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는 여럿이 다 뒤섞여 또렷하게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합니다. 동아리라는 울타리 아래 모인 각양각색 청춘이 이리저리 뒤섞인 모양을 두고 아리아리하다 할 수 있겠네요. ‘아리아리’ 흘러가는 동아리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그 속에 ‘동동’ 떠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포착했습니다. 이번 주는 보드동아리 ‘프리스타일’(서울캠 중앙동아리)을 만나봤습니다. 프리스타일은 바람을 가르며 밀려오는 계절의 내음을 만끽하는 이들로 구성된 동아리인데요. 그들의 청춘을 가득 싣고 수년째 미끄러지고 있는 보드 위에 한 발 살포시 올려 볼까요? 정해균 기자 sun_virus02@cauon.net

사진 최예나 기자 yesme@cauon.net

정형화된 일상에 답답함을 느끼는 기자는 종종 모든 간섭에서 벗어나 세상을 표류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여기 모든 속박을 벗어던지고 자유로이 바람을 가로지르며 삶을 환기하는 이들이 있는데요. ‘널빤지’ 하나에 몸을 맡겨 무한한 가능성을 그려내는 보드동아리 ‘프리스타일’(서울캠 중앙동아리)입니다. 보드라곤 강의실의 화이트보드밖에 몰랐던 기자는 무작정 롱보드를 옆구리에 끼고 그들의 뒤를 따라가 봤습니다.

  개강의 설렘이 채 가시지 않은 3월 25일 107관(학생회관) 앞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는 학생들로 가득했는데요. 매주 진행되는 정기모임(정모)에 참여하고자 많은 동아리원이 각양각색의 보드를 옆구리에 끼고 얼굴에 웃음꽃을 피운 채 모여 있었습니다. 첫 보드 체험으로 긴장했던 기자의 마음도 덩달아 설렘으로 물들었죠.

  정모 장소인 한강 서강대교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기자의 옆자리에 탄 이준석 동아리원(나노소재공학전공 2)은 정모 참가 방식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매주 날짜와 시간을 정해 동아리 단체채팅방에서 참가 신청을 받아요. 저는 아직 개인 보드가 없어 동아리의 공용 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어 보드의 종류와 특성을 간략히 설명했습니다. “스케이트보드는 데크(널빤지)의 길이가 짧아 트릭(기술)을 구사하기 좋아요. 롱보드는 비교적 데크의 길이가 길어 주로 발을 구르며 주행하는데요. 롱보드를 타고 바람을 만끽하는 게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보드 위로 춤을 추듯 발을 굴러
  어느덧 기자가 탄 택시는 한강 서강대교에 도착했습니다. 서강대교 아래를 가득 메운 경쾌한 바퀴 소리는 기자의 도전 의식을 불태웠죠. 기자는 반민욱 동아리원(소프트웨어학부 3)에게 롱보드 강습을 부탁했습니다. “우선 데크 앞부분에 있는 나사 위에 왼발을 올려요. 그다음 오른발을 구르며 앞으로 쭉 나가면 됩니다. 속도가 붙으면 오른발을 데크 위로 올린 뒤 두 발이 11자가 되도록 왼발을 90도로 회전시키면 되죠.” 옆에서 지켜보던 조상래 동아리원(전자전기공학부 3)도 첨언했습니다. “중요한 건 무게중심을 왼발에 싣는 거예요. 데크 위에 왼발로만 서 있을 수 있을 정도로요.”

  기자는 왼발을 올리는 시작 단계부터 쉽지 않았는데요. 반민욱 동아리원은 격려의 말을 전했습니다. “데크 위에 빠르게 오른발을 올리지 않아도 됩니다. 앞발의 방향도 천천히 바꿔요.” 적극적으로 시범을 보이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반민욱 동아리원의 모습에서 프리스타일만의 훈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자는 떨리는 마음으로 롱보드 위에 왼발을 올렸다.
기자는 떨리는 마음으로 롱보드 위에 왼발을 올렸다. 사진 최예나 기자

  기자는 잠시 휴식을 취할 겸 동아리원들의 라이딩을 구경했는데요. 가장 먼저 눈에 띈 사람은 스케이드보드의 테일(데크 뒷부분)을 눌러 방향을 조정하는 틱택(Tic tac)을 연습하던 최서준 동아리원(소프트웨어학부 1)이었습니다. “틱택은 주행하며 방향을 조절할 때 필요한 기술이에요. 틱택을 할 수 있어야 다른 기술을 구사할 수 있죠.” 능숙하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최서준 동아리원도 처음에는 라이딩이 어려웠다고 전했는데요. “동아리에 가입했을 때만 해도 완전 초보였습니다. 임원진이 많이 알려줘서 실력을 향상할 수 있었죠.”

  기자는 최서준 동아리원의 말에 용기를 얻어 김민수 동아리원(광고홍보학과 2)에게 스케이트보드 강습을 부탁했습니다. 롱보드와 비슷한 자세로 시작하는 모습을 보니 단전에서 묘한 자신감이 끓어올랐죠. 김민수 동아리원은 직접 자세를 취하며 설명을 이어 나갔습니다. “뒷발에 힘을 실어 보드를 움직이고 추진력이 떨어지면 자세를 바꿔 발을 구르면 돼요. 자세를 낮추면 더욱 안정적으로 탈 수 있죠.” 롱보드 강습 때와 마찬가지로 기자의 자세는 엉성하기만 했는데요. 김민수 동아리원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제가 오른팔을 잡고 앞으로 끌어 드릴 테니 몸을 앞뒤로 움직여 방향을 조정해 보세요.” 보드를 타기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처음으로 바퀴의 움직임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가끔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노력하는 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꼈죠.

