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글의 중요성을 얼마나 잘 알고 계실까요. 오늘 강단사색이란 작은 여백을 통해 글의 중요성에 대한 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한 사람의 생각 일부를 정리하여 다른 이에게 전하는 것이고 글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의 생각 조각을 살펴보는 일입니다. 입과 귀를 통해 전달되는 음성언어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스마트 기기의 발달과 더불어 시각과 청각적 정보가 가진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보의 뒤편을 조금만 살펴보면 결국 글이 뼈대가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글은 말보다는 상대적으로 좀 더딘 면이 있지만 말에 비해 더욱 정제될 수 있고, 더욱 세심할 수 있고, 더욱 논리적일 수 있어서 좋은 생각과 합쳐질 때 때론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최근엔 인공지능이 글을 대신 써준다고 하니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것으로 여기지만, 인공지능이 써준 글은 내 생각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내 생각은 내가 쓴 글에서만 제대로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글이 가진 힘을 보여준 훌륭한 예는 너무나 많겠지만 저는 충무공 이순신의 글을 떠올리게 됩니다. 1592년 음력 1월 1일부터 전사하기 이틀 전까지 2539일, 거의 7년 동안의 기록이며 임진왜란의 상황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각인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바로 그분이 쓴 글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장 쉽고 단순한 형태의 글인 일기가 이순신 장군에 의해 기록되어 400여 년이 지난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난중일기라는 이름으로 전해졌을 때 이순신 장군은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매일 저녁 하루의 삶을 기록하시던 당시의 이순신 장군께서 자신의 글이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긴 세월을 초월하여 후대에 이토록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셨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떤 글을 써야 할까요. 글은 누구나 언제나 원하면 쓸 수 있고 글을 쓰는 순간 글쓴이의 생각 일부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게 됩니다. 따라서 악한 생각도 글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고 큰 영향력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글이 생각의 거울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글쓰기가 생각의 수련 과정임을 염두에 두어야겠습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글쓰기 수업을 한다는 것은 알려진 놀라운 사실입니다. 우수한 두뇌로 하버드 대학에 입학한 성인들에게 글쓰기 수업이라니! 저는 해가 갈수록 올바른 글쓰기가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하고 너무나 중요한 삶의 일부라는 것을 더 잘 느끼게 되고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글쓰기 수업이나 프로그램이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전 한 친구가 한 노벨상 수상자와의 만남에서 나누었던 말을 제게 전해준 것이 기억납니다. "교수님, 어떻게 노벨상을 수상하실 수 있으셨나요?"라는 질문에 그분의 대답은 "나는 매일 글을 씁니다"였습니다.


박중열 교수
기계공학부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