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문제라니까.”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등장인물 도영이 그의 아내 연진에게 한 말이다. 함께 드라마를 보던 친구는 이 대사를 듣고 “어지간한 재벌이 아닌가 보다.”라며 도영의 재력에 감탄을 내뱉었다. 나도 친구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사를 곱씹어 보았다.

  중요한 건 액수가 아닌 문제가 돈으로 해결될 수 있는지뿐이라니, 대체 얼마큼의 부를 쌓아야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수 있을까?
그러다 문득 도영의 말이 익숙하게 느껴져 기억을 되짚어 보니, 나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나는 그만큼의 재벌도 아니고, 남들 같진 않지만 크게 다르지도 않은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한데 말이다. 웃기게도, 평생을 부유하게 살아온 도영의 여유를 드러내려 삽입된 이 대사는, 내게 진리와도 다를 바 없이 다가온다.

  몇 달 전, 촬영 중 장비를 깨뜨려 걱정하던 친구가 있었다. 부서진 모니터가 장비 내부까지 손상시켰다면 만만치 않은 수리비가 나올 예정이었기에 친구는 촬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집중력을 잃은 그에게 나는 ‘괜찮아, 어쨌든 해결할 수 있잖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라며 위로를 건넸다.

  장비야 수리하면 되고, 인명 사고나 데이터 소실이 아닌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기 때문이다. 맥락은 다르지만 나와 도영은 모두 ‘돈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는 쉬운 문제’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입을 열연것이다.

  비싼 시계, 한정판 구두, 명품 가방, 빛나는 슈퍼카, 값나가는 빌딩은 언제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젊은이의 열정, 노인의 지혜, 낙타의 도덕, 사자의 자유, 아이의 순수 따위는 당장 눈앞에서 번쩍이는 보석에 힘을 잃는 때가 많다. 그러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돈으로 매겨진 가치, 딱 그만큼의 값을 할 뿐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값이 매겨지기에 소유될 수 있으며, 소유에는 돈 이외의 그 어떤 자격도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문제를 마주하지만, 온 마음을 다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시련 중 돈만 있으면 해결 가능한 문제가 과연 몇 개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꿈의 좌절, 현실과의 타협, 관계에의 고립... 누군가는 이러한 난제가 돈으로라도 해결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을 테다.

  보석보다는 순수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 된다면, 지금보다 더 충만한 극복과 초월을 이루며 살지 않을까?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의 가치를 결코 추월할 수 없기에, 나는 우리 모두가 현명한 가치 판단을 하며 각자의 진리에 닿길 바란다.
 

윤도은 학생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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