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생활상담센터는 중앙대생의 학교생활 적응과 효율적인 대학 생활을 도모하기 위한 기초자료로서 매년 ‘학생생활연구’를 발간하고 있다. 2022학년도 서울캠 학생생활연구를 통해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알아보고 생각을 들어봤다.

  학생생활연구는 학생들의 학교생활 현황과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해 진행하는 학생의식실태조사 결과다. 백슬기 다빈치캠 학생생활상담센터 전문연구원은 “학생생활연구 결과가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김동민 서울캠 학생생활상담센터장(교육학과 교수)은 “학생생활연구는 국고 사업으로, 대체로 상반기 이내에 각 캠퍼스에서 시행된다”며 “서울캠의 경우 올해는 5월 이후에 시행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이전에는 전수조사를 원칙으로 각 학과에 협조받아 진행했다”며 “코로나19 이후에는 온라인을 통해 전체 학생의 10%에서 30% 정도 범위로 표본을 수집해 실시한다”고 말했다.
 

중앙대생 정신건강 괜찮은가

  2018년 기준 양캠 재학생 중 우울감을 겪는 비율은 약 15.7%였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캠 재학생 중 우울감을 겪는 비율은 약 29.3%로 2018 년과 비교해 약 13.6%p 증가했다. 신입생의 경우 2019년에 양캠 전체 학생의 약 7%가 우울감을 겪었으나 지난해에는 서울캠 기준 약 20.3%로 2019년 대비 약 13.3%p 상승했다. 김동민 센터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학교에 다니며 다른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해소될 수 있었다”며 “때문에 심각한 정신 병리적 문제가 많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코로나19 기간에 상호작용 기회가 많이 사라졌다”며 “신입생과 재학생 모두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전환되는 상황을 쉽게 소화하기 어려워 잠재돼 있던 문제가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우울감을 느낀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안수빈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4)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데 집에 오래 있다 보니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서연 학생(국어국문학과 2) 또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부정적인 생각에 쉽게 빠져 우울감을 느끼곤 했다”고 전했다. 윤상아 학생(사회복지학부 3)은 “코로나19로 인해 스펙을 쌓거나 선후배 간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관계가 단절되니 우울감이 많이 생겼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불안감을 호소하는 서울캠 재학생 비율은 약 19.1%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양캠 기준 약 4.6%)에 비해 약 14.5%p 증가한 수치다. 대학생이 우울과 불안 등 심리적 어려움을 느끼는 원인에 관해 학생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진영 학생(사진전공 석사 4차)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안정되지 못한 환경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가윤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4)은 “SNS로 가시화된 경쟁 사회와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무한한 자기 불만족 때문”이라며 “삶의 모든 것이 취업으로 귀결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홍현석 학생(시스템생명공학과 4)은 “불확실한 것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타인과 비교되는 자신의 모습으로 인한 자존감 하락”을 우울의 원인으로 꼽았다. 권혁민 학생(소프트웨어학부 4)은 “스스로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 및 인간관계로 인한 상처”라고 답했다.
 

  반면 2021학년도와 비교했을 때 2022학년도에 코로나19 관련 심리적 어려움은 감소했다. 서울캠 기준 신입생은 약 40.8%에서 약 20.6%로, 재학생은 약 47.8%에서 약 34%로 크게 감소한 추세를 보였다. 윤상아 학생은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들으니 학습에 대한 흥미가 커진다”며 “사람들도 만나니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상황이 나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신희선 학생(교육학과 3)은 “비대면 학사로 집에만 있을 때는 확실히 우울하다 느꼈으나 대면학사가 된 지금은 다소 나아졌다”고 전했다. 이은화 학생(소프트웨어학부 3)은 “코로나19가 심했을 때는 단체 활동이 어려워 모든 것을 혼자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며 “대면 학사 전환 후 그룹 스터디와 같은 일종의 스펙 쌓기가 가능해져 어려움이 완화됐다”고 밝혔다.
 

