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교육부가 학교폭력(학폭) 가해학생 조치사항을 대입 전형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학내 구성원과 교육 전문가 등 사이에 다양한 의견이 일었다.

  학폭 입시 반영 움직임 일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2023학년도 학교폭력 대입 반영 현황'에 따르면, 7일 기준 요구자료를 제출한 전국 162개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외 대입 전형에서 학폭 반영 전형 비율이 15%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3학년도 기준 조사된 체육특기자 전형 67개의 약 13%가 학폭 이력을 평가에 반영하고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보호 체계 개선 방안’에 따라 2025학년도 대입부터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학생부 학폭 반영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체육특기자 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을 제외한 학생부 교과⸱수능⸱논술⸱실기/실적 전형에서는 각각 학교폭력 전형 반영 비율이 각각 6%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시 전형에서 학폭을 감점 요소로 반영하는 곳은 자료가 조사된 135개 전형 중 4개 뿐이다. 서울대는 정시 전형에서 학폭 이력을 반영한다. 서울대 ‘2023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정시모집 안내’는 수능 위주 전형에서도 합격자 선정 시 학내외 징계 여부 및 그 사유 등을 감점 사유로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한 징계 여부 및 그 사유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다고 기재했다. 다만 학폭 여부와 수준에 따른 감점 폭은 공개하지 않았다.

  ‘2024학년도 중앙대 입학전형 기본계획’에 따르면 중앙대는 수시 전형 중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등 제출서류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학생부교과전형과 논술전형에서는 교과와 비교과(출결)만이 평가요소다. 특히 정시 전형에서는 수능 성적을 100% 반영해 학폭 여부를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 다만 체육교육과에 한해 정시 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를 근거로 종합적인 서류평가를 실시한다.

  이상국 입학정책팀장은 “중앙대는 수시 전체 전형에서 미인정 결석이 1일을 초과할 때부터 감점한다”며 “타대 대비 미인정 결석에 대한 감점 폭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학폭에 의한 처벌로 출석 정지 등의 미인정 결석이 발생하는데 미인정 결석은 출결 평가요소에 의해 감점되므로 중앙대 지원 시 학폭 이력이 간접적으로 평가에 반영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9일 교육부는 ‘학교폭력 근절대책 추진 방향’을 국회 교육위원회에 보고했다. 교육부는 학폭 가해학생 조치사항을 대입 전형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가해학생 조치사항의 학생부 기재 보존기간을 연장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중앙대는 해당 입시 정책에 따라 2025학년도부터 전형 전반에 학폭 기록 반영을 검토하고 있다. 이상국 팀장은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은 4월 대교협의 심의를 거쳐 확정 공고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건국대·고려대·연세대·한양대 등 서울 주요 대학도 앞으로 학폭을 정시 전형에 반영할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학폭 입시 반영에 다양한 의견
  장유지 학생(영어영문학과 2)은 “처벌받지 않기 위해 학폭을 저지르지 않는 학생이 있을 것이기에 해당 조치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동민 교수(교육학과)는 “희생자에게 미치는 폭력의 부정적 영향을 생각하면 현실적인 조치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우지향 교수(교육학과)는 “학생부전형은 교과 성적보다 비교과 영역을 더 중시하는 대입 전형이므로 학폭으로 인한 처벌 등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는 대학은 현 입시평가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학폭 가해자의 처벌에만 집중하는 대책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엄벌주의적 대책보다 교육적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동민 교수는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이 가해자에게 대학 교육의 기회를 제한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대학 본래의 목적과 양립하지 않는다”며 “누구든 대학에서 학업을 통해 지적·인격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가해자가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결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학은 어떤 교육을 제공해 가해자의 인격적 성장을 이룰지를 고민해야 하는 주체”라고 말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대표도 “학폭 징계 기록의 대입 반영은 엄벌주의 방식”이라며 “피해자의 회복 여부보다 가해자의 징계 조치가 더 중요시되고 있다”고 현 사태를 꼬집었다. 이어 “피해자의 회복과 가해자의 진실된 반성과 책임을 지향점으로 해결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지향 교수는 무리하게 모든 입시전형에 학폭 조치내용을 반영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우지향 교수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1조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언급하며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이 법률의 목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시 전형의 구체적인 평가 지침은 대학 자율에 맡기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각 대학이 수능점수를 다양한 비율로 반영하는 만큼 교육부에서 기본적인 지침만을 제공하는 것이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할 방안”이라고 밝혔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학창시절 학폭에 대한 트라우마는 대학 생활 그 이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래 관계에서 폭력을 경험할 경우 사회적 관계가 위축될 수 있으며 우울⸱불안 등 다양한 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서울캠 학생생활상담센터 관계자는 “심각한 폭력을 당하면 강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 건강 질환인 외상을 입는다”며 “이는 대학 생활 이후의 삶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떠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까. 김동민 교수는 “근본적으로 학폭은 우리 사회에 허용될 수 없다는 인식이 학교의 전 구성원에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캠 학생생활상담센터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어떤 식의 폭력도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또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피해자는 과거 폭력상황에 노출됐던 경험이 현재 대학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에서의 학폭 대응력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가 학교 전담기구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하고, 인성 및 학부모 교육 강화와 교권 강화를 통한 학폭 사전예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지향 교수는 “동일한 내용을 반복해 교육하면 학생이 교육 내용을 설득력 있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기존의 학폭 예방 프로그램의 한계를 진단하고 새로운 예방교육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폭은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학폭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한성준 대표는 “경쟁 중심의 입시체제, 폭력을 정당화하는 미디어 속에서 학폭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지향 교수는 “성인이 힘의 불균형을 바탕으로 만든 사회구조와 폭력문화가 청소년들에게 여과 없이 투입돼 학폭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먼저 반성해 사회 전반의 폭력 문화를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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