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는 여럿이 다 뒤섞여 또렷하게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합니다. 동아리라는 울타리 아래 모인 각양각색 청춘이 이리저리 뒤섞인 모양을 두고 아리아리하다 할 수 있겠네요. ‘아리아리’ 흘러가는 동아리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그 속에 ‘동동’ 떠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포착했습니다. 이번 주는 흑인 음악 동아리 ‘Da C Side’(서울캠 중앙동아리)를 만납니다. 알앤비부터 힙합까지 청춘을 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쿵 짝 비트와 어우러지는 각양각색 흑인 음악에 빠져볼까요? 정해균 기자 sun_virus02@cauon.net
 

Da C Side 동아리원들은 다른 동아리원의 무대를 보면서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Da C Side 동아리원들은 다른 동아리원의 무대를 보면서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사진 정해균 기자


박효신, 아이유 그리고 NCT 127. 기자의 플레이리스트를 차지한 가수들입니다. 빠른 비트와 거친 가사 때문일까요. 유독 힙합 음악은 기자가 넘기 힘든 장벽처럼 느껴졌는데요. 어느 날 기자에게 장벽 너머로 힙합을 관찰할 기회가 찾아 왔습니다. 기자는 107관(학생회관) 가동 604호에서 쉴틈 없이 라임과 플로우를 내뱉는 이들과 교류했는데요. 그들의 음악은 20여 년 이어져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끓어오르는 열정과 번뜩이는 악상으로 가득 찬 흑인 음악 동아리 ‘Da C Side’를 만나봤습니다.

  멜로디에 비트 한 스푼
  따스한 햇빛이 내리쬐던 23일 캠퍼스는 설렘으로 가득 찼습니다. 새내기를 환영하는 입학식이 한창이었는데요. 학생회관에서도 새내기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Da C Side의 고군분투가 이어졌습니다. 604호를 가득 채운 비트와 분주히 두드리는 타자 소리가 한 데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는데요. 권오태 동아리원(전자전기공학부 2)은 힙합 문외한인 기자에게 작곡과 작사의 기초를 알려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권오태 동아리원은 훅을 설명했습니다. “곡의 정체성을 살려주는 파트가 훅이에요. 대중을 사로잡기 위해 대부분 풍부한 사운드로 구성되죠. 특수효과장치인 FX를 넣어 곡의 특징을 살릴 수 있어요.” 이어 권오태 동아리원은 음원 샘플의 BPM을 재가공해 새로운 박자의 멜로디를 탄생시켰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서정적 멜로디에 기자는 킥 드럼 소리를 얹었습니다. 권오태 동아리원은 킥 드럼 소리에 특별한 양념을 가미했는데요. “킥 드럼 소리에 EQ 작업을 해줄 거예요. 주파수를 깎아 필요한 음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 전보다 듣기 편한 소리를 만들 수 있어요.” 기자는 곡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궁금했습니다. 권오태 동아리원은 한 앨범에 1년 가까이 공을 들인 적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일주일이면 곡을 완성할 수 있을 거라는 기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기자는 매일 기사를 쓰지만 여전히 글쓰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기사 제목은 몇 날 며칠을 고민해야 하는데요. 당장 기자의 생각을 가사에 함축적으로 표현하려니 머리가 지끈거렸죠. 권오태 동아리원은 작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라임과 플로우라고 설명했습니다. “비슷하게 들리는 단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라임이에요. 라임을 통해 박자감인 플로우를 만들어 낼 수 있죠.” 라임과 플로우까지 고려해야 한다니 기자의 부담감은 늘어만 갔습니다.

  기자는 난생처음 프리스타일 랩을 녹음하고자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동아리원들이 보는 앞에서 헤드셋까지 쓰니 긴장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취재 당시 기자는 22번째 생일을 맞이했는데요. 생일에도 취재를 나온 현실을 한탄하는 프리스타일 랩을 시도했습니다. 지인준 회장(기계공학부 2)의 시작 신호와 동시에 동아리방은 기자의 생목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시작 신호에 맞춰 랩을 내뱉는 것도, 즉석으로 가사를 떠올리는 것도 모두 엉망진창이었죠. 권오태 동아리원은 기자의 프리스타일 랩을 코드에 맞는 음으로 변환해 듣기 편한 음원으로 가공했습니다.

  라임과 플로우를 고민하다 보면 동시가 떠오른다. 떠오르는 감정들을 짧은 문장에 꾹꾹 눌러 담으며 운율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떨리는 마음으로 마이크 앞에 섰지만 막상 랩을 하기 시작하니 떨림은 두근거림으로 바뀌었다. 권오태 동아리원은 힙합 문외한인 기자에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힙합을 가르쳐줬다.
기자는 떨리는 마음으로 마이크 앞에 섰지만 막상 랩을 하기 시작하니 떨림은 두근거림으로 바뀌었다. 권오태 동아리원은 힙합 문외한인 기자에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힙합을 가르쳐줬다.


