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원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 바로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만약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 들어보지도 못한 문제가 있다면 어떨까. 대표적인 예시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다. 아직 국내에서 많이 조명되지 않아 생소한 성인 ADHD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다른 정신 질환 증세의 숨어있는 진짜 원인인 경우가 있다. 성인 ADHD가 대학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하고 이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을 알아봤다.

  아동기에서 성인기까지 나타나는 증상

  과거에는 ADHD를 아동·청소년기에 국한되는 장애라고 봤지만 현재는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전 생애적인 장애로 인식한다. 성인 ADHD 유병률은 아동기의 ADHD 유병률을 통해 추산해볼 수 있다. 김윤희 교수(신라대 교육학과)는 “아동기ADHD 비율은 나이대에 따라 6%에서 40%까지 추산돼 굉장히 큰 수치”라며 “아동기에 발병한 증상이 전 생애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대학생 ADHD의 유병률 또한 상당히 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오 교수(창원대 특수교육과)는 많은 대학생이 ADHD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 대학을 대상으로 종단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3년 연속으로 ADHD 성향으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이 20%에 육박했다”며 “이는 굉장히 높은 수치다”고 말했다.

  학업과 대인관계가 심각해지다

  ADHD는 부주의, 충동성, 과잉 행동의 증상을 특징으로 한다. 최아라 교수(광주대 아동학과)는 “아동기에 비해 성인 ADHD의 경우 과잉 행동 문제는 줄지만 충동성이나 주의력 결핍 증상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DHD 증상이 대학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아라 교수는 “주어진 시간표대로 앉아 공부하던 중·고등학교 학생과 달리 대학생은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 늘어나기에 자율성이 더 요구된다”며 “주의력 결핍, 충동적 행동 등의 증상을 겪는 대학생은 계획을 세워 시간을 사용하기 힘들어한다”고 덧붙였다.

  ADHD 증상은 학업 성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진오 교수는 “주의력이 부족하니 강의 내용을 계속 놓치게 돼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일반 학생이 공부하는 것보다 몇 배 더 많은 에너지를 학업에 투입해야 하는데 자기 조절이 되지 않으니 이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윤희 교수는 “시간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다”며 “기분이 좋은 날에는 밤을 새워 공부하고 이후 며칠간 아무것도 못하거나, 공부해야 하는 날에 친구의 부름에 즉흥적으로 나가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ADHD 학생은 학업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최진오 교수는 “충동성이 높아 상대의 말을 끊는 등의 행동을 보여 친구들에게 소외당하기도 하고 조별 과제에서 조원들과 협응하지 못해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윤희 교수는 “집중력이 떨어져 다른 사람 얘기를 듣지 못하고 자기 말만 하며 공감을 못 하는 특징이 있다”며 “대인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른 질환을 발생시키기도

  ADHD는 다른 정신 질환의 발생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아라 교수는 “한 요인이 복수의 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에 해당 요인을 갖는 개인이 복합적인 정서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가지 정신적 증상이 잘 치료되지 않으면 다른 증상이 당연히 함께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김윤희 교수는 “ADHD 증상이 원인이 되어 우울이나 불안, 강박, 의존, 중독 등 여러 가지 다른 심리적 문제까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ADHD 때문에 실패를 겪으며 삶이 어려워지고 그 때문에 개인이 가지고 있던 다른 정신적인 취약성이 드러나게 된다”고 밝혔다.

  최진오 교수는 “우울 문제로 상담했지만 그 근간에 ADHD가 있었던 학생이 있다”며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해당 학생은 스스로 남들과 다르다고 느끼며 학업 문제를 겪었고, 패배감에 시달렸다”며 “ADHD 진단을 받고 실제로 자신이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돼 마음이 편해졌고, 이후 약물 치료로 상황이 나아지니 우울 문제까지 해결됐다”고 전했다.

  최진오 교수는 해당 사례를 “ADHD 증세로 인해 발생한 스트레스의 원인을 자신한테 돌려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학하며 우울감을 느낀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스트레스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릴 경우 분노조절장애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최진오 교수는 “가장 원인이 되는 것은 자신의 ADHD 증상이기 때문에 이것을 잘 조절하고 치료하면 실제로 다른 증세도 호전된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과의 병행

  ADHD 증상은 뇌 기능 장애이기에 완치가 어렵다. 하지만 어렸을 때 ADHD 증상이 나타나는 아이가 성인이 돼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 이런 경우는 ADHD 증상이 사라졌다기보다는 대처 능력이 향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안성희 교수(홍익대 교육학과)는 “정신질환이 있어도 잘 관리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면 완치라고 볼 수 있다”고 얘기했다. ADHD 증상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만 자기 조절 능력을 향상시켜 대학 생활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진오 교수는 “말하기 전에 일단 멈추는 것을 연습해봐야 한다”며 “이를 연습하다 보면 대처 능력이 늘고 ADHD 증상이 조금씩 나아진다”고 말했다.

  학습과 관련한 조언도 있다. 김윤희 교수는 “학생들이 시간관리와 계획하기, 조직화 기술이라는 세 가지 학습 전략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ADHD는 흥미의 범위가 넓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집중력이 좋기에 자기 조절 능력을 학습하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최진오 교수는 ADHD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권했다. 그는 “주의력 결핍이 아닌 주위를 분산시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 충동성이 아니라 도전 의식, 과잉 행동이 아닌 열정과 에너지로 볼 수도 있는 것”이라며 “ADHD가 있다고 해서 뇌 기능에 문제가 있는 장애를 가졌다고 판단하면 그들이 가진 장점을 보지 못한다”고 밝혔다.

  의외로 ADHD는 노력으로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이 ADHD인지조차 모르는 학생은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려 노력의 방향조차 가늠하지 못한다. 원인을 정확하게 알면 문제 해결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정신질환이 있다고 해서 낙담하고 포기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생활 방식을 찾아보고 치료를 통해 해결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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