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는 여럿이 다 뒤섞여 또렷하게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합니다. 동아리라는 울타리 아래 모인 각양각색 청춘이 이리저리 뒤섞인 모양을 두고 아리아리하다 할 수 있겠네요. ‘아리아리’ 흘러가는 동아리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그 속에 ‘동동’ 떠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포착했습니다. 이번 주는 탁구 동아리 ‘라켓단’(서울캠 중앙동아리)를 만납니다. 떠나기 무섭게 다시 돌아오는 탁구공. 눈을 떼지 못하는 랠리의 향연으로 빠져봅시다! 배효열 기자 hyo10@cauon.net 사진 봉정현 기자

내 손을 떠난 공이 네트 너머 상대에게서 어떤 방향으로 되돌아 올지 아무도 모른다. 항상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하며 몸을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내 손을 떠난 공이 네트 너머 상대에게서 어떤 방향으로 되돌아 올지 아무도 모른다. 항상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하며 몸을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핑퐁’ 혹은 ‘티키타카’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두 단어 모두 탁구와 관련된 귀여운 단어인데요. 재치 있는 이 단어들은 다른 스포츠나 시사 용어로도 자주 사용됩니다. 네모난 탁구대 위를 쉼 없이 오가는 탁구공을 보자면 덩달아 몸이 들썩이기도 하죠. 지금 여기 공에 마음을 담아 주고받는 이들이 있는데요. 날씨가 추워져 외투를 걸치는 가을에도 몸이 후끈해지는 열정을 보여주는 라켓단과 함께 힘껏 스매시를 날려봤습니다. 

  탁구공을 주고받다 보면 ‘소통’이 떠오른다. 벽에 대고 하는 혼잣말이 재미없는 것처럼 벽에 공을 튀기는 일은 재미없다. 소통과 탁구 모두 상대가 있어야만 진정한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라켓을 쥐다 
  4일과 5일 저녁 기자는 라켓단 정기모임이 열리는 서초탁구교실에 방문했습니다. 라켓단 동아리원들은 기자가 도착하기 전부터 서로 랠리를 주고받으며 몸을 풀고 있었는데요. 탁구장을 가득 메우는 탁구공 소리는 기자의 귀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꽂는 것 같았습니다. 짐을 풀고 있던 기자에게 신현범 라켓단 회장(지식경영학부 2)은 차병준 전 탁구 선수(27)와 이도현 탁구 코치(26)의 시범 경기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해줬죠. 

  차병준 전 선수와 이도현 코치의 시합은 탁구 초보인 기자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랠리는 끊이지 않고 빠르게 이어졌고, 강력한 스매시도 여유롭게 받아냈죠.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재미로 쳤던 탁구를 생각해온 기자에게는 다른 차원의 경기였습니다. 어려움 없이 탁구를 잘 배울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죠. 동아리에서 이뤄진 수준급 경기에 놀라자 신현범 회장은 시범 경기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가끔 친분이 있는 탁구인들을 초청해 시범 경기도 하고 동아리원들을 대상으로 짧게나마 레슨을 부탁하고 있어요.” 

  시범 경기가 끝난 후 기자는 레슨이 진행되는 탁구대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곳에는 최현준 동아리원(지식경영학부 4)이 먼저 연습하고 있었는데요. 최현준 동아리원은 계속해서 자세를 고치며 탁구공을 쳤습니다. 눈처럼 소복이 쌓인 탁구공 한 상자가 바닥을 보일쯤이 돼서야 연습이 끝났죠. 최현준 동아리원은 땀을 흘리며 연습을 마친 소감을 말했습니다. “그동안 연필을 쥐듯 잡는 ‘펜홀더’ 라켓으로밖에 안 쳐봤는데 오늘은 악수하듯이 잡는 ‘셰이크 핸드’ 라켓으로 쳐봤습니다. 어색하긴 했지만 레슨을 받으며 점점 적응돼 신기하더라고요. 아는 사람 없이 처음 동아리에 들어왔는데 운영진분들이 잘 가르쳐주셨답니다. 저도 열심히 활동해서 다른 분들 가르칠 수 있는 실력이 됐으면 좋겠네요.” 

  다음은 기자의 차례였습니다. 초심자인 기자의 반대편에는 사람이 아닌 그물망이 있었죠. 신현범 회장은 기자에게 팔을 뻗은 채 손바닥을 상대편 쪽으로 해서 공을 받아 치는 ‘포핸드’를 먼저 가르쳐줬습니다. 기자는 반대편 탁구대에 공을 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몸이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신현범 회장은 기자가 몸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고 조언해줬죠. 신현범 회장의 조언대로 자세를 낮추고 공을 칠 때 힘을 빼니 오히려 공이 네트에 걸리지 않고 반대편으로 떨어졌습니다.

  간단하게 포핸드를 배우자 신현범 회장은 다른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탁구 레슨의 꽃 ‘풋워크’를 배워 볼 거예요. 악랄하고 힘든 훈련이죠.” 신현범 회장의 말처럼 풋워크 훈련은 ‘악랄한’ 훈련이었습니다. 오른쪽으로 두 발짝 옮긴 뒤 날아오는 탁구공을 쳐내고, 바로 두 발짝 옮겨 또 탁구공을 받아내는 것을 반복하는 훈련이었죠. 기자는 공을 잘 쳐야 한다는 마음과 발걸음이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이 겹쳐 마음이 급해지고 말았습니다. 기자에게 신현범 회장은 공에 집중하라고 말했습니다. 발걸음이 익숙해지고 포핸드를 배울 때의 기억을 되새기니 자세가 금방 좋아졌죠. 힘들었던 풋워크 훈련이 끝나자 신현범 회장은 스마트 워치를 차고 있던 기자의 심박수를 체크하기도 했습니다. 그저 공을 치고받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탁구에 큰코다친 순간이었죠. 

