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가 끝나고 난 뒤, 관람객들은 출구를 빠져나옵니다. 전시회를 빠져 나오는 순간 그들과 혼재하던 전시의 세계는 막을 내리죠. 문화부는 전시가 끝나고 난 뒤 작가와 작품에 관해 깊 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번 호는 정형으로부터 벗어나는 <키키 스미스 –자유낙하>와 함께 추함의 예술 아브젝트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엄정희 기자 rlight@cauon.net
 

'자유낙하'는 키키 스미스의 작품명이자 이번 전시회 제목이다. 키키 스미스는 목적지 없는 자유낙하의 의미를 전시를 통해 전달한다. 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
'자유낙하'는 키키 스미스의 작품명이자 이번 전시회 제목이다. 키키 스미스는 목적지 없는 자유낙하의 의미를 전시를 통해 전달한다. 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

우리는 어쩌면 사회적으로 정형화된 틀 속에서 살아간다. 이런 정형화로부터의 해방을 꿈꾸고 경계를 없애고자 한 여인이 있다. 우리를 새로운 예술의 세계로 이끄는 키키 스미스는 누구인가.   
  
위대한 예술가, 키키 스미스
  1954년 1월, 독일 남부 뉘른베르크에서 키키 스미스가 태어났다. 그녀는 미니멀리즘 예술가 토니 스미스의 딸로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예술과 가까워졌다. 아버지인 토니 스미스로 인해 예술 그 자체에 가까워졌지만 아버지와는 다른 관념의 예술을 시작했다. 토니 스미스는 추상적이고 비구상적인 작업을 추구한 반면 키키 스미스는 신체와 인체 해부학적 작업을 추구했다. 나 아가 그녀는 신체의 해부학적 요소인 자궁과 근육, 난자 등과 같은 부위를 재현했다.
  
  신체에 관한 시야를 확장해가던 키키 스미스에게 죽음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생겼다. 아버지인 토니 스미스와 언니인 베아트리체 스미스 로빈슨의 죽음이었다. 특히 에이즈로 사망한 베아트리체의 죽음은 키키 스미스의 질병과 죽음, 신체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독보적인 궤적의 예술
  “몸을 소재로 쓴 건 인체로부터 사상과 정치, 경제 같은 인체 외부를 둘러싼 각종 사회적 관념 들을 분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키키 스미스는 감상의 대상이었던 인체를 보다 솔직하게 그리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아름다운 굴곡과 결점 없는 피부, 털 한 올 없는 몸으로 표현된 고대 그리스부터 중세시대까지의 신체 이미지를 비튼 것이다. 우리 인체는 각종 체액과 분비 물 등으로 이뤄져 있다. 그녀는 그러한 인체를 있는 그대로 혹은 보다 자극적으로 구현해 냈다. 대표적으로 키키 스미스의 <테일(Tale)>은 배설물이 항문으로 길게 빠져나와 있는 여인의 조각상 이다.

  키키 스미스에게 있어 신체는 ‘모두가 공유하는 형태이자 각자의 경험을 담는 그릇’이다. 여성성과 남성성 등 무언가에 초점을 맞춰 그것을 해방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층적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주의 프레임으로 작품을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그녀의 메시지를 제한할 수 있다.

  키키 스미스는 자신의 예술을 ‘정원 거닐기’라 표현했다. 키키 스미스는 영역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정원같이 경계선 없는 예술을 향유할 뿐이다. 목적지 없이 거닐며 배회하는 움직임은 키키 스미스의 예술세계 그 자체를 나타낸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그녀의 시야는 나와 타자를 되돌아보고 혐오로부터 새로운 미학을 발견 하게 한다.
  
  “예술이라는 것은 사실 스스로 선언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작가입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것입니다.” 기사의 가장 처음, 우리는 모두 정형화된 틀에서 살아간다고 했다. 키키 스미스는 우리 모두가 스스로 ‘선언’을 통해 새롭게 또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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