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기 중 세 번 편지를 써서 학생들에게 부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부득불 강의실에서 대면 수업을 할 수 없게 됐을 때부터였습니다. 비록 이클래스 공지사항에 탑재한 짧은 온라인 편지지만, 수강생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논리적이고 학술적인 의사소통 공간인 강의를 통해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말을 하고 싶었죠. 우리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가장 중요한 청춘의 가치는 무엇인지 등과 같은 주제를 짧은 편지에 담아 보고 싶었죠. 강의에 열정을 바치기도 녹록지 않을 터인데 너무 오지랖이 넓다는 지청구를 들어도 괜찮습니다. 오늘은 용기를 내어 봅니다. 제 교양 수업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만 보냈던 편지를 중앙인 모두에게 부치려고 하니까요. 지난 중간시험 기간에 저는 이런 편지를 써서 학생들에게 보냈습니다. 

  시작이 반이었습니다. 벌써 절반이 지났군요. 이제 온 만큼만 가면 됩니다. 다소 벅차고 힘들더라도 조그만 참고 저와 동행하면 유럽 예술사의 대장정, 그 가물거리는 길의 끝에서 여러분들은 찬란한 ‘무지개’와 마주칠지도 모르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 <무지개>의 한 대목이 시나브로 떠오릅니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내 가슴 설레니,/나 어린 시절이 그러했고/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라네.” 저는 강의 준비를 위해 서양 미술사를 공부할 때마다 마음속에 늘 무지개를 그립니다. 언제나 설레고 두근거립니다. 여러분은 제 강의를 수강하면서 어떤 빛깔의 무지개를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지요. 무언가에 매혹되어 설레지 않으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품은 희망, 꿈, 행복이 저 언덕 너머에서 여러분의 도착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미래 비전인 무지개를 찾아 뚜벅뚜벅 길을 떠나세요.

  제 강의가 여러분의 여행을 응원해 주는 길동무가 됐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그림 한 점을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그림의 제목은 <무지개가 있는 풍경>(1810년) 입니다. 언덕 위에서 한 젊은 목동이 무지개를 응시하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화입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달리 해석하고 싶습니다. 저 무지개를 목동이 마음에 품은 간절한 꿈이 밖으로 표출된 것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무지개는 목동의 꿈입니다. 목동의 비전입니다. 목동이 동경하는 세계입니다. 모든 풍경은,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경유해서만 해석되고 인지됩니다. 풍경은 ‘밖’에 있고 꿈은 내 ‘안’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꿈이 풍경 밖으로 표출될 때 비로소 무지개는 찬란히 빛납니다. 그렇습니다. 무지개는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닙니다. 무지개는 가슴으로 그리는 것입니다. 붙잡을 수 없고 품어야 합니다. 빨주노초파남보! 2022년 늦가을, 여러분은 지금 어떤 색깔의 무지개를 가슴 속에 그리고 있는지요. 

류신 교수 독일어문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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