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는 여럿이 다 뒤섞여 또렷하게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합니다. 동아리라는 울타리 아래 모인 각양각색 청춘이 이리저리 뒤섞인 모양을 두고 아리아리하다 할 수 있겠네요. ‘아리아리’ 흘러가는 동아리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그 속에 ‘동동’ 떠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포착했습니다. 이번 주는 당구 동아리 ‘쓰리쿠션’(서울캠 중앙동아리)을만납니다. 당구공은 승리를 향해 쉼 없이 굴러가는데요. 생각지 못한 길을 찾아가는 당구의 재미를 느껴볼까요? 글·사진 배효열 기자 hyo10@cauon.net 

“당구는 생각보다 머리를 많이 쓰는 스포츠에요. 정확히 계산해서 공이 가야 할 길을 예상하고 그 길대로 쳐서 점수를 내면 그 순간의 쾌감은 상당하죠.”

어느덧 캠퍼스를 오가는 이들의 옷차림이 부쩍 두꺼워졌음을 느낍니다. 날이 쌀쌀해졌다는 건 실내 스포츠를 즐기기 딱 좋은 시기라는 거죠. 그중에서도 당구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소소하게 즐기기 적합한 종목인데요. 이번 아리아리동동에서는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당구를 치는 이들을 만났습니다. 당구대 위에서 승부를 향한 날 선 긴장감과 함께 웃음꽃도 피어나던 동아리 쓰리쿠션과의 이야기입니다. 

동아리원이 머리에 그린 대로 공을 보내기 위해 집중하며 큐를 잡고 있다
동아리원이 머리에 그린 대로 공을 보내기 위해 집중하며 큐를 잡고 있다

 

  큐를 쥐어 잡고 
  1일 오후 6시 쓰리쿠션을 만나기 위해 310관(100주년기념관)에서부터 중앙대 서울캠 정문 인근에 있는 한 당구장으로 향했습니다. 찬 바람에 얼굴이 따가워질 정도로 추운 날이었는데요. 당구장 문을 열자마자 따뜻한 온도와 더불어 서로 친해 보이는 동아리원들의 따듯한 분위기가 전해졌습니다. 동아리원들은 여러 공이 어지럽게 굴러가고 있는 당구대를 둘러싸고 서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공에 집중하고, 누군가는 서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죠. 당구공끼리 부딪치는 소리와 동아리원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섞여 기자의 귀에 흘러들어왔습니다. 당구장을 구경하고 있던 기자에게 정윤조 쓰리쿠션 회장(간호학과 2)은 기본적인 자세와 규칙을 알려주겠다고 말해줬습니다. 

  정윤조 회장은 장갑을 건네며 당구 종목 ‘캐롬’ 중 하나인 ‘4구’의 규칙부터 설명했습니다. “4구는 보통 1대1로 치거나 2대2로 치는 게임이에요. 노란색 공 혹은 흰색 공을 각자의 팀에서 정하고 각자 팀의 공으로 빨간색 공 두 개를 다 맞히면 득점하는 식이죠.” 하나의 공도 맞히기 힘들 것 같던 기자는 두 개의 공을 맞혀야 한다는 말에 지레 겁을 먹었습니다. 정윤조 회장은 이어서 실점에 관한 규칙도 설명했습니다. “빨간색 공 두 개 중 하나도 맞히지 못한다면 실점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 공이 노란색 공이라면 상대방의 공인 흰색 공과 직접 닿게 될 경우에도 점수를 잃어요.” 간단한 규칙이었지만 쉽사리 점수를 내기는 힘들겠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는 당구 용품에 대해 배울 시간이었습니다. 정윤조 회장은 처음 큐를 잡아보는 기자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듯 차근차근 자세하게 설명해줬죠. “큐는 공을 치기 위해 사용하는 거예요. 그리고 초크는 큐에 공이 빗맞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칠하는 거죠.” 정윤조 회장은 몸소 시범을 보여주며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보여드린 대로 초크를 바르지 않으면 공이 쉽게 빗맞게 된답니다.” 초크를 바르지 않고 친 경우에는 공이 빗맞아 힘없이 굴러갔지만 초크를 바른 큐는 당구공과 정확하게 맞아 공이 힘을 받고 굴러갔죠. 기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그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졌습니다. 

  드디어 큐를 잡고 공을 쳐볼 수 있게 됐습니다. 정윤조 회장은 두께와 회전으로 공을 치는 것이라고 일러줬습니다. “두께는 내 공과 빨간색 공이 겹치는 정도를 뜻해요. 정면으로 굴러가 완전히 겹쳐 때리는 것을 1의 두께라고 했을 때 절반만 겹치게 치면 절반 정도의 두께, 3분의 1만 겹치면 3분의 1의 두께라고 부르죠. 두께에 따라 내 공이 굴러가는 방향이 달라진답니다.” 정윤조 회장은 직접 두께에 따라 공이 굴러가는 각도를 하나씩 보여줬습니다. 더 두껍게 맞을수록 공은 더 심하게 꺾여서 굴러갔죠. 회전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회전을 얘기할 땐 내가 치는 공의 가운데를 기준으로 시계 방향으로 얘기해요. 똑같은 두께를 치더라도 회전이 어떻게 들어가느냐에 따라 공에 맞고 튕기는 공의 각도가 달라진답니다.” 

  당구를 처음 접해보는 기자는 규칙부터 용어까지 모든 게 새로웠습니다. 정윤조 회장은 그런 기자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하게 알려줬는데요. 김채은 동아리원(경영학부 2)도 정윤조 회장의 가르침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동아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회장님이 먼저 다가오셔서 1대1로 가르쳐주셨어요. 그때 가르쳐주신 대로 쳤는데 정말 제가 생각했던 대로 공이 한 번에 굴러가서 놀랐죠. 동아리에 들어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답니다.” 

