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표면의 약 70%를 덮고 있는 바다에는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생태계를 꾸린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물들은 이누이트족의 중요한 식량이다. 그러나 우리는 바다에 쓰레기를 버린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결국 누군가의 희생을 낳는다는 것을 모른 채.

  이누이트족의 세드나 설화
  그린란드에는 세드나라는 검은 머리 소녀가 한 청년과 결혼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세드나가 남편에게 고통받는다는 소식을 들은 그녀의 아버지는 세드나를 집으로 데려오려고 그녀를 배에 태웠다. 남편은 거대한 독수리로 변신해 거센 날갯짓으로 큰 폭풍을 일으켰다. 배는 휘몰아치는 파도에 휩쓸렸고 세드나는 배 밖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배의 난간을 잡았지만, 세드나의 아버지는 배에 탄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녀의 손가락을 모두 잘랐다.

  차갑고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세드나는 바다의 여신이 됐다. 세드나의 손가락에서 흐르는 피는 작은 물고기들로 변했고 머리카락에서는 온갖 해양 동물이 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그녀의 검고 긴 머리카락은 온갖 바다 쓰레기로 인해 엉망이 됐다. 세드나의 엉킨 머리카락에서 더 이상 해양 생물들이 나오지 않자 사냥감을 잃은 이누이트족은 굶주렸다.
  
  이누이트족은 무당인 앙각코크가 이 상황을 해결 해주길 바랐다. 앙각코크와 세드나는 기나긴 싸움을 했지만 결국 앙각코크는 자신이 그녀를 돕고자 한다는 것을 설득했다. 그는 세드나의 머리카락을 빗으며 머리카락에 얽힌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다시 깨끗해졌고 바다표범, 순록 등 10마리의 다양한 생물이 머리카락에서 헤엄쳐 나왔다.

  전설이 말하는 오늘
  이누이트족의 세드나 설화는 단순히 전해져 내려오는 재밌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쏘아 올린 해양 쓰레기와 기후 변화라는 작은 공은 이누이트족에게 커다란 공이 되어 떨어지고 말았다. 버려진 플라스틱은잘게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이는 강이나 지하수를 통해 바다에 이른다. 지구를 둘러싼 바다는 큰 순환을 통해 구석구석 해양 쓰레기를 전달한다. 심지어 현재 최소 700여 개의 바다가 생명이 살아갈 수 없는 죽음의 바다로 진단받았다. 막대한 양의 해양 쓰레기는 대한민국 영토의 16배가량의 거대한 쓰레기 섬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오늘날 해양 쓰레기와 수온 상승, 생물 다양성 감소 등과 같은 인간이 초래한 환경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세드나의 검은 머리카락이 단단히 엉켜 다시는 풀리기 어려운 상황일지 모른다. 하지만 설화 속 세드나의 머리카락을 깨끗하게 되돌린 것이 인간인 앙각코크였던 것처럼, 인간이 스스로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죽음의 바다를 다시 생명의 바다로 되돌릴 수있도록, 우리의 삶이 존속될수 있도록 노력의 첫걸음은 이제라도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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