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를 의식하며 펼친 제2035호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학내 곳곳을 살피는 관심의 지면부터 학교 바깥의(하지만 우리의 바깥이라고는 할 수 없는) 슬픔과 희망을 담은 지면까지 다각화된 조명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을 강하게 체감하던 근래였는데 신문을 통해 긍정의 힘을 엿본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학교 폭력을 다룬 화제의 드라마 때문이었을까. 이번 호에서는 특히 학교폭력의 대학 입시 반영을 다룬 기사에 주목했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의식적인 노력과 제도적인 노력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학폭 해결을 위한 의식적인 재고 이전에 제도 변화가 준비되는 느낌이다. 학폭 이력을 입시에 반영하는 일이 응보주의적 시선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 폭력에 대한 치우친 시선이 만연한 듯하다.

  폭력 이후 징벌에 집중하게 되면 피해자의 미래보다 가해자의 현재가 대두된다. 참으로 두려운 일이다. 가해자의 현재, 다시 말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 집중하게 되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근본적인 해결은 흐려진다. 

  미디어는 인과응보의 통쾌함을 그려내지만 미디어는 단편이고 현실은 무한한 서사이기에 현실에는 미디어가 담지 못한 장면이 더 많다. 드라마는 끝이 있지만 현실은 끝이 없어서 현실은 드라마가 끝나고 비로소 시작된다. 우리의 사유는 미디어가 제시하는 단면을 넘어서야 할 테다.

  한 기자가 칼럼에서 언급했듯 '누구나 이야기가 있다'. 어디에도 이야기가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장면의 뒷면에도 이야기가 있다. 미디어의 조명에 가려진 그림자 속 이야기. 차분히 바라보면 서서히 보이는 암순응의 과정처럼 조금 생각의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김세실 학생
문예창작전공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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