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웜홀(Wormhole)’ 속에 삽니다. 웜홀은 아인슈타인·로젠 다리라고도 불리죠. 이름처럼 웜홀은 장소와 장소를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매우 멀리 떨어진 우주가 웜홀이라는 구멍을 통해 지름길로 연결돼 있죠. 웜홀은 두 블랙홀을 붙이는 방식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때 한쪽 블랙홀은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붙인다고도 합니다. 물론 웜홀이라는 개념은 이론일 뿐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건 속에 삽니다. 그 사건은우리에게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절망을 가져다주기도 하죠. 사소한 행복도 사소한 절망도 우리에겐 큰 의미가 됩니다. 눈물로만 가득 찼던 하루에 옅은 웃음이 있었다면 그 무엇보다 큰 의미를 갖겠죠. 작은 절망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이 행복하고 완벽했던 하루에 작은 절망이 찾아온다면 그 완벽함에는 흠이 생기고 맙니다.

  기자는 이러한 우리네의 인생을, 하루를, 시간을 웜홀이라 여깁니다. 웜홀에 블랙홀과 화이트홀이 있다면 우리에겐 행복과 절망이 있죠. 그 무엇보다 멀리 떨어져 있을 것 같은 행복과 절망도 웜홀이 있다면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매우 가까운 곳이 됩니다. 어느 날 행복이 찾아왔다면 어느 날은 절망이 찾아올 겁니다. 블랙홀과 화이트홀이 서로 연결된 웜홀처럼 말이죠. 마찬가지로 절망이 찾아왔다면 필연적으로 행복이 찾아옵니다.

  다만 우리가 여기서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웜홀은 분명 ‘통로’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그 통로는 누가 만들어주는 걸까요. 절망의 순간에 누군가가 가만히 있는 우리에게 손을 뻗어주나요? 행복의 순간에 누군가가 우리를 절망으로 밀어 떨어뜨리나요? 물론 세상에는 상상도 못 할 사건이 있기에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타인은 우리 인생에 간섭은 할 수 있을지언정 우리가 정했던 인생의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끝없는 절망이 닥쳐도 작은 행복으로 향하는 통로는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통로를 일구는 아주 사소한 노력은 큰 중력에 의해 웜홀이 될 것입니다. 물론 강한 중력장으로 인해 웜홀은 항상 안전하고 일정한 통로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행복을 향한 우리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죠. 절망을 이겨내고 행복으로 향하는 여러분의 한 걸음 한 걸음은 견고한 웜홀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당신의 앞길에는 분명 행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불변의 법칙을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비관보다는 낙관을 택하길 바랍니다. 길가에 핀 들꽃을 보고 웃길 바라며, 지나가는 귀여운 강아지가 당신의 행복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웜홀을 설명할 때 작은 종이를 반으로 접어 연필을 관통시키곤 합니다. 여러분의 수첩에 있는 종이 한 장을 뜯어 반으로 접어보세요. 기자는 여러분의 사소한 노력을 응원하며 수첩에 작은 웜홀을 놓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엄정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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