쓰리쿠션 운영진은 초심자도 당구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매 학기 많은 신입 동아리원이 쓰리쿠션에서 당구에 재미를 알아간다.
쓰리쿠션 운영진은 초심자도 당구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매 학기 많은 신입 동아리원이 쓰리쿠션에서 당구에 재미를 알아간다.

 

  힘차게 스트로크! 
  당구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을 듣고 나선 직접 경기에 참여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윤조 회장과 기자가 한 팀, 김채은 동아리원과 송지원 동아리원(전자전기공학부 2)이 한 팀이 돼 4구 경기를 진행했죠. 송지원 동아리원은 4구를 시작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저희가 4구를 시작할 때는 당구대 양쪽 끝에서 각 팀이 공을 두 개씩 쥐고 빠르게 굴려서 공들끼리 부딪치도록 해요.” 당구공들은 딱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제각각의 자리를 찾아 굴러갔습니다. 기자와 정윤조 회장의 팀이 먼저 공격하게 되었는데요. 정윤조 회장은 처음 시작하는 팀이 노란색 공으로 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판은 첫 공으로 점수 내기 어렵네요. 4구는 편의상 첫 번째로 치는 팀이 노란색 공으로 시작해요. 그러면 저희는 앞으로 노란색 공으로 계속 치면 되겠죠? 처음에는 점수가 나지 않았으니까 못 치더라도 점수를 잃지는 않습니다.” 

  기자의 차례가 되자 정윤조 회장은 두께와 회전을 어떻게 주면 두 빨간색 공을 맞힐 수 있을지 알려주었습니다. “기자님 기준으로 오른쪽 절반을 맞히시면 될 것 같아요. 회전은 12시 방향으로 주시면 됩니다.” 정윤조 회장의 친절한 설명이 있었지만 번번이 공을 맞히지 못했습니다. 낙담한 기자에게 정윤조 회장은 위로의 말을 건넸죠. “그냥 막대로 공을 치기만 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고 들어오시는 분이 많아요. 하지만 기자님처럼 처음 큐를 잡아보시는 분은 공을 맞히는 것만으로도 상위권이죠. 점수를 못 내더라도 괜찮습니다.” 따뜻한 위로의 말을 들은 기자는 더 집중해서 공을 치려고 노력했습니다. 

  경기는 계속 진행됐고 기자의 차례가 왔는데요. 노란색 공 앞에 다른 장애물 없이 빨간색 공 두 개가 나란히 붙어서 놓여 있었습니다. 제 앞 차례 순서인 송지원 동아리원은 이 상황을 선물에 빗대 표현했죠. “완전 선물이네요!” 기자의 첫 득점을 위해 제게 기회를 선물해준 송지원 동아리원에게 고마웠습니다. 

  정윤조 회장은 이런 상황이 왔을 때 현명하게 점수 내는 법을 가르쳐줬습니다. “이런 공의 포인트는 살살 쳐야 한다는 거예요. 살살 치게 되면 두 빨간색 공과 저희 공이 멀리 가지 않게 되니 다음번에도 또 칠 수 있답니다. 세게 쳐버리면 빨간색 공이 흩어져버려서 점수 내기 힘들죠.” 기자는 정윤조 회장의 조언대로 최대한 힘을 뺀 채 공을 쳤습니다. 너무 살살 쳐버려서 두 빨간색 공에 닿지 않을까 봐 걱정했지만 결국 점수를 낼 수 있었죠. 상대 팀이었던 송지원 동아리원과 김채은 동아리원도 기자의 첫 득점을 축하해줬습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상대 팀의 차례에도 함께 득점 방법을 고민하고 상대 팀의 아쉬운 장면에도 함께 아쉬워했는데요. 당구는 경기의 승패보다 더 값진 모두의 즐거움을 추구하기 알맞은 종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윤조 회장의 활약에 힘입어 경기는 기자와 정윤조 회장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득점을 위한 길을 찾으려 소통했습니다. 상대 팀의 실점에도 함께 아쉬워했죠. 이번 모임에는 전 쓰리쿠션 회장 조성규 동문(의학부 15학번)도 함께 당구를 즐겼는데요. 조성규 동문은 쓰리쿠션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동아리에 실력자들이 많아요. 초심자도 저희에게 가르침을 받고 함께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예전에는 당구라는 걸 떠올렸을 때 남자들이 주로 치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여학생들도 충분히 함께 즐길 수 있죠. 즐겁게 당구도 치고 친구도 사귈 수 있는 동아리에요.” 기자 역시 당구를 처음 접했지만, 정윤조 회장의 세세한 가르침 덕에 경기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동아리원들과도 처음 만났지만 경기 중 이야기꽃도 피우고 공 하나에 울고 웃으며 가까워졌죠. 기자는 취재를 마치고도 자꾸만 첫 득점을 하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자신의 득점인 양 함께 기뻐해 준 동아리원들 덕에 더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된 것이겠죠. 오늘도 쓰리쿠션은 당구공을 사이에 두고 더 끈끈해지는 중입니다. 

정해균 기자는 이번 체험을 통해 처음 큐를 잡아봤다. 당구공을 치기 전 초크를 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원하는 방향으로 공이 가지 않더라도 다음 차례가 있기에 아쉬워하지 않았다.
정해균 기자는 이번 체험을 통해 처음 큐를 잡아봤다. 당구공을 치기 전 초크를 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원하는 방향으로 공이 가지 않더라도 다음 차례가 있기에 아쉬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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