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이면서도 강력하다. 어떤 면에서 이러한 욕망은 인간 본성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는바, 이는 경제적 풍요의 동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물질에 대한 무절제한 욕망은 과소비와 사치의 조장을 통해 사회를 병들게 한다. ‘물질적 부를 중시하지 말라’는 소크라테스의 절규를무시했던 아테네는 곧 멸망했고 로마 또한 위대한 제국 건설의 토대가 된 근검을 망각하며 무너져 내렸다.

  우리 사회의 물질 만능 풍조는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몇 달 전 한 매체를 통해 프랑스의 명품제조업체들이 한국의 일부 소비자들 덕에 최근 불황을 타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기사에는 ‘일본의 경우 절반 정도가, 중국은 약 30%의 소비자들이 분에 넘치는 지출을 부정적으로 인식했으나 한국의 소비자들은 절대적인 다수가 이와는 달리 응답했다’라는 내용도 첨부됐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물질 만능 풍조에서 젊은이들 역시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대학생들도 고가의 명품을 선호한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마저 물질 만능 풍조에 오염된다면 대학의 탐구활동은 이윤 창출의 도구로, 교육은 물질적 풍요를 보장하는 취업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즉 대학의 학문적 자유와 교육적 양심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내면적 성숙과 지적 자유,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내적 자신감을 성장시키는 것은 시대나 사회를 초월하는 대학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물질 만능 풍조에 관한 내용을 아직 중대신문에서 본 기억이 없는데, 필자의 기고를 계기로 향후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중대신문을 통해 보다 진지하게 전개되길 기대한다. 끝으로 필자는 중대신문 독자들에게 허영심의 위험을 예리하게 묘사한 모파상의 단편 『목걸이』를 권유하고 싶다.


이성호 명예교수
교육학과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