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흰 눈이 온 세상에 소복소복 쌓이면/하얀 공장 하얀 불빛 새하얀 얼굴들/우리네 청춘이 저물고 저물도록/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후략) 노래를 찾는 사람들 <사계>中

  2908시간. 1988년을 살던 노동자는 1년에 2908시간을 일했다. 이는 평균 연간 근로시간이니 물론 사람에 따라 그보다 훨씬 많게도 적게도 일 했으리라.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부른 <사계>는 1980년대 방직공장 여공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봄으로 시작하는 노래 가사는 다시 봄으로 끝을 맺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밤을 새는 여공들의 곁엔 작업등과 별빛 그리고 미싱밖에 없었다.

  3120시간. 주60시간 1년 52주를 일하면 3120시간을 일하게 된다. 6일 정부는 주52시간제를 개편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내놓았다. 주 단위로 제한하고 있는 연장근로 시간을 월, 분기 단위로 넓혀 최대 주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는 여론의 몰매를 맞았고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수습에 나섰다.

  2021년 임금근로자는 약 17.03일의 연차휴가를 받았으나 실제 사용일 수는 약 11.63일에 그쳤다. 정말 대통령은 바짝 일하면 쉴 수 있을 거라고 믿는걸까. 용산에 앉아 공론을 펼치는 그에게 노동정책이란 무엇일까. 노동현장의 신음이 정부에겐 너무나 먼 듯하다. 지난해 한국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1915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199시간 더 길다. 노동자로서 살아갈 우리네 미래가 작업등과 별빛으로 가득하지는 않을지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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