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총 630~730톤가량 발생

분리배출 알맞게 이뤄지지 않아
청소노동자 부담 가중돼

대학본부 재활용 쓰레기양 및
재활용률 집계 않는다

“대학, 폐기물 관리와 자원순환의
주체라는 인식 가져야“

일반 쓰레기통에 가득한 캔과 카페 테이크아웃 용기, 종이 쓰레기와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까지. 서울캠에 있는 대부분의 쓰레기통에서 확인할 수 있는 광경이다. 분리수거는 자원순환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캠퍼스 내 분리배출 문화는 아직 정착되지 못했다.

  중앙대의 폐기물 처리 현황은
  서울캠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은 어떤 과정을 통해 처리될까. 주민준 서울캠 총무팀 주임은 “서울캠은 3단계의 폐기물 선별 과정을 통해 폐기물을 분리배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먼저 청소노동자들이 각층의 쓰레기들을 수거하며 일차적인 선별이 이뤄진다. 이후 폐기물들은 캠퍼스 곳곳에 있는 중간 집하장으로 모이게 된다. 이곳에서 2차 선별을 통해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가 나뉜다. 청소노동자가 폐기물을 직접 분리하는 2차 선별이 분리배출의 핵심이다. 분리가 끝난 폐기물은 수송 업체가 실어 204관(서울캠 중앙도서관) 뒤편에 위치한 최종 집하장으로 운반한다. 이 과정에서 3차 선별이 진행된다.

  분류 과정을 통해 모인 일반 쓰레기는 동작구청이 청소대행 업체를 통해 수거한다. 이후 수도권 매립지와 강남자원회수시설에서 각각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서울캠 일반 쓰레기 배출량은 2018년 505톤, 2019년 401톤, 2020년 306톤, 2021년 330톤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학사 시기에는 낮은 배출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면 대면 학사로 전환된 올해 일반 쓰레기 배출량은 11월 1일 기준 409톤으로 이미 지난 3년의 연간 배출량을 넘어섰다.

  재활용 쓰레기는 폐기물 처리 업체인 ‘대청환경’이 수거해 재활용한다. 대청환경에 따르면 서울캠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쓰레기는 연간 약 300~400톤이다.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의 배출량을 합하면 작년 한 해 동안 630~730톤가량의 폐기물이 발생하는 셈이다.

①서울캠 내 쓰레기가 모두 모이는 최종 집하장이다. 사진 권오복 기자
①서울캠 내 쓰레기가 모두 모이는 최종 집하장이다. 사진 권오복 기자

  완벽한 분리배출, 멀고도 아득해
  캠퍼스 내 분리배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대신문은 3일과 4일 203관(서라벌홀), 303관(법학관), 310관(100주년기념관), 107관(학생회관) 쓰레기통과 서울캠 중앙도서관 앞 쓰레기통에서 분리배출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은 실상을 확인했다. 하지만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의 평가는 달랐다. 최용회 대청환경 이사는 “10곳 이상의 서울 소재 대학에서 배출하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며 “그중 중앙대 서울캠에서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이 가장 잘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간극을 메우는 일은 모두 청소노동자의 몫이다. 쓰레기가 알맞게 분리되지 않을수록 이를 다시 분리해야 하는 청소노동자들의 부담 또한 늘게 된다. 서울캠 청소노동자 A씨는 “새벽에 출근해 오전 9시 전까지 청소를 하는데 쓰레기 분류에만 1시간이 걸려 강의실 청소에 집중하기가 어렵다”며 “재활용이 안 되는 품목이 분리수거함에 섞여 있는 등 분리배출이 안 된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음료 등의 액체나 음식물 쓰레기가 다른 쓰레기와 섞여 함께 배출되는 상황도 문제다. 음식물 쓰레기와 다른 쓰레기가 함께 버려질 경우 음식물 쓰레기가 다른 쓰레기를 오염시키면서 분리수거를 더욱 어렵게 한다. 청소노동자들은 체감상 약 30~50% 이상의 쓰레기가 음식물과 함께 버려지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순자씨는 “남은 음료를 비우지 않고 그대로 쓰레기통에다 버리거나 사과나 빵, 치킨 같은 음식들을 그냥 버리는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 다른 쓰레기들도 오염돼 분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청소노동자 B씨 또한 “학생들이 떡볶이나 커피를 다 먹지 않고 버려 쓰레기통 외부와 바닥까지 음식물이 흐른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음식물 쓰레기와 다른 쓰레기가 함께 버려질 경우 재활용될 수 있는 재활용 쓰레기도 일반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문제 또한 발생한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 담당 활동가는 “재활용 쓰레기에 음식물 등 이물질이 묻은 경우 깨끗하게 씻지 않으면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며 “이는 일반쓰레기로 취급돼 소각 또는 매장되는데 이는 결국 대기오염과 토양오염, 온실가스 발생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문태훈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분리수거를 하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가 분리수거를 통한 편익보다 더 커서 일반 쓰레기로 처리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 폐기물을 자원으로 재활용할 기회를 놓치게 돼 기회비용이 증가하고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도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씨는 “시간상 음식물이 묻어있는 쓰레기들을 일일이 헹굴 수가 없어 일반 쓰레기로 버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②분리배출이 이뤄지지 않은 학내 한 쓰레기통. 사진 홍예원 기자
②분리배출이 이뤄지지 않은 학내 한 쓰레기통. 사진 홍예원 기자
③청소노동자들이 마련한 203관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이다. 공식적으로 대학본부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시설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사진 홍예원 기자
③청소노동자들이 마련한 203관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이다. 공식적으로 대학본부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시설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사진 홍예원 기자

