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중문화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키워드는 ‘레트로’이다. 빈티지한 것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대중들의 생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년부터 Y2K 감성의 의류를 찾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10~20대를 겨냥하여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는 빈티지 마켓들과 그 마켓에서 판매하는 30~40년 된 의류들을 구하기 위해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대중음악계에서도 이 움직임이 활발하다. 디지털 음원이 아닌 바이닐과 CD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며, 22년에는 1990년 이후로 처음으로 바이닐의 판매량이 CD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전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다고 여겨지는 빌보드 차트의 상위권에 위치한 많은 곡의 프로듀서들은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와 빈티지 복각 악기들을 이용하여 60~70년대의 음악들을 재해석한 많은 ‘Neo-’ 한 곡을 만들어내고 있다. 

  ‘레트로한 것’을 찾는 수요가 많아지며 이를 겨냥한 마케팅도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 작년 한국 음악계를 휩쓴 뉴진스는 모두가 선망하는 ‘레트로’를 그려내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뉴진스의 음악은 음악적으로도 현대 K-POP 음악 시류에 맞는 작품이라고 보기 힘들다. 많은 K-POP 곡에서 추구하는 맥시멀리즘을 포기하고 최소한의 악기와 샘플만을 이용하여 프로듀싱한 뉴진스의 첫 EP에서는 90년대 후반, 00년대 초반, 초기 K-POP의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다. <Ditto>에 등장한 캠코더, 그리고 여러 곡에서 보여주는 독특한 의상과 뉴진스만의 컨셉을 통해 1020 세대들은 3040 세대가 지내온 ‘미지의 세계’에 대한 환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게 되었으며, 3040 세대는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며 향수를 느끼고 있다. 

  직접 겪어본 적이 없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선망, 그리고 이미 지나가 버린 날에 대한 회상… 그렇다면 오늘날 이런 ‘레트로한 것’을 찾는 행위를 단순한 추억에 대한 회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 개인마다 ‘레트로’한 것을 바라보는 관점은 이처럼 다르지만, 어떠한 ‘세계’에 대한 동경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레트로’한 콘텐츠를 통해 옛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생’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를 만들어준다. 즉 ‘현생’에서 잠시 벗어나 퇴근길에 듣는 뉴진스의 <Attention>, 학교 가는 길에 걸쳐 입는 보풀이 올라온 빈티지 의류들은 갑갑한 삶 속에서 다른 세계를 잠시 내다볼 수 있는 도피처를 마련해준다. 

  테이프를 뒤로 돌려감고, 턴테이블에 레코드판을 올리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단순한 문화현상 중 하나일 수 있는 ‘레트로 신드롬’.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 이면의 ‘현생’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움직임, 그리고 그 움직임이 주는 사회문제에 대한 통찰이 아닐까.

 

김호진 학생  
사회학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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