  스케이드보드 강습까지 마친 기자는 동아리원의 패션에 눈길이 갔습니다. 이준혁 동아리원(응용통계학과 3)은 오늘의 착장을 소개했는데요. “이 보호대는 동아리원인 마크가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물건이라며 제게 준 거예요. 거기에 펑퍼짐한 바지와 평평한 신발을 매치해 착장을 완성했습니다.” 이어 이준혁 동아리원이 프리스타일에 가입하게 된 계기를 밝혔죠. “중학교 때 구매한 보드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게 아까워 프리스타일에 가입했습니다. 프랑스에서 8년 동안 보드를 탄 마크에게 스케이트보드 타는 법을 배웠죠.” 보드의 매력을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보드를 타다 보면 넘어지기 마련이잖아요. 넘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이겨내며 보드를 타는 과정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이준혁 동아리원의 뒤로 붉은빛 장발 머리가 인상적인 마크 왕 동아리원(소프트웨어학부 4)이 눈에 들 어왔습니다. 마크 왕 동아리원은 스케이트보드의 매력을 이야기했죠. “15살 때부터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스케이트보드 선수인 친구에게 기본기를 배우며 관심을 두게 됐죠. 제 스케이트보드는 ‘플랜비’의 제품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스케이트 보드 선수가 사용한 보드 브랜드입니다.”

동아리원들이 스케이트보드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최예나 기자
동아리원들이 스케이트보드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최예나 기자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
  어느덧 하늘은 오렌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동아리원들이 이마에 맺힌 땀을 식히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틈을 타 기자는 질문 공세를 했는데요. 이채연 동아리원(음악예술전공 3)은 동아리 가입 계기를 설명했습니다. “스노보드를 타고 싶어 가입했는데 롱보드나 서핑, 웨이크보드 등 다양한 활동이 있더라고요. 여름 활동 중 하나인 서핑 트립에 참가해 제주도에서 서핑을 배우며 동아리원들과 친해졌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이어 눈을 반짝이며 스노보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빠른 속도로 라이딩하며 스릴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스노보드의 매력인 것 같아요. 스노보드를 배우면서 많이 넘어지기도 했는데요. 보드를 잘 타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보니 끝까지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보드를 타다 보면 넘어지기 마련이잖아요. 넘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이겨내며 보드를 타는 과정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2019년 프리스타일이 정동아리로 승격하기 전부터 활동한 전종무 동아리원(건축공학전공 3)도 동아리에서의 추억을 회상했습니다. “매년 겨울마다 ‘시즌’ 활동이 있어요. 예약한 숙소에서 3개월 정도 숙박하며 스노보드를 타는 거죠. 당시 숙소에서 후배가 해 줬던 마라샹궈가 기억에 남습니다.(웃음)” 이어 자신 있는 스노보드 기술을 밝혔죠. “주발을 기준으로 보드의 앞쪽을 노즈, 뒤쪽을 테일이라고 해요. 저는 노즈를 밟아 그 탄성으로 뛰는 기술인 프론트 널리가 가장 자신 있어요.” 전종무 동아리원은 프리스타일의 회장직을 맡았던 만큼 동아리에 특별한 애정을 보였는데요. “동아리 이름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보드로 표현할 수 있죠. 보드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도 동아리에 가입해 다 같이 보드를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바람결을 가르며 라이딩을 즐기던 김윤아 동아리원(사회학과 2)과 박연진 동아리원(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3)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는데요. 김윤아 동아리원은 보드의 매력을 설명했습니다. “편하게 라이딩할 수 있도록 발 각도를 트는 것을 전향이라고 하는데요. 높은 경사에서 카빙 턴(S자로 회전하는 기술)을 하며 전향라이딩을 할 때 짜릿하죠.” 박연진 동아리원은 보드만의 장점을 언급했습니다. “보드는 웨이크보드, 서핑, 스노보드 등 여러 장르가 있어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사계절 내내 다양한 보드를 탈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습니다.”

  기자는 공용 보드를 반납하기 위해 서울캠으로 향하는 택시에 올라탔습니다. 함께 이동한 반민욱 동아리원과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어릴 적 아버지께 스노보드를 배우며 그 매력에 빠지게 됐다는 반민욱 동아리원은 기자에게 스노보드 라이딩 영상의 존재를 언급했죠. “라이딩 자세를 모니터링하거나 기록용으로 개인 영상을 찍기도 해요. DSLR과 짐벌을 사용해 촬영합니다. 실수한 부분은 편집해 잘 탄 모습만 모아 영상을 제작하기도 하죠.(웃음) 동아리에서도 라이딩 영상을 제작하고 있어요.”

  공용 보드 반납과 함께 택시비를 정산하고 나니 어느덧 오렌지빛 하늘은 검은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기자는 문득 보드가 인생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보드를 배우는 것처럼 우리가 어떤 일을 훌륭히 해내기 위해서는 넘어지는 아픔을 감수하기도,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을 기꺼이 받아들일 자세를 갖춰야 하죠. 남들보다 뒤떨어진다고 느낄 땐 처음으로 돌아가 부지런히 발을 굴러 추진력을 얻으면 됩니다. 그렇게 부단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성장한 자신과 마주하며 짜릿함을 느낄 수 있겠죠. 여러분도 인생이라는 보드를 자유로이 움직이며 젊음을 만끽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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