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스로를 직접 바라볼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때때로 거울을 본다. 자아도 그렇다. 제삼자가 되어 스스로 내 자아가 어떠한지를 관찰할 수가 없기에 타인을 거울삼아 스스로를 판단한다. 미국 사회학자인 찰스 쿨리가 창안한 ‘거울 자아(Looking-Glass Self)’라는 개념은 우리가 타인의 평가를 거울삼아 ‘남들이 생각하고 기대하는 나’를 내면화하며 성장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개념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나의 자존감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하는 데 쓰인다. 고등학교 시절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으며 명문대로 진학한 지방 출신 대학생이 같은 학교에서 성적뿐 아니라 배경까지 좋은 강남 출신들을 마주하며 위축되고 자존감을 잃어가는 것 역시 거울 자아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거울 자아 이론은 미국 사회보다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데 훨씬 유용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인생의 단계별로 남들의 잣대에 비추어 스스로 위치를 가늠하고, 평균적인 타인들에 비해 졸업이 1~2년만 늦어져도 힘들어하며, 내가 삶의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는 기준이 타인의 시선인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툭툭 던지는 타인의 말들에 상처받으면서도 어느샌가 그 타인이 되어 자신의 기대에 어긋나 있는 남들에게 툭툭 말을 던진다. 그만큼 타인들의 돌팔매가 거울을 통해 수시로 날아드는, 좁디좁은 한국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국 사람들의 행복도는 OECD 최하위권에 속한다. 짧은 시기에 성공적인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사회라는데, 그 빛나는 성공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 세대들의 마음은 어둡기만 하다. 타인의 시선, 타인의 평가라는 감옥에 늘 갇혀있다. 그러고는 훗날 죽음에 이르러서야 본인이 갇혀 지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죽음을 앞둔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후회가 타인의 기대에만 맞춰 살았다는 것이라고 한다. 

  거울 자아 개념을 만든 찰스 쿨리의 삶 역시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판사이자 로스쿨 교수로 성공한 아버지의 그늘 밑에서 힘겨워했다. 유년 시절에 여러 정신장애를 경험했고, 대학교에서 기계공학으로 학사를 취득하는 데에도 7년이 걸렸지만, 훗날 사회과학을 전공하며 본인의 경험을 곱씹어 거울 자아 이론을 제시하고 미국 사회학계를 대표하는 학자가 되었다. 학창 시절의 쿨리에게 있어 중요했던 것은 높은 기대를 품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 원하는 바를 찾아 나서기 위한 고민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한국 사회에서 살기에 거울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의 사다리에 갇혀 지내며 취업만큼은 ‘남들 보란 듯이’ 번듯하게 하겠다고 다짐한다. 불행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묵묵히 견뎌내는 시간이 아니라 무엇이 나에게 진정 중요한지를 곱씹어보는 시간, 타인이라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아닌 진정한 내 모습을 찾아 나서는 시간일지 모른다.

 

서찬석 교수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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