 간식 을 선택하도록 한 학과/전공도 있었다. 고서진 독일어문학전공 학생회장(2학년)은 “1학기 중간고사 간 식사업 당시 배달앱과 편의점, 음료 브랜드를 선정해 비건 지향 여부 상관없이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 록 했다”고 말했다. 김승현 사회학과 학생회장(3학년) 은 “비건을 위한 간식을 특정하는 대신 모든 학과 구성원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금액 상품권 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처럼 비건을 고려한 학과/전공 단위는 양 캠 학과/전공 중 절반에 채 미치지 못했다. 간식 사업 내 비건 간식 포함 여부에 관한 중대신문의 자체조사 결과 확인된 학과/전공 중 간식 사업을 실시하는 학과/전공은 57개였다. 그러나 비건 간식을 제공한 학과/전공은 26개로 전체의 약 45.61%에 불과했다.

  비건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황혜현 학생은 “식사 자리에서 종업원에게 비건을 지향한다는 설명하에 재료 변경을 요청 했는데 같이 식사하던 분으로부터 까다롭다며 사회 생활하기 힘들 거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수빈 학생(사회학과 3)은 “중앙동아리에 처음 가입 하고 기대에 부풀어 첫 모임에 참석하려 했지만 모임 장소가 치킨집이었다”며 “결국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 생각 없이 들어 간 대학 커뮤니티에서 무방비한 상태로 비건 혐오 발 언을 마주했을 때도 썩 유쾌하진 않다”고 말했다.

  이해와 존중이 필요한 때

  비건 전문가들은 비거니즘에 대한 관심 증가를 근거로 비건 학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연 한국비건평가인증원장은 “자신의 건강과 환경, 동물 복지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 라고 언급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학교 측에서도 비건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시대적 흐름을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한 끼 정도는 건강하고 환경에도 좋은 채식으로 해보 자는 학생들이 많이 늘어나는데 이런 학생들의 요구 를 학교 측에서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체인만큼 각 개인의 권리가 존중되는 대학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 장도 제기됐다. 김승현 학생회장은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학생사회 안에서 비건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아진 인권평등위원장은 “소수 구성원의 개성이 존중받고 이를 통해 다양한 문화의 공존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총학도 여러 가지 방면으 로 교내 비건 문화 존중을 위한 실행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동규 차장은 “총학에서의 수요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수요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다시 논의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김지연 원장은 “모두에게 비건을 강요할 수는 없으나 맞고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서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왜 비건을 선언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들이 마련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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