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에 약 87.8% 동의
법 조항 명시는 회의적
처벌 강화 필요에 과반 응답
개인적 의식 변화도 이어져야

 

동물 학대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일어나고 있는 만큼 동물권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범죄 수법은 나날이 잔인해지며 범죄를 저지르는 연령대 또한 낮아지고 있다. 동물권과 동물 학대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은 어떨까? 중대신문은 설문조사를 통해 ‘동물권 인식 및 법적 지위’ 설문조사를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알 듯 말 듯 한 동물권

  중대신문이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총 123명이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동물권 개념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물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묻는 문항에 ‘조금 알고 있다’가 약 39.8%(49명)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잘 모른다’가 약 38.2%(47명)로 뒤를 이었다. ‘매우 잘 알고 있다’에 대한 응답자는 약 9.8%(12명)로 가장 낮았다.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는지 묻는 문항에 약 87.8%(108명)의 응답자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동의하는 이유로 ‘동물도 생명이기 때문에’, ‘동물도 고통을 느끼기 때문’ 등을 꼽았다. 동의하지 않는 의견으로는 ‘인간 이외의 생물에게 권리는 필요 없기 때문’, ‘인간과 동일 선상의 권리를 부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 등이 있었다.

  김재현 학생(계명대 전자공학전공)은 동물권 개념이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누구나 동물이 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가치에는 공감할 수 있어요. 하지만 동물권과 관련된 올바른 교육이 부족한 탓에 관련 개념이 생소한 것 같습니다.” 문해정 학생(실내환경디자인전공 2)도 비슷한 의견을 말했다. “의무 교육 기간 동안 동물권에 관해 제대로 알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직접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과반의 청년들은 동물권 적용 범위에 있어 차별이 존재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모든 동물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가 약 57.3%(47명)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실험 및 식용, 사역 등 특수한 목적이 있는 동물을 제외하고 적용해야 한다’가 약 35.4%(29명)로 높게 집계됐다. 응답자 상당수가 특수 목적이 있는 동물에 관해서는 동물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청년들은 동물권의 적용 범위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박형배 학생(철학과 3)은 특정 동물에게만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인종차별과 다름없다며 모든 동물에게 동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모든 동물권을 보장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 이들도 있다. A씨(24)는 우리 주변에 있는 동물부터 동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면서 불가피하게 실험동물이나 가축에게 착취를 강요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반려동물과 길고양이 등 도심 속 야생 동물까지만이라도 동물권을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해정 학생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모든 동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현재로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해요. 농장 동물까지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동물을 위한 법은 어디에

  권리에 대한 인식과 제도 차원의 동물권 명시에는 괴리가 있었다. 약 87.8%의 청년들이 동물권 인정에 공감했으나 하지만 동물권을 헌법상 명시한다는 의견에는 약 66.7%(82명)의 청년들이 찬성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응답자들은 ▲동물권은 본질적으로 인권과 다르기 때문(약 41.5%, 17명) ▲동물에 대한 가치판단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약 34.1%, 14명) ▲동물권은 인간이 보호해야 할 권리가 아니기 때문(약 7.3%, 3명) 등을 이유로 꼽았다.

  청년들은 헌법상 동물권이 명시되는 것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보였다. 문해정 학생은 동물권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너무나도 잔인하게 죽어가는 동물들을 보면 동물권을 헌법 상에 명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법을 통해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김재현 학생은 동물권이 헌법에 명시될 필요성에 의문을 표했다. “동물권이 헌법에 들어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헌법에 의해 보호받는 것은 시민으로서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청년들은 동물을 보호하는 제도는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동물보호법」 등 현행 법률이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는지를 묻는 문항에선 ‘(매우)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약 56.9%(70명)로 나타났다.

  문해정 학생은 하루빨리 제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작년에 고어전문방(동물 학대 영상을 공유하는 채팅방)으로 재판에 간 이는 집행유예를 받았고 포항 고양이 연쇄 살해 사건은 2년 6개월 형을 받았습니다. 동물을 보호하기에 현재의 형량은 턱없이 부족한 것 같아요.” A씨는 동물 학대 처벌 수위의 조정 필요성에 대해 전했다. “현재 동물 학대 처벌 수위는 낮다고 생각합니다. 동물 학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인식을 제고시키거나 교육을 통한 재사회화는 불가능해요. 처벌 수위를 높여서라도 범죄를 차단해야 합니다.”

  동물을 물건이 아니라고 명시하는 민법 개정안(제98조의2 신설)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었다. 민법 개정안이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문항에 약 71.6%(88명)의 응답자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응답한 청년들의 이유로는 법 개정을 통한 사회적 변화 기대, 동물의 생명 존엄성 인정 등을 꼽았다.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청년들은 ▲‘물건’ 정의가 여전히 모호함 ▲법적 처벌 강화 필요 및 실효성 의문 ▲학대 동물 보호 사각지대가 존재함 등의 의견을 보였다.

  동물권을 적용하는 범위에 대해선 모든 동물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청년들은 민법에서 언급하는 물건으로 볼 수 없는 동물의 범위를 우리 주변의 동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모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정의하는 응답자는 약 4.1%(5명)로 나타났고 ‘반려 목적으로 키우는 동물까지 물건이 아니다’라는 응답이 약 92.7%(114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동물원에 있는 동물’이 약 83.7%(103명), ‘도심지에 서식하는 야생 동물’이 약 77.2%(95명)로 뒤를 이었다.

  청년이 그리는 동물권의 미래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는 인식도 엿볼 수 있었다. 동물 학대를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문항에서 약 57.7%(71명)의 옹답자가 ‘동물 학대에 대한 법적 처벌 강화’에 응답했다. 이어 약 22.8%(28명)의 청년이 ‘동물을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는 개인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A씨는 법적 처벌과 개인 인식 모두 높아져야 한다고 전했다. “현행법에서는 동물이 해를 입었을 경우 피해보상 정도밖에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선 동물권을 인권과 비슷한 위치까지 올려야 해요.” 최용건 학생(영어영문학과 4)은 제도를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동물 학대도 살해와 유기, 상해 등 여러 유형으로 세분화해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물 학대의 경우 같은 내용이 사람에게 가해졌을 때의 절반 정도 수준의 처벌이 적당하지 않을까 해요.”

  일부 청년들은 동물 학대 방지를 위해 교육의 필요성을 말했다. 약 7.3%(9명)의 청년이 동물권과 동물 학대 위험성 등에 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미디어 환경 속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청년도 약 7.3%(9명)였으며 이중 약 22.2%(2명)의 응답자는 공교육의 동물권 교육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박형배 학생은 의무 교육에서의 동물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관련 내용을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해정 학생은 개인적 차원에서의 동물 보호가 어렵지 않다고 언급했다. “미디어로 동물에 대해 접하면서 공부하며 동물 보호를 실천하게 됐어요. 개인적으로 해당 내용을 자주 접하면 동물 보호를 실천하기도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재현 학생은 신고 방법의 교육과 홍보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신고한다고 생각해보면 어떻게 어디에 해야 할지 난감할 것 같아 관련 교육이나 홍보가 늘어났으면 합니다.”

  다양한 생물과 공존하며 살아가야 할 사회에서 동물권에 대한 논의는 끊이지 않아야 한다. 청년들은 동물권과 동물 학대에 대해 처벌 수위 조정 및 교육의 필요성 등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관련 개념에 있어 생소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도·행정상의 변화와 더불어 개인적 차원의 인식 변화도 다각도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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