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수 극지방 여행전문가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북극 여행을 하면서 10차례가량 이누이트족을 방문해 고래 사냥터에서 함께 생활했다. 그가 북쪽 끝에서 겪은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이누이트족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봤다.
-고래사냥에 나타나는 자연관은.
“이누이트족은 고래가 잡히면 그들이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고래가 그들에게 잡혀준 것이라고 여기죠. 그래서 고래 고기를 주변의 자연과 함께 나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누이트족과 고래사냥을 갔을 때 고래 부위 중 가장 값비싼 ‘마탁’ 부위를 새 먹이로 주더라고요. 맛있는 것을 함께 나눠 먹는다는 마음으로 새들에게 준다고 해요.”
-색다른 음식을 경험했다고.
“고래사냥을 나가 텐트를 치고 잠시 쉬면서 빙하를 끓여 만든 커피를 마시곤 했죠.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 만, 수천 년 된 빙하를 녹여 마시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어요. 한 번은 이누이트 집에 가서 후식을 먹는데 아 이스 캔디라는 것을 권하더라고요. 사슴 피와 고기, 설탕을 비닐에 싸서 얼린 것이었습니다. 고기 냄새가 나긴 했지만 독특한 경험이었어요.”
-이누이트족과 생활하면서 느낀 점은.
“과거 바이칼 호수에서 살던 인류가 빙하기가 찾아 오자 남쪽과 동쪽으로 흩어졌습니다. 이때 남쪽으로 간 인류가 중국, 한국 등에 정착했고 동쪽으로 베링해를 넘어 정착한 이들이 이누이트족인데요. 우리와 뿌리가 같아서인지 이누이트족은 그린란드, 캐나다 등 먼 곳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한국과 문화가 유사해요. 우리처럼 아기를 업고 다니기도 하고 조상을 상당히 잘 섬깁니다. 이렇게 유사점이 많다 보니 함께 생활하면서 이누이트족이 동네 아저씨나 이웃사촌처럼 가깝게 느껴졌어요.”
-기후 문제로 전통이 어떻게 변했는지.
“기온이 높아지면서 이누이트족의 전통가옥인 이글루는 다 녹아버렸죠. 멀리 사냥을 갈 때면 이동 중간에 휴식을 위한 이글루를 지었는데 지금은 이글루 대신 천막이나 텐트를 치고 있습니다. 또한 동토가 다 녹으면서 땅은 질척해지고 순록과 같은 사냥감들은 다 도망갔어요. 이 때문에 사냥을 하는 그들의 전통문화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또한 시신을 묻어둔 동토도 녹으면서 무덤도 쓸려가고 있어요. 지구 온난화의 문제가 이누이트족에게 억울하게 돌아가는 거죠.”
-미세 플라스틱이 상당한 피해를 준다고.
“5mm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인 미세 플라스틱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누이트족 여성의 모유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기도 했죠. 우리가 배출한 미세 플라스틱과 플라스틱 가공 쓰레기들이 바다를 돌고 그 플라스틱을 해양 생물이 먹는 겁니다. 그 생물을 이누이트족이 사냥해서 먹죠. 이누이트족이 배출한 플라스틱이 아닌데 그들이 피해를 본다는게 상당히 억울하고 심각한 문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