  기자는 동아리원들과 함께 상도동 원뮤직스튜디오 지하 녹음실로 이동했습니다. 이날 김희수 동아리원(일본어문학전공 1)의 자작곡<Too Much Ice> 녹음이 진행됐는데요. 김희수 동아리원은 겉옷을 벗어 던지며 녹음에 열중했습니다. 이마에 맺힌 땀이 열정을 입증하는 듯해보였죠. 권오태 동아리원은 김희수 동아리원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기자는 완벽한 두 마디를 위해 30분 이상 씨름하는 동아리원들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무대를 뒤집기 위해 흘린 땀
  5일 뒤 학생회관 601호에선 3월에 예정된 통일공대 새내기새로배움터(새터) 공연과 동아리 정기 공연 준비가 한창이었는데요. 김희수, 김병관 동아리원(영어영문학과 2)은 새터에서 첫 번째로 선보일 자작곡 <604 Free Style>을 소개했습니다. 604는 Da C Side의 동아리방인 604호에서 차용한 숫자인데요. 김병관 동아리원은 해당 곡이 랩으로 하는 자기소개라고 설명했습니다. “제가 Da C Side에서 두 번째로 선보이는 공연이라 떨려요. 새로운 동아리원을 유입시킬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연습하고 있죠.”

  기자는 동아리원들의 액세서리와 스타일링에 눈길이 갔습니다. 힙합과 패션은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인 듯했는데요. 이번 새터 공연 의상이 궁금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크루엘라와 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김희수 동아리원은 Da C Side의 동아리 점퍼를 입고 무대에 오를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동아리 점퍼에 체인 목걸이나 디자이너 브랜드 옷을 매치하려고 해요. 평소엔 굽이 있는 부츠나 스키니진을 코디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동아리원들의 공연 연습을 구경하던 김보라 동아리원(산업보안학과 1)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새내기 동아리원인 그녀는 수줍게 소감을 밝혔는데요. “대학생이 되면 꼭 힙합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게 꿈이었어요. 연습을 보며 저도 동아리원들처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나중에 무대에 선다면 관객석을 향해 다이빙해보고 싶어요.(웃음)” 김보라 동아리원의 열정 가득한 눈빛에 덩달아 기자도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듯했습니다.

  공연을 위해 동아리원들은 주 20시간씩 연습에 투자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손의권 동아리원(소프트웨어학부 2)은 연습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말했습니다. “신입 동아리원의 곡을 듣고 피드백을 주는 시간이 있어요. 제가 먼저 공연을 잘 마쳐야 제 피드백이 동아리원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멋지게 공연을 마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죠.” 공연을 통해 동아리원들의 발전까지 기대하는 모습에서 기자는 Da C Side의 끈끈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소 긴장을 많이 하는 기자는 동아리원들의 긴장 해소법이 궁금했습니다. 손의권 동아리원은 무대에 익숙해지면 긴장이 풀린다고 말했는데요. “실제 무대 현장의 신나는 분위기에 취하면 자연스레 긴장이 풀려요.” 옆에 앉은 김도현 동아리원(에너지시스템공학부 2)은 자작곡 피드백 과정을 거치며 긴장을 풀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동아리원들에게 피드백을 받다 보면 사람들 앞에서 랩을 하는 게 익숙해져요. 전 영상 업무도 함께 하고 있는데 공연 영상을 편집하다 보면 제가 실수했던 부분들을 계속 돌려보게 됩니다. 다음엔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들죠.” 기자는 실패를 발판 삼아 끊임없이 노력하는 동아리원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힙합 음악의 특징인 걸까요. 한 동아리원과 인터뷰 할 때면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동아리원들은 인터뷰 답변에 대해 피드백을 남겼습니다. 기자도 그들의 피드백을 들으며 원활히 인터뷰를 이어 나갈 수 있었는데요. 지인준 회장은 Da C Side의 편안한 분위기를 장점으로 언급했습니다. “동아리원들에게 가감 없는 피드백을 받기도 해요.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동아리원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죠.” 기자는 무조건적인 칭찬보다는 솔직한 대화로 친목을 도모하는 Da C Side만의 독특한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601호에서 공연 연습이 진행되면서도 604호에선 다른 자작곡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기자는 Da C Side의 지치지 않는 열정에 다시 한번 감탄했는데요. 이번 새터 공연 기획에 참여한 권오태 동아리원은 기획 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밝혔습니다. “긴 녹음시간으로 동아리원들이 힘들어했어요. <Too Much Ice> 녹음은 8시간이나 소요됐죠. 힙합동아리다 보니 특이한 퍼포먼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나 미리 일러두자면 관객석 중간에서 등장할 생각입니다. 새터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되는 게 목표죠.”

  지난 4일, Da C Side의 새터 공연은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힙합에 처음 도전해본 기자는 Da C Side와 함께한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기자는 가끔 선배 기자의 기사 피드백에 지칠 때가 있습니다. 반면 Da C Side 동아리원들은 피드백을 창작물에 대한 지적이 아닌 조언으로 수용했는데요. 몸에 좋은 보약은 쓴 법입니다. 쓴소리를 발판 삼아 성장하고자 노력하던 동아리원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음악에 대한 Da C Side의 식지 않는 열정은 계속 뜨거워져만 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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