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초등학교 교과서 「말하기·듣기·쓰기」가 「듣기·말하기·쓰기」로 바뀐 걸 기억하시나요. 담임선생님께선 말하기에 앞서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과목명이 변경됐다고 설명하셨는데요. 12년이 지난 지금 기자는 비로소 그 뜻을 이해했습니다.

  기자는 듣기보단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내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를 즐겁게 만들고 어떤 결정에 있어 내 의견을 관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이런 성향 탓에 여론부 기자로 활동하는 게 두렵기도 했습니다. 기사 작성을 위해선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득하게 들을 줄 알아야 했기 때문이죠. 질문으로 빼곡하게 들어찬 취재요청서를 토대로 인터뷰이의 세세한 이야기를 궁금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인터뷰이의 긴 서사를 씹고 뜯고 음미하다 보니 어느새 잘 쓰인 소설책을 읽은 듯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기사를 준비하며 다양한 학내 구성원을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중앙대 재학생부터 졸업생, 학교 인근 상인과 버스 기사까지 캠퍼스를 거닐며 무심코 지나쳤을 사람들의 인생에 귀 기울였습니다. 직함을 잠시 내려놓고 사람 대사람으로 마주한 그들은 저마다 다양한 서사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기자의 23년 인생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삶의 굴곡과 고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지루한 내레이션처럼 들리던 그들의 이야기가 인생의 해결책처럼 다가온 순간이었죠. 내가 속한 세상 너머의 삶은 무엇인지, 편견에 갇히지 않으면서 고정관념에서 탈피할 수 있었습니다. 돌다리를 건너기 전 두드려보듯 미래의 시간을 살아가기 전 먼저 인생을 살아본 선배의 말을 들어봄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람에게도 그가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인생의 노하우가 있죠. 그 노하우를 가장 쉽고 빠르게 습득할 방법은 듣기, 즉 경청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은 매 순간 고민하고 결정을 내립니다. 인류의 고민과 결정이 누적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만들어졌죠.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 세상은 인류의 고민과 결정으로 점철되고 있습니다. 인류의 결정엔 진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인류는 고민을 되풀이하며 진리에 가까워지고 있죠. 결국 이 세계의 정답은 개별 행위 주체의 의사결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죠. 각자의 가치관을 갖고 인생을 영위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기자는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자의 세계 속 진리를 찾아 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정답없는 세상에서 듣기의 힘은 큽니다. 해답보단 가치를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며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이만 마침표를 찍어봅니다.
 

정다연 여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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