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이가 잘 썩습니다. 그런 체질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그런 게 어딨냐며 비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양치를 안 하는 습관을 괜히 핑계를 댄다며 혀를 찰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얼마나 성실히 양치를 했느냐와는 별개로, 침이 산성을 많이 띌 경우 치아 부식이 쉽게 된다고 합니다.

  매번 “양치를 열심히 안 해서 그래”라고 꾸중을 들었는데 ‘내가 잘못해서 이가 썩은 게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진짜 원인을 안다고 해서 더 이상 이가 안 썩는 것도 아닌데도 제겐 이 사실이 매우 위로가 됐습니다.

  한국인들은 ‘노력’을 정말 좋아합니다.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은 없다고 얘기하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이루려던 것을 성취하지 못했을 때, “네가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라며 “될 때까지 하는 게 노력이야”라고 가르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자는 항상 자책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웠던 것 같습니다. 마음이 우울해질 땐 노력으로 극복하려 했습니다. “너 이거밖에 안되는 사람이야?”라고 채찍질하며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 고군분투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엔 의식이 시키는 노력으로 통제가 안 되는 것들이 존재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나오는 침보고 이 썩기 싫으니 다시 들어가라 할 수도 없고, 침샘보고 산을 약하게 만들 수는 없겠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약해지는 마음을 붙잡고 강해지라고 아무리 다그쳐도 어쩔 수 없습니다. 대개 잊고 있는 사실이지만 마음은 뇌의 전기신호 작용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뇌 또한 침샘과 같이 노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신체기관이죠.

  3월에서 5월은 연평균 자살자가 가장 많은 시기입니다. 곳곳에 생명의 기운이 감도 는 봄이지만 누군가에겐 견디기 힘든 시기가 되기도 합니다. 기온과 일조량의 변화에 뇌가 영향을 받아 세로토닌 등의 호르몬 분비가 불균형해지기 때문입니다. 뇌가 유난히 환경에 영향을 잘 받는 체질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자가 이가 잘 썩는 체질을 타고난 것처럼 말이죠. 아마 이번 주 급격히 따뜻해진 날씨를 느끼며 “이렇게 날이 좋고 남들은 행복한데 나만 왜 우울한 걸까”라고 고민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세상이 말하는 “노력으로 극복하라”는 요구를 무시해야 합니다. 해가 길어지는 걸 막을 수도 없고 뇌가 계절에 반응하는 것을 멈출 수도 없는걸요.

  자신의 의지나 노력이 부족하거나 자신이 잘못해서 우울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울한 것이 나쁜 것도 아니죠. 이번 봄에는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자책하며 속상해하는 대신 스스로의 상태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보듬어주는 따뜻한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요.

도다연 사회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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