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의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
사회적 비용 큰 만큼 빨리 해결 돼야


대한민국 마약 문제의 현주소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라는 인식, 현재도 유효할까?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소식이 빈번히 들려온다. 마약은 더 이상 일상과 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마약류사범 수는 2016년 이후로 1만 명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그 수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마약류사범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을 분석해 봤다.

  늘어나는 초범, 쌓여가는 재범
  현재 국내 마약류사범 문제는 ‘들어가는 문은 많은데 나오는 문은 없는 상황’에서 비롯한다. 대검찰청의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마약류사범 재범률은 약 36.6%로 상당히 높다. 여기에 초범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니 마약류사범의 수가 계속해서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마약류 확산에 따른 합리적 대처방안」(이정혁, 2019)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마약류사범의 범죄 원인은 중독이 약 25.7%, 호기심이 약 13.5%, 유혹이 약 10%다. 중독을 제외하면 유혹과 호기심 때문에 마약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가장 많다. 정희선 교수(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는 이전보다 마약류사범이 늘어난 원인에 관해 “SNS의 발달로 마약 구매 창구 노출이 쉬워지고, 조직이 아닌 개인으로도 접근이 가능해졌다. 현재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시도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언급했다. 

  염건웅 교수(유원대 경찰학부)는 “젊은 나이에 중독될수록 마약을 투약할 기간이 그만큼 더 늘어난다”며 “중독된 청년층이 마약류를 지속해서 찾게 되면서 마약 판매상에게 새로운 판로가 열렸다”고 분석했다. 또 “우리나라는 동남아시아 나라 등 타 국가보다 마약 단가가 높기 때문에 해외 마약 판매상들이 신흥시장으로 개척하고자 했다”며 “이러한 욕구와 젊은 층의 마약 수요 증가가 맞물려 마약 유통시장이 절대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약 시장에서 수요가 수요를 부르는 규모의 경제가 이뤄진다고 꼬집은 것이다. 정희선 교수도 마약상에게는 장기고객이 늘어난 것이라며 청년 대상의 마약 문제에 공감했다. 늘어난 수요와 그에 대응해 공급되는 대량의 마약, SNS로 인해 높아진 접근성 등 여러 요소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마약 유통이 확대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초범자의 수는 늘어가고 중독자들에 대한 재활 및 치료의 대처는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마약류사범의 수가 누적되어 쌓여가고 있다.

  가까이에 있는 마약
  최근 마약류사범과 관련해 가장 문제로 꼽히는 것은 SNS와 일명 ‘던지기’가 결합한 비대면 마약 거래방식이다. ‘던지기’는 특정 장소에 마약을 가져다 놓으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수법이다. 이러한 거래방식은 경찰의 단속 및 수색을 어렵게 하고, SNS를 이용하기에 접근성이 높아 누구나 마약에 접촉할 수 있게 한다. 마약 구매자들은 다크넷과 텔레그램 등을 통해 마약 판매상과 손쉽게 접촉하고 비트코인으로 결제해 추적을 피한다. 물건은 지하철 사물함 등에서 비대면으로 전달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서로의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다.

  마약을 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 행위다. 그러나 마약에 접근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실제로 한국에서 마약을 구하기 얼마나 쉬운지 알아보기 위해 22일 트위터에 ‘XXX(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했다. 검색 한 번으로 곧바로 마약을 구입할 수 있는 텔레그램 아이디와 구입 방법을 알 수 있었다. 허무할 정도로 쉽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됐다. 마약을 제공받을 수 있는 전국 각지 지역도 안내됐다. 이와 함께 ‘전국 안전 좌표(던지기 수법이 가능한 장소)’, ‘24시간 상담 대기’ 등의 멘트가 적혀있었다. 이 모든 정보를 얻기까지는 3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입 모아 SNS를 마약 확산의 원인으로 꼽는 만큼 이에 대한 국가적인 차원의 규제와 관리가 필요하다. SNS 플랫폼도 자체적으로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 시민들을 보호해야 한다.
 

실제 마약 판매 글을 재구성한 이미지다. 한 SNS에서 마약을 판매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실제 마약 판매 글을 재구성한 이미지다. 한 SNS에서 마약을 판매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미지 안소연 기자

 

한 번의 치명적인 선택
  「마약류 남용 실태와 대책 보고서」(권준수, 2019)는 마약류 중독을 뇌 질환으로 정의한다. 마약류 약물이 뇌에 작용해 뇌의 보상 신경 회로와 조절 기능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마약은 단 한 번의 복용으로도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혀 정신질환, 인지능력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정희선 교수는 “마약을 투약하면 특정 신경 전달 물질이 생긴다”며 “평소에 5만큼 만들어지는 물질이 마약을 투약할 경우 20~30까지 만들어져 평소보다 과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마약의 기제를 설명했다. 이어 “정상적인 뇌의 분비 과정이 망가져 약물 없이는 신경전달 물질이 만들어지지 않아 우울증, 정신분열증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했다.

  양혜정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인터넷과 알코올, 도박 중독에 비해 마약은 단 한 차례의 사용만으로도 중독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마약류는 중추신경계를 흥분시켜 혈압상승, 심박동 증가 등의 신체 증상과 평형감각이나 반사 기능의 문제가 나타난다. 약물에 따라 호흡부전, 신부전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약 범죄의 폐해는 개인을 넘어 가정과 국가, 그리고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중독된 개인은 가족의 재정과 가족 구성원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사회적으로도 마약류 범죄와 관련된 법 집행 비용, 치료 비용, 복지서비스 비용 등의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국가적 차원의 해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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