불안한 미래에 고민은 커지고

  취업 및 진로 문제는 어떨까. 2018년 기준 양캠 재학생의 스트레스 원인은 학업이 약 29.1%로 1위, 취업 문제가 약 24.2%로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서울캠 재학생을 대상으로 고민 유형을 묻는 질문에서 약 31.3%의 학생은 진로에 관해, 약 37.5%의 학생은 취업 가능성에 관해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두 수치를 합하면 약 68.8%로 과반을 훌쩍 넘는다. 학업에 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비율은 약 15.4%로 확인됐다. 김동민 센터장은 “학업과 진로, 취업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 비율이 높은 것은 어느 시기나 동일했다”며 “순위의 변동이 있을 수 있으나 세 문제가 연결돼 있어 사실상 유사한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로를 고민하는 데 생기는 스트레스에 관해 오수민 학생(국어국문학과 3)은 “주변 친구들을 보면 대학 진학을 목표로 12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 왔는데 막상 대학에 입학하니 전공이 본인이 생각한 길과 달라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권혁민 학생은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사실 그렇게 관심 있는 분야는 아니기에 끝까지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남들보다 더 잘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원을 졸업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 의문”이라며 “졸업 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막막하다”고 밝혔다.
 

  취업에 관해 고민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오수민 학생은 “3학년이 되니 1·2학년 때와 비교해 취업 문제 등의 고민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희주 학생(에너지시스템공학부 4)은 “저학년 때는 성적에 관한 고민이 컸다면 졸업이 다가오는 지금은 취업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취업 준비의 특성상 보장된 바가 없어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실하지 않은 점이 답답하다”고 밝혔다. 이은화 학생은 “스스로 전공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최근 취업이 점점 가까워져서 심리적 압박감이 심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동민 센터장은 “3·4학년이 되면 진로에 관한 고민이 깊어지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주목할만한 지표 변화에는

  학생생활연구에서는 우울과 불안을 넘어 더욱 심각한 증상을 호소하는 학생도 확인됐다. 2022학년도 기준 자살 계획 경험을 묻는 질문에 서울캠 신입생의 약 9.7%, 재학생의 약 10.2%가 자살을 계획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서울캠 학생생활상담센터는 ‘2022년 실태조사 보고자료’에서 ▲최근 6개월간 1~2회 자해 시도 증가 ▲최근 6개월간 1~2회 자살시도 증가 ▲최근 2년 내 자살시도 경험 증가 추세가 나타났다며 고위험군(자살 및 자해시도) 학생비율 증가에 대한 학내 시스템 구축과 단과대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조사와 비교했을 때 긍정적으로 변화한 지표도 있었다. 백슬기 전문연구원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다빈치캠 학생생활상담센터의 인지도 상승”이라며 “2022학년도 결과에 따르면 전체 65% 이상의 학생이 상담센터를 알고 있다 응답했다”고 전했다. 2021년 다빈치캠 학생생활상담센터의 인지도는 약 50.7%였다. 더불어 학생생활상담센터 이용 경험을 묻는 질문에 다빈치캠 학생 중 약 15.3%는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21년 약 7.3%보다 약 8%p 상승한 결과다. 백슬기 연구원은 “실제로 지난해 센터에서 실시한 프로그램에 학생들이 참여한 비율도 2021학년도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우울과 불안, 진로 고민과 취업 걱정으로 괴로운 학생들은 어떤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까. 2022학년도 서울캠 기준 재학생의 스트레스 대응방식을 살펴보면 ▲지인과의 대화 약 19.2% ▲기분 전환 활동 약 18.5% ▲긍정적인 생각 약 18.3%로 각각 1·2·3위를 차지했다.
 

  권순범 학생(AI학과 3)은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떤다”고 말했다. 이은화 학생은 “클라이밍과 같은 활동적인 스포츠를 하거나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전했다. 마음가짐을 정비하는 학생도 있었다. 소지현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4)은 “최대한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다”고 밝혔다. 김나윤 학생(동물생명공학과 2)은 “일기를 쓰는 등 생각 정리를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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