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비율 특히 높은 수도권대학
수능과 고교학점제 연계 어려워

고교내신 성취평가제 확대 예정
수시도 전반적인 변화 필요해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다. 이에 따라 2028학년도에는 고교학점제에 기반한 대학입시가 시작된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의 정시모집 비중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고교학점제의 비전 실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내신 평가 체계 변화에 대비해 수시전형 또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에 대비해 대입제도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대입제도 격변을 눈앞에 두고 있는 중앙대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중앙대의 입시제도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알아봤다.
 

  고교학점제, 선택폭은↑ 경쟁은↓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이수해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선택과목에 대한 수요 조사 및 수강신청 절차를 거쳐 학생 개개인의 수요를 반영해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이로써 교사 중심의 지식 전달식 교육을 넘어서 학생 스스로 의미 있는 지식을 얻고 진로와 학업을 디자인하는 교육체제를 설계한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추진 배경으로▲4차 산업혁명 ▲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디지털 세대의 변화된 학습 성향 ▲사회적 불평등·양극화에 따른 교육격차 심화 ▲새로운 인재상의 필요성 대두 등을 꼽았다. 고교학점제는 2020학년도 마이스터고에 도입됐고 지난해부터 특성화고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올해 일반계고 및 특목고 등을 대상으로 부분 도입을 거쳐 2025학년도부터 전체 고등학교에 적용될 계획이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공통과목·일반선택과목·진로선택과목으로 구성된 현행교육과정에서 학생 선택 중심의 과목구조로 개편이 이뤄진다. 기초소양 함양을 위해 공통과목은 유지되고 선택과목이 일반·융합·진로선택과목으로 세분화된다. 과목출석률과 학업성취율 조건을 충족하면 해당 과목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과목 이수기준을 충족해 3년간 192학점 이상을 취득하면 졸업이 가능하다. 출석일수만 충족하면 되는 현행 졸업 요건이 학점취득 기준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평가 체제 또한 달라진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적용되는 2025학년도부터는 모든 선택과목과 한국사를 성취평가제로 평가하고 공통과목만 9등급의 석차등급을 병기한다. 다음해까지는 진로선택과목만이 성취평가제로 운영되며 공통과목 및 일반선택과목은 석차등급을 병기한다. 성취평가제에서 성취도는 A~E와 I 총 6단계로 평가된다. 성취도 A~E는 이수, 성취도 I는 미이수 처리된다. 성취평가는 학생들의 서열이 두드러지는 상대평가가 아니라 평가의 준거가 되는 성취기준과 학생의 성취수준에 비추어 성취도를 판단하는 절대평가다.
 

  수시 확대 추세 속 수도권만 역주행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다음해 전체 대학 모집 인원 중 약 79%는 수시모집으로 선발된다. 수시모집 비중은 지속해서 늘고 있다. 전체 대학 수시모집 비중은 2013학년도 약 62.9%에서 올해 약 78%로 10년간 약 15.1% 증가했다.
 

  대학의 수시 선호 경향이 두드러지는 이유에 관해 일부 전문가는 수시전형 입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언급했다. 송미나 한국교육정책연구소장은 “수시는 단순히 점수에 맞춰 진학하는 전형이 아니고 적성과 진로에 대한 고려가 반영되는 전형”이라며 “수시모집으로 선발된 학생의 대학 적응도가 높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 소재 4년제 국립대학인 A대학의 2015학년도부터 2019학년도까지 입학생을 연구한 「대학 입학전형에 따른 대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및 중도탈락률 차이 분석」에 따르면 수시전형 입학생이 정시전형 입학생보다 학업성취도는 높고 제적률은 낮았다. 평점평균은 종합 전형이 3.47로 가장 높았고 교과 전형 3.32, 정시전형 3.15 순으로 나타났다. 정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의 제적률은 약 14.58%로 수시전형 입학생 제적률보다 최대 약 3.9배 높았다.
 

  반면 수도권 대학은 전국 지표와는 달리 정시모집 비중이 확연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대의 정시모집 비율은 2019학년도 약 24.7%에서 2024학년도 약42.1%로 올라 전국 정시모집 비율인 약 21%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이상국 입학정책팀장은 이에 관해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과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으로 인해 수능위주전형을 40% 이상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대입전형과 고교 교육과정 간 연계를 강화하고 전형 운영의 공정성을 제고하고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대학이 해당 사업에 지원하기 위해선 2023~2024학년도 입시전형에서 수능 위주 전형을 30% 이상으로 조정해야 한다. 중앙대를 포함한 수도권 일부 대학의 경우 대입전형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40% 이상으로 올릴 것이 요구됐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2018년 대입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수시에 대한 불공정성 문제가 불거졌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당시 교육부가 학생부 중심 전형 비율이 높은 수도권 16개 대학에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상향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와 입시제도 조화 이뤄야

  일각에서는 정시모집 비율 확대 정책과 고교학점제가 상충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2월 27일 열린 ‘제4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에서 조상훈 숭실대 입학처장은 “수능은 본래 목적이 대학에서 학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수단이었기에 고교학점제를 포함한 개정 교육과정의 비전을 담아내기에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개인별 교과 설계에 따른 자기주도성·창의성을 평가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소영 팀장은 “고교학점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수능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줄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시전형에서 정시전형으로 이월된 정원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과반을 정시전형으로 선발하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대학 입시제도 사이의 연계성이 굉장히 약화된다”고 주장했다.
 

  정시 확대가 시대적 흐름과 다르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재곤 교수(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는 “수시전형 입학생이 정시전형 입학생보다 학업 성취도가 높고 제적률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시전형을 늘릴 것이 아니라 수시전형의 불공정성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한 후 수시전형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1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에서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된 시기인데 수능과목은 이러한 시대의 변동성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미래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수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능에서도 다양한 선택과목을 응시하고 평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고교학점제를 바탕으로 수능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중앙대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이상국 팀장은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대비해 대입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고교학점제 연계 교과·창체활동 지원사업, 교육청 연계 고교학점제 지역별 세미나, 고교학점제 공유 포럼 등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고교학점제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경험으로 고교학점제의 현실을 이해하고 전형설계 및 평가 방향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고교학점제 기반 대입이 시작되는 2028학년도 입시에 대비해 대입제도를 개편하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현재 시점부터 2028학년도까지 순차적으로 대입제도 개편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으로의 대입제도 방향성에 관해 전문가들은 고교 교육과정 이수 이력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신소영 팀장은 “대입제도는 본질적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잘 운영될 수 있는 방향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학생이 자신의 진로 적성을 고민한 흔적이 대학 입학 사정에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의 과목 이수 이력 자체가 진로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된다”며 “과목의 이수 과정 및 이력이 대학 입학 사정에서 충분히 평가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미나 소장 또한 “절대평가 시행으로 성적 변별력이 크지 않아 교과성적을 기반으로 합격 당락을 결정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미미한 성적 격차보다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위해 어떠한 과목을 선택해서 이수했는지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입제도에서 중요한 두 가지 가치는 고교교육 정상화와 대학의 자율성”이라며 “대학은 각자 추구하는 인재상과 교육목표에 적합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입제도 개혁엔 굳은 결단과 추진력이 필요하다. 송미나 소장은 “대학이 사회와 제도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함께 대학 스스로의 희생이 담보된 자기혁신이 조화돼야 한다”며 “희생 없는 혁신과 지원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라며 “이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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