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턴기자 주, 현, 영입니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인턴기자 주현영은 공개되자마자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잔뜩 긴장해 덜덜 떨리는 목소리, 질문에 당황해 적절한 답변을 찾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해 하는 모습,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화면 밖으로 나가는 모습까지. 현세대의 미숙한 사회초년생을 잘 묘사했기 때문이다. 열정이 가득하지만 어리숙한 모습은 과거 사회 초년 시절의 본인, 혹은 주변인을 떠올리게 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흥행에 힘입어 <SNL 코리아>는 ‘MZ 오피스’라는 코너를 새로이 냈다. 해당 코너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단어인‘MZ세대’에 대한 풍자를 소재로 한다. 주로 온라인에 게시된 신입사원에 관련된 사건을 재구성한다. 문해력이 다소 부족해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개인주의적인 2~30대 신입사원의 모습이 연출된다. ‘MZ 오피스’에 이어 MZ세대를 우스꽝스럽게 풍자하는 콘텐츠가 방송을 비롯한 온라인 매체에서 잇달아 생산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콘텐츠들은 공감을 키워드로 한다. 세대, 인종, 직업 등 특정집단의 특징을 묘사해 보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더 나아가 특징을 과장해 집단을 풍자하고 웃음을 끌어낸다. ‘맞아. 그때 얘 이랬었는데’ 등 많은 이들이 공유하는 경험을 연상시키고 통쾌한 감정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이 러한 콘텐츠를 마냥 웃으며 볼 수는 없다. 특징을 과장해 콘텐츠화시키는 과정에서 집단에 대한 조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맨 김경욱의 부캐릭터인 ‘다나카상’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본 유흥업소 종사자로 일하다가 한국으로 왔다는 설정이다. 딱 붙는 스키니진과 루이비통 벨트, 아르마니 티셔츠, 샤기컷 헤어 타일이 상징적이다. 미남을 ‘미나무’로 발음하는 등의 중독성 있는 말투와 특유의 입담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이러한 다나카상의 말투가 제노포비아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논쟁에 휩싸였다. 한국의 받침 발음에 어려움을 겪는 일본인의 억양을 희화화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어설픈 발음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제대로 발음조차 하지 못하는 외국인에 대한 혐오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풍자는 대상에 대한 비판 에서 시작되는데 그 대상이 사회적 약자가 될 때 풍자의 통쾌함은 사라지고 조롱의 불편함으로 바뀐다.

  대상이 약자인지 아닌지 선을 그어 구분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문제를 인식하기 쉽지 않다. 어눌한 외국인의 발음을 우스꽝스럽게 흉내내 웃음거리로 삼는 것은 오랫동안 사용된 개그 소재이다. 그만큼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웃어넘기는 동안 조롱이 반복해 생산됐다. 콘텐츠를 윤리적으로 창작하 고 소비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김도희 대학보도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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