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거나 편의점에서 작은 껌 하나를 사도 모든 행위에서 계약 관계가 성립됩니다. 일상에서 법은 우리에게 떨어질 수 없는 것인데요.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적 지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 있나요? 근로 현장에서는 4대 보험 적용과 임금 책정 등 수많은 계약 관계가 성립되는데요. 20대 청년들의 일터에서는 근로자의 권리가 어떻게 실현되고 있을지 청년들의 근로 환경을 들여다봤습니다. 이정서 기자 seo@cauon.net

계약서 없는 일터
교육에 실효성 더해야

청년들에게 아르바이트는 뗄 수 없는 존재다. 등록금이나 여가 비용 등 저마다 아르바이트하는 목적도 다양하다. 그러나 근로 현장에서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존중받는 것은 아니다.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들의 근로 경험 및 인식을 알아봤다.

  계약서 없는 근로 현장?
  총 173명이 응답한 중대신문 설문조사 결과 약 93.6%(162명)의 응답자가 ‘1개월 이상 아르바이트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근무했던 사업장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응답자는 약 79%(128명)였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이유로는 ‘사용자의 안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응답자가 약 58.8%(20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일일 아르바이트이기에 작성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사용자가 귀찮다는 이유로 작성을 미뤘기 때문’ 등을 꼽았다.

  민찬혁 학생(목포과학대 전기과)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험이 손에 꼽힌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고깃집 서빙, 술집 서빙과 같은 서비스업 직종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근로계약서를 작성해본 적은 한 번뿐이었어요. 계약서를 작성하길 원했지만 절차가 복잡하다는 등의 이유로 작성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죠.” A학생(패션전공 4)은 사용자의 안내가 없었다고 말했다. “20살 때 근로계약서 작성에 관한 안내가 없어 작성하지 않은 채 근무했습니다. 아르바이트생으로서는 합의된 임금을 주고 특별히 임금 문제가 없다면 그런 얘기를 꺼내기 조심스럽더라고요.”

  그러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발생한 불이익은 청년들의 몫이었다. 약 29.4%(10명)의 응답자는 ‘근로계약서 미작성 시 불이익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불이익으로 ‘계약된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등 기타급여 미지급’, ‘사회보험 전 항목 미적용’, ‘예고 없는 부당해고’ 등을 받았다고 답했다. 민찬혁 학생은 법정 수당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최저 시급은 물론 주휴수당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의 경우에는 야간수당이 지급돼야 하지만 기존과 동일한 급여를 받았던 적도 있어요.”

  소리 없는 눈치 싸움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계약 시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유급휴가 등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근로계약서 미작성 시 관련 처벌조항이 있음에도 반복되는 관행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표했다. 최낙현 법무법인 대륙아주 노무사는 표준계약에 어긋나는 사례를 적발하기 어려운 한계를 설명했다. “사용자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범죄가 적발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이나 근로자 본인의 신고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근로자들이 사용자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관계 악화 등을 걱정하며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간제 등 단기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쉽진 않았다. 이광진 법무법인 로고스 노동팀 변호사는 청년들의 근로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시사했다. “사회 초년생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용자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편의상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김아름 법무법인 대륙아주 인사노무팀 변호사는 단기계약을 체결한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구제 절차를 이용하지 않은 현실을 언급했다. “권리가 침해되더라도 계약이 단기일 경우 법적 절차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찾는 일이 다소 번거롭거나 비용이 많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청년들이 구제 절차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근로권을 ‘인간답게’ 보장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등 여러 법률은 상호보완적으로 근로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근로 현장에서는 여러 사각지대가 있었다. B학생(독일어문학전공 4)은 적절한 휴게시간과 임금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휴게시간이나 주휴수당 지급이 지켜진 적이 없었어요. 시급에 ‘수당’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주휴수당을 포함하는 등 편법을 사용하기도 했죠.” A학생은 휴게 공간이 마땅치 않은 점도 호소했다. “매장 내 별도의 휴게 공간이 없었어요. 휴식하러 이동하면 이동 시간도 소모되기에 실질적인 휴게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청년들은 근로계약서 세부 요건과 미작성 시 불이익 등 근로 정보에 관해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약 59%(102명)의 응답자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히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서면으로 체결하고 이를 교부하지 않으면 얻게 되는 불이익 등을 아는지 묻는 문항에 ‘아니오’가 약 75.1%(130명)의 비율을 차지했다.

  C학생(영어영문학과 4)은 근로를 시작할 때 복잡한 요건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언급했다. “근로조건 등 미디어를 통해 종종 접하는 정보로 일부 알고는 있지만 정확한 절차는 알지 못했어요. 계약 당시엔 짧은 시간 내 모든 세부 약관을 이해해야 해 어려운 부분이 있죠.” B학생은 관련 법률의 예외 규정에 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법률의 예외 사항이 많지만 청년들이 그것들을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본인이 알던 지식으로 신고해도 오히려 그동안 추가로 받은 것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봤죠. 예외 사항에 대한 부분도 잘 알려지면 좋을 것 같아요.”

  청년들과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근로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요건을 묻는 문항에 ‘근로자를 생각하는 사용자의 권리의식’을 택한 응답자가 약 56.6%(98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노동권과 인권 보호를 위한 법제 정비 및 강화’가 약 52.6%(91명)로 뒤를 이었다.

  최낙현 노무사는 청년 대상 노동교육의 현황에 의문을 표했다. “상당수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사용자의 불이익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모든 청소년이 일정 시간 이상 노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 교육과 연계하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광진 변호사는 제도적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도의 홍보나 교육뿐만 아니라 사용자에 대한 제재를 보완해야 합니다. 현재 계약서를 서면으로 교부하지 않아도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라면 사용자에게 과태료만이 부과된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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