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할 게 있어요. 내가 지금 가르치는 수업들, 나도 학생 시절에 들었어요. 여러분들과 비슷했어요. 부담이 덜 해 보이는 강좌로 골라 신청했어요. 학교 밖에서 딴짓하느라 어찌나 분주했던지 수업은 잘 안 들어갔어요. 대충 시험을 봤고, 그저 그런 학점을 받았죠. 이 수업들은 흐릿한 기억으로만 남아있어요.

  한 수업은 교수님의 점잖은 잔소리가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공부 다 마치고 아주 나중에 한참 후배로 다시 그분을 뵈었어요. 그제야 훌륭한 인품을 가지신 그 교수님께서 당시 진심으로 학생들에게 해주셨던 말씀이란 걸 깨달았죠. 다른 수업은 교수님 목소리도 잘 알아듣기 힘들었어요. 수업 시간에 몇 번 뵈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나는데, 나중에 대학원 가서 그분 제자가 되었어요. 

  종종 나도 궁금해요. 그때 형편없었던 내가 지금은 어찌 이걸 가르치고 있을까 하고. 나중에야 흥미를 느꼈던 거죠. 다시 다른 데서 다른 선생님들께 새로 배웠어요. 재미있었고, 열심히 했죠. 자기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는 사람은 결국 잘 된대요. 어느새 흑석에 온 지도 십 년이 훌쩍 더 넘었어요.

  새 학기가 되어 새로 수업을 준비할 때 옛날 생각을 해 봐요. 그리고 그 시절 나라면 지금 내 수업을 듣고 싶을까 물어보죠. 대답은 여러분들도 이제 알 거예요. 잘하는 걸까 스스로 물어보면 솔직히 자신 없어요. 나도 결국 짧은 경험의 노예예요. 배웠던 대로 하고 있죠. 더 잘하면 좋을 텐데. 옛날의 나도 좋아했던, 잘 따랐던 그런 수업을 하면 좋을 텐데. 미안해요. 앞으로 노력해 볼게요. 다행인 건 우리 과 다른 선후배 교수님들은 그렇게 잘하시는 것 같아요. 잘 보고 배워야겠어요.

  수업 시간이 닥치면 마음을 다잡아 봐요. 오늘의 쇼를 어떻게 잘 해낼까 하고. 제각기 자리에 앉아 있는 여러분 앞에 서면 원맨쇼의 광대보다는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되고 싶은데, 늘 마음 같지만은 않군요. 기회가 닿으면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있어요. 반응이 안 좋다고 바로 바꾸지는 않고, 조금 더 해 보죠. 고집이 센 걸까요, 유연하지 못한 걸까요? 지나친 자기 확신에 빠지진 말아야 할 텐데. 더욱 성찰해야겠어요.

  여러분들이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재미있는 거, 좋아하는 거 하기에 참 시간이 짧죠. 출석, 시험 점수, 평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는 점수로 줄 세워 들어오죠. 졸업할 때부터 달라져요. 요즈음 회사들은 채용을 어쩌면 그리 복잡하게들 할까요? 점수 말고 여러분들에게 보고 싶어 하는 게 뭘까요? 종종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나라면 회사 신입 사원 뽑을 때 누구를 선택할까? 나는 어떻게 하면 그런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매력적인 사람들이 있어요. 올봄에는 여러분도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데에서 매력을 키워 보길 바랍니다. 

 

고선 교수
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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