라켓단 운영진은 동아리원이 즐겁게 탁구를 칠 수 있도록 몸소 도와준다.
라켓단 운영진은 동아리원이 즐겁게 탁구를 칠 수 있도록 몸소 도와준다.

  헐떡이는 숨이 채 멎지 않았을 때 김종수 서초탁구교실 관장(65)이 다가왔습니다. “중앙대와 인연이 깊어요. 중앙대 학생들이 탁구장에 단체로도 많이 오고 졸업한 학생들이 회원으로도 많이 있었습니다.” 김종수 관장은 탁구의 매력을 설명해주기도 했는데요. “탁구는 남녀노소 격차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짧은 시간 많은 운동량을 가져갈 수 있죠.” 

  이제는 실전이다 
  첫날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레슨을 받은 기자는 이제 어느덧 간단한 랠리는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처음 탁구대 앞에서 급한 마음에 공을 허공으로 날린 것에 비하면 많은 발전을 이뤘죠. 기자는 둘째 날 기존 동아리원과 시합을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기자는 옆 탁구대에서 랠리를 주고받고 있던 오승주 동아리원(기계공학부 2), 이가영 동아리원(경제학부 1)에게 복식 경기를 제안했습니다. 

  자신감 넘치던 초반과는 달리 경기가 진행될수록 기자와 정해균 기자는 우왕좌왕했습니다. 서로의 차례를 알아채지 못하고 날아오는 공을 그냥 흘리거나 대신 치기도 했죠. 결과는 처참한 패배였습니다. 첫 세트를 마치며 기자는 서로의 합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절실히 느꼈습니다. 마음을 다잡은 2세트, 기자와 정해균 기자는 자신의 차례가 아니면 자리를 비켜줬는데요. 효과가 있었을까요. 잔 실수가 줄어드니 랠리가 오래 이어지고 자신감이 생겨 화끈한 스매시도 날려봤습니다. 기자의 갑작스러운 스매시와 오래 이어지는 랠리에 상대 동아리원들의 실수가 나오기 시작했죠. 

정해균 기자와 배효열 기자가 동아리원들과 복식 경기를 하고 있다.
정해균 기자와 배효열 기자가 동아리원들과 복식 경기를 하고 있다.

  그렇게 경기의 판도가 달라진 2세트, 엎치락뒤치락 서로의 점수가 차례로 올라갔습니다. 치열한 경기로 두 번의 듀스(승패를 결정하는 마지막 한 점을 남겨 놓고 동점을 이루는 일. 새로 두 점을 잇달아 얻는 쪽이 이긴다)가 이어졌는데요. 동아리원 팀이 마지막 한 점을 득점하면 기자 팀이 지는 상황에서 이가영 동아리원의 서비스를 정해균 기자가 받아내질 못하며 경기가 끝나고 말았습니다. 

  아쉬운 패배에도 기자와 정해균 기자는 서로의 발전된 모습을 느끼며 자신감이 생겼는데요. 옆 테이블에서 랠리를 주고받던 신동현 동아리원(광고홍보학과 1)과 고건호 동아리원(교육학과 1)에게 또 복식 경기를 제안했습니다. 경기 전 기자는 신동현 동아리원과 간단히 랠리를 주고받았는데요. 날카로운 드라이브를 주고받으며 신동현 동아리원의 실력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죠. 신동현 동아리원, 고건호 동아리원과의 시합은 참패였습니다. 전 시합을 너무 열심히 뛰었던 탓일까요? 기자와 정해균 기자는 집중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실수가 잦았습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기자의 회심의 드라이브도 한 끗 차이로 탁구대에 닿지 않았죠. 내리 2세트를 패한 기자와 정해균 기자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라켓의 어느 곳에 맞느냐에 따라 구질은 천차만별이다. 라켓을 내 손바닥처럼 여기며 감각을 익혀야 한다.
라켓의 어느 곳에 맞느냐에 따라 구질은 천차만별이다. 라켓을 내 손바닥처럼 여기며 감각을 익혀야 한다.

  마지막 경기를 패배하며 기자와 정해균 기자는 4세트 모두 패배를 기록했습니다. 호기롭게 동아리원들에게 도전했으나 역시 상대가 되지 않았죠. 기자와 정해균 기자는 아쉬움에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동아리원들은 초보자인데도 불구하고 잘 쳤다고 위로를 건넸죠. 이처럼 라켓단은 처음 본 동아리원과도 부담 없이 탁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신동현 동아리원은 라켓단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대해 말했죠. “저도 라켓단에서 활동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운영진분들이 탁구를 잘 가르쳐 주셨어요. 짝을 맞춰 친 분도 오늘 처음 뵀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탁구를 하며 다 친해지는 것 같습니다.” 

  취재 기간상 기자의 랠리는 여기서 멈췄습니다. 이틀 연속 탁구를 했던 터라 마지막 취재를 마친 다음 날 기자의 손은 탁구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죠. 기자가 없어도 탁구장에는 언제나 동아리원들의 노력이 통통 튀는 소리가 돼 울려 퍼질 것입니다. 탁구대에 흘린 굵은 땀방울을 닦을 새도 없이 탁구를 즐기는 라켓단의 모습을 보며 탁구가 안겨주는 감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