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아이들 세대다.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1992년) 때 복학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우리에게 대통령이었다. 문화 대통령. 우리 대통령의 옷과 모자, 신발이 진짜 대통령의 그것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달라서 멋졌다. 아, 역시 다른 것은 멋진 것이구나! 그때 알았다.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김광석. 문화 대통령과는 또 다른 사람이었다. 문화 대통령이 진짜 대통령과 달라서 좋았는데 김광석은 문화 대통령과 또 완전 달랐다. 그래서 좋았다. 다른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구나! 그때 알았다. 나 군대 갈 땐 최백호 <입영전야> 불렀는데 군대 갔다오니 어느새 김광석 <이등병의 편지>로 달라져 있었다. 여기서 사족: 그 시절, 늘 우리와 함께했던 친구가 있었다. 다른 건 모두 달라도 이 친구만은 늘 똑같았다.

  알라딘의 램프는 금색이지만 우리의 램프는 초록색이었다. 사카린 냄새나는 투명한 액체. 마법의 신약과도 같은 탁월한 치유 능력, 사랑도 우정도 연극도 이 친구라면 평생을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신 이유는 늘 다르지만, 아침 증상은 늘 똑같았던.. 지금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친구. 영원히 달라져서는 안되는 친구.. 여기서 그만! 사족은 짧을수록 좋다.

  이렇듯 20대의 젊은 날들은 다름과 또 다름 속에서 하루하루 지나갔다. 30대는 다른 거 배워보겠다고 머리 노란 사람들 속에서 눈물 젖은 빵 좀 먹었다. 그 사람들 달랐다. 이것저것 많이 달랐다. 그래서 빵 안 먹고 던지려다 꾹꾹 참았다. 그러다 40대, 선생이 되었다. 예술은 “다름”이다! 라고 수업시간에 핏대 좀 세웠다. 왜 달라야 하는지 토론하며 후배, 제자들과 밤새 초록병의 지니를 불러댔다. 그러다 어느덧 50대 중반. 이제는 초록병의 지니를 부르고 싶어도 잘 부르지도 못한다. 아, 벌써.. 그래도 수업시간에 예술은 “다름”이다! 라고 핏대는 못 세우더라도 울대는 종종 울리는 편이다. 울리는 이유, 명확하다.

  우리 학과(연극전공)친구들은 예술가다. 예술은 “다름”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달라야 한다. 3단 논법, 단순하다. 남들 하는 거 말고 다른 거 한다고 하면, 돈 안 되는 일 한다고 혼내지 말고, 더 하라고 박수 쳐주고 싶다. 다른 것은 멋진 일이니까 그렇다. 후배들에게 다른 거 하라면서 넌 뭐하냐?! 라고 종종 내가 나에게 물어보면 내가 나에게 답한다. “작품은 엉망이지만 남들과 다른 거 하잖아. 그러니까 계속 그거 해”라고 스스로 말한다. 

  이런 다른 거 안했으면 수업시간에 무슨 말로 울대를 울렸을까? 몇 년 전부터 딸아이 때문에 랩을 듣게 되었다. 랩.. 껄렁대고, 시끄럽고, 가사는 들리지 않고 멜로디는 비슷하고(나한테는 그렇게 들린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랩 하는 청년들, 모두가 제각각이다. 그래서 좋다. 역시 다른 게 많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김광석, 랩퍼 릴보이 모두 다 다르다. 다른 게 많다는 건 참 좋은 거다.

백남영 교수 연극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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