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거니즘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비건 학식 도입은 예산·수요 문제를 이유로 여전히 가로막혀 있다. 대학사회는 비건 문화의 조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타대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학내에 비건 학식을 도입한 대학들이 존재한다. 2019년 국민대는 학생식당에 비건 메뉴를 도입했다. 문이식 국민대 생활협동조합(생협) 사업팀장은 “매주 수요일에 비건 단품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며 “4500원~4700원 정도의 가격으로 두부카츠와 콩고기마제소바, 비건 함박 세트 등을 제공 중”이라고 밝혔다. 비건 메뉴의 수요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이식 사업팀장은 “원래 50인분의 비건 메뉴를 준비해 한정 판매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매번 완판했다”며 “올해 1학기부터는 100인분으로 공급을 늘려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산 문제에 관해서는 “비건 메뉴 원가는 다른 메뉴와 비교할 때 높은 편”이라면서도 “많은 수량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수할 수 있는 정도”라고 전했다.

  삼육대 또한 비건 학식을 운영하고 있다. 삼육대 내 구내식당인 파인하우스와 만나의 집은 모든 메뉴가 비건 학식으로 제공된다. 비건 학식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삼육대 구내식당이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인은 맛과 영양이다. 삼육대 구내식당 관계자는 “비건이 아닌 학생도 구내식당을 찾을 수 있도록 학식의 맛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며 “또 비건 메뉴를 제공할 경우 단백질이 부족한 식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고른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식단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와 비건이 함께 가야 할 길

  중앙대는 2021년 2학기에 양캠 모두에 비건 학식을 도입했으나 학생들의 식당 이용률이 낮아 제공이 중단됐다. 비건 학식에 대한 학생의 수요가 충분하지 않거나 많은 예산이 발목 잡는 경우에 도입할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대학에서 비건 학식을 운영하는 데 겪는 어려움에는 수요·예산 문제와 더불어 추가적인 시설·공간을 구비해야 하는 문제가 존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원래 운영하던 학생식당에 한두 가지 정도의 비건 메뉴를 추가해 운영한다면 별도의 장소를 마련하지 않으면서 비거니즘에 대한 학생사회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화여대 비거니즘 지향 자치단위 ‘솔찬’ 소속의 오덕미 학생(심리학과)은 육류가 포함되지 않은 ‘No Meat’ 학식의 도입을 제언했다. 오덕미 학생은 “이화여대 생협은 비건 학우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며 “생협이 마련한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할 시 두유 옵션을 선택할 수 있고 ‘비건 존’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학생들이 비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에서 비거니즘을 실천 중인 황혜현 학생(영어영문학과 4)은 “비건 식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체육을 제공하는 등 크게 형태가 달라질 필요는 없다”며 “비건에게만 기존 학식에서 육류 등을 제외하고 나물 위주의 식단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Vegan, How To Begin?

  대학사회에서 비건 학식이 시작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 있을지 관련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봤다. 문이식 사업팀장은 “비건 학식을 도입할 경우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비건 학식의 메뉴가 단조로워 학생들이 음식에 대해 불만을 가진다면 지속적인 운영이 어려워진다”며 “현재 국민대는 12개 정도의 메뉴를 개발해 비건 학식으로 제공 중”이라고 밝혔다.

  사회 제도적 측면의 노력도 언급됐다.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는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슈투트가르트 등에서는 학교 식당 입찰 과정에서 비건 옵션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 아예 경쟁을 할 수 없는 제도를 운용 중”이라며 “시의회와 함께 공공급식에서의 비건 옵션 제공 의무화 내용을 담고 있는 조례를 만드는 것이 비건 학식 도입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있다. 오덕미 학생은 “비건 학식 운영을 위해 학생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태도는 비건에 대한 수요를 표출하는 것”이라며 “꼭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더라도 비건 학식과 관련된 의견은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대학은 비건 학식 제공이 학생 복지와 직결됨을 인식해야 한다”며 “비건 학식 제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피드백을 통해 개선이 꾸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사회의 비거니즘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원복 대표는 “건강한 먹거리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가 바로 비거니즘”이라며 “이는 시대 흐름에 따라 발생하는 필연적 결과이기에 대학은 비건 학식과 같은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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