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코로나19의 터널이 지나고, 몹시도 낯선 대면수업 1년이 또 지났습니다. 교정에는 다시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활기도 넘치고 있지만, 이전과는 비슷한 듯 다른 분위기라 느끼는 것이 저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서먹서먹함’이라고 생각되는 이러한 분위기는 무엇보다 학교생활에서 수업만큼이나 학생들의 성장에 중요한 요소였던 학생들과의 만남, 선배들과의 만남, 교수님과 학생들과의 만남 등 다양한 교류의 장이 줄어들며 단절의 담이 높아진 것이 큰 이유일 것입니다. 

  저는 사람의 성장은 다양한 영향을 통해 이루어지고, 그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한 생각과 경험의 교류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험적 지식은 책을 통한 논리적 지식과는 다른 대화와 부딪침, 아픔, 고민, 우정 등 다양한 감정교류를 통해 축적됩니다. 따라서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수업 외 각종 활동은 우리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기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한 교류 단절과 SNS로 인한 가상현실 소통은 그것의 존재감을 크게 낮추었고, 우리는 어느덧 그것에 익숙해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는 우리는 아픔과 상처를 통한 성장보다는 더 편한 방식을 선호해서 그것을 피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실에서의 교류가 우리 대학에서 수업방식의 기술적 발전 이상으로 다시금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눈으로 마주 보고 손을 잡고 고민을 나누고 생각의 다름으로 다소 상처를 입더라도 그러한 교류가 우리를 더욱 성숙하게 하고 학문과 기술을 성장시킬 것이라 믿습니다. 물론 익숙한 것을 버리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우리 사회를 성장시킨 감성과 교류의 경험이라는 길로 가야 할 것입니다. 

  유학 시절, 저의 은사님은 단풍이 아름답던 2003년 가을에 그해의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를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후 은사님은 그 단풍의 아름다움은 그해 여름의 무더위와 겨울의 한파 때문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아마도 은사님은 사람이나 과실이나 추위와 더위와 같은 어려움을 견뎌야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의미로 그렇게 이야기했을 겁니다. 돌이켜보면 그해의 더위는 인생에 기억이 남을 정도로 무더웠고 그 때문에 2003년에 생산된 와인 중 명품이 많기도 했습니다.
     
  20년이 지난 2023년 봄, 우리가 잊었던 그러한 아름다운 결실을 만들기 위해 단단한 토양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토양은 보다 많은 교류를 통한 서로 간의 깊은 만남이라는 ‘아날로그적’ 방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이전에 우리 캠퍼스에 뿌리내렸던 것입니다. 단지 코로나19로 인한 공백 기간에 우리가 잠시 잊었던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한 목소리가 넘치는 캠퍼스를 기대하며 우리들이 잊었던 그 길을 다시 걸어갈 수 있기를 손 모아 기대해 봅니다.  

이석현 교수
실내환경디자인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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