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의 일이었다. 전 세계 많은 대학이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배움 봉사(Service Learning)라는 개념을 어떻게 인문학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차에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응우엔 띠 푸옹 교수가 쓴 글 한 편을 읽게 되었다. 이 글에 의하면, 한국어 교육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교재들로 공부하여 한국어 시험의 최상위 등급을 받은 베트남인들조차도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 중 하나가 한국 사람들과의 대화 중간에 이해하기 어려운 어휘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외국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한국어 어휘 중 하나는 영어 외래어들이다. 예컨대 우리가 식당에 가면 “물은 셀프(self)”라는 문구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익숙한 이 말의 뜻을 외국인이 처음 접할 경우 그동안 한국어 교재로 열심히 공부했다 하더라도 그 뜻을 몰라서 아주 난감한 상황에 빠지기 쉽다.

  2019년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영어영문학과 학생 20명과 함께 베트남 소재 다낭 외국어대학교를 방문하여 2주간 진행했던 언어문화 번역 프로젝트는 한국어 학습자들이 쉽게 겪을 수 있는 이러한 난감함에 주목하였다. 이 프로젝트에서 나는 일상적인 한국어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 영어 외래어 300개를 선정하고, 각 어휘의 구체적인 용례를 영어로 의사소통하여 우리 학생들이 의미를 전달한 후 다시 다낭 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이 그 내용을 베트남어로 기술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노잼’과 같은 파생어, ‘리플’과 같은 축약어, ‘무한리필’과 같은 혼성어, ‘파이팅’이나 ‘헌팅’과 같이 한국식 문맥에서 다른 의미를 내포한 어휘까지 다양한 형태의 영어 외래어들을 다루었고, 그 모든 과정을 영어와 베트남어로 된 자료로 기록하였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학생들이 문맥을 이해하기 힘든 어휘들은 별도로 전체 토론을 통해 논의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헌팅’(hunting)이라는 단어였다. 베트남 학생들은 ‘헌팅포차’ 같은 어구에서 사용되는 이 단어가 왜 남녀가 만나는 방식 의 한 유형을 설명하는 것에 사용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였으며, 이 단어에 대한 토론은 연애와 결혼에 대한 두 나라 학생의 서로 다른 견해로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토론의 과정은 한국과 베트남 청년들 사이에 놓인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배우는 것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배움 봉사는 비단 과학, 기술의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인문학의 영역에서도 학생들에게 값진 경험을 제공해 준다. 그리고 삶 속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체화시킬 수 있는 이 배움 봉사의 경험은 개인이 속한 다양한 공동체에 대한 더 큰 관심과 애정을 키워준다.

  지금은 학업을 마치고 사회로 나간 그 때의 프로젝트 참여 학생들에게 짧은 2주 간의 배움 봉사 경험은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가끔 채팅방에서 그때를 즐겁게 추억하는 우리 학생들과 나는 그렇게 확신한다.
 

최영진 교수
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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