  대학과 학생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은
  환경문제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환경에 대한 대학의 사회적 책임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영국의 대학 평가기관 THE (Times Higher Education)는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에서 재활용 쓰레기 비율, 폐기물 처리 과정 등을 평가 대상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환경과인간〉 수업을 담당하는 김양지 교수(다빈치교양대학)는 “대학의 연구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또는 지구적인 책임 또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며 “현재 사회가 안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학이 동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문태훈 교수 또한 “기후 변화와 탄소중립에 시대적인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사회적 문제와 환경 관련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대학이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요구가 확대되는 상황에 비해 환경에 대한 대학본부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대학본부는 서울캠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쓰레기양을 파악하지 않는다. 주민준 주임은 “재활용 쓰레기는 재활용 업체에 무상으로 매각하고 있어 별도로 무게를 측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재활용 쓰레기의 실제 재활용 비율 또한 대학본부와 수거 및 처리업체 모두 집계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양지 교수는 “국내 대학들이 단순한 소비자로서의 역할만을 인식하고 대학이 폐기물 관리 또는 자원순환의 주체라는 인식을 가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편 대학본부가 쓰레기 분리 절차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분리배출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3차에 걸친 폐기물 선별 과정에서 폐기물 분리의 부담은 대부분 청소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반면 학생들이 분리배출을 원활히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선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김양지 교수는 “쓰레기 분리의 대부분을 청소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며 “분리배출을 위해 음식물 쓰레기통을 설치하고 ‘네프론’ 등을 캠퍼스에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네프론은 재활용 쓰레기를 넣으면 적립금을 쌓아주는 순환자원 회수 로봇이다. A씨는 “건물 복도에 분리수거함을 추가로 설치해 학생들이 분리배출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폐기물 발생량 저감과 재활용률 증가를 위해 대학본부가 학생의 환경 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환경과인간〉 수업을 담당하는 이동호 교수(다빈치교양대학)는 “학생들이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인식 개선 교육이 지속돼야 한다”며 “폐기물 처리와 재활용 문제는 모든 개인과 긴밀히 연결된 문제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나윤 활동가는 “대학은 분리수거함을 배치할 뿐만 아니라 자원순환 교육과 인식 개선 활동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분리배출을 생활화하려는 학생 개개인의 노력은 쓰레기로 인한 환경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다만 개인의 인식 개선과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이끌기 위해서는 대학본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폐기물 발생 저감과 자원순환을 위해 대학과 학생사회가 힘을 합쳐야 할 때다.

303관과 203관 사이에서 청소노동자가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다. 일부 청소노동자는 분리배출이 잘 이뤄지지 않아 쓰레기 분류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사진 권오복 기자
303관과 203관 사이에서 청소노동자가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다. 일부 청소노동자는 분리배출이 잘 이뤄지지 않아 쓰레기 분류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사진 권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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