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관(100주년기념관) 참슬기식당의 백반 가격은 5500원이 됐다. 서울캠 인근 식당에서는
가격표가 수정된 메뉴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한 끼 가격은 10000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약 5.1%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입니다. 경제 불황 속 경제적 취약 계층은 더 큰 타격을 입기 마련인데요. 부모님 또는 제3자의 도움 없이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힘든 대학생 또한 경제적 위기에 노출되기 쉽죠. 중앙대 학생은 물가 상승에 따라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요.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진수민 기자 susky@cauon.net

“높은 식비로 물가 상승 체감”
지역 상권 고통 심해졌다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지갑이 얇아진 학생은 기댈 곳이 사라진다. 안정적인 수입이 없는 대학생은 물가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 과도한 인플레이션 상황 속 중앙대 학생과 서울캠 주변 상권의 상황을 살펴봤다.

  하루 22300원으로 살아보기

  2월 13일 기준 아르바이트 채용 플랫폼 알바몬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2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아르바이트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약 66만 7000원이다. 한 달을 30일로 가정했을 때 하루에 사용 가능한 금액은 약 22300원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A학생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학생이 학교에 갈 때 이용하는 광역버스는 2800원이다. 도착해선 잠을 깨기 위해 310관(100주년기념관) 카페드 림에서 2100원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오전 수업 후에는 정문 앞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점심 메뉴가 10000원을 넘지 않는 식당이 많지 않아 어쩔 수 없이 12000원짜리 돈가스를 먹는다. 고된 수업을 모두 마치고 저녁 식사를 위해 310관 참슬기식당을 찾는다. 최근 백반의 가격은 5500원으로 인상됐다. 귀가하는 길에 다시 광역버스를 타면 하루 지출한 금액은 25200원이다. 여기에 통신비·등록금·의류비 등은 별도다.

  자취하는 학생은 더 큰 금액이 필요하다. 약 50만원의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돈으로는 한 달이 아닌 일주일도 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학생 중 부모님이나 제3자의 재정 지원 없이 모든 지출을 충당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점심을 안 먹을 수도 없는데

  최인아 학생(간호학과 1)은 한 달에 약 50~60만원을 아르바이트와 용돈을 통해 마련한다. 집에서 통학하는 최인아 학생은 “교통비와 월세를 지출하지 않고도 한 달에 약 40~50만 원을 소비한다”고 말했다. 이어 “점심 식사를 위해 일반 식당을 이용할 경우 한 끼에 약 8000원~12000원 정도 소비한다”며 “지출의 대부분을 식비가 차지한다”고 밝혔다. 김주헌 학생(영어영문학과 2) 또한 “한 끼 식비가 인상된 것을 보며 물가 상승을 체감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 끼에 약 10000원~15000원 정도 소비한다”며 “늘어난 식비가 부담돼 최근 배달 음식 이용 빈도를 줄였다”고 답했다. C학생(도시계획부동산학과 2)은 “308관(블루미르홀308관)과 309관(블루미르홀309관)의 기숙사 식당 가격이 각각 5500원, 7000원~12000원”이라며 “가격이 크게 저렴하지 않아 외식을 대체할 만큼 합리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점심값 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일컫는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은희 교수(인하대 소비자학과)는 “식자재값 및 공공요금 인 상이 음식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식용유 등의 재룟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서울캠 주변 상권의 물가는 어떨까. 6년째 식당 하노이별을 운영하는 김태윤씨 (59·사장)는 “5년전 7000원이던 쌀국수 가격이 8900원으로 올랐다”며 “코로나19로 호주산 소고기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 가격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정문 앞에서 20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해온 사장 B씨는 “5년 전과 비교해 메뉴 가격이 평균 2000원 가량 증가했다”며 “최저시급이 점차 상승 해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10년째 하꼬멘 식당을 운영하는 이형규씨(53·사장)는 메뉴의 가격을 5년간 1000원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부가 함께 운영해 인건비는 절약했지만 밀가루나 삼겹살 등 식자재값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가격을 인상해도 물가 상승으로 인해 순이익은 증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이 멀면 부담은 가중된다

  자취하고 있거나 기숙사에 거주할 경우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은 더욱 증가한다. 자취하는 장윤지 학생(광고홍보학과 3)이 월세를 포함해 매달 지출하는 생활비는 약 150만원이다. 장윤지 학생은 “생활비 중 가스비와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며 “주변 지인 중에는 이번 겨울에 한 달 가스비가 약 16만원이 나온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C학생은 매달 약 30만원을 기숙사비로 지출한다. 통학생과 달리 모든 식사를 학식이나 외부 식당에서 해결해야 하는 C학생은 “한 끼는 외부 식당을 이용하고 나머지는 학식을 먹는다”며 “학식만큼은 학생 복지를 위해 가격이 동결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캠퍼스 주변 월세에 관한 분석을 내놓았다. 김경순씨(55·행복한아크로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지난해 여름 전면 대면 학사로 전환된 이후 자취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공공요금 인상에 관해서는 기존 약 7~8만원 정도 청구되던 관리비가 10만원 선까지 상승한 것으로 파악했다. 최근 5년간 월세 추이에 대해 정해경씨(52·아크로114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5년간 약 5~10만원 정도 상승했다”고 답했다. 석병훈 교수(이화여대 경제학과)는 “인플레이션 상황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며 “소득이 적은 대학생 등은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식비, 인건비, 관리비, 교통비 등 다양한 분야의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학생과 지역 상권의 고통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