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지원 조건 높아 
부실 학술지 게재 되기도”

연구실 공간 부족 문제 지속 
“산단 전출금 회계 알 수 없어”

중앙대는 연구 지원 방향과 연구 평가 방식 개선에 있어 연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자 노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높은 연구비 지원 조건 ▲연구 공간 부족 ▲연구비 운영의 불투명성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질적 수준 향상은 부진한 상태다. 

  연구비 지원 조건↑ 연구 질↓ 
  중앙대는 학칙인 「학술연구비 관리 규정」을 통해 학술연구비를 지원받았을 경우 연구기한 또는 연구결과보고기한 내에 국제적 수준 및 전국규모 전문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등재 학술지는 1년 이내, JCR 등재 국제전문학술지는 2년 이내에 논문을 게재해야 한다. 

  일부 교원들은 연구의 질을 하락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높은 연구비 지원 조건을 지목했다. 박주현 교수(화학신소재공학부)는 “연구비를 지원 받으면 제한된 기간 내에 논문을 반드시 게재해야 한다”며 “교원에게 요구되는 논문의 양이 많아 부담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어 “밀어내듯이 쌓인 연구를 하다 보니 부실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기도 한다”며 “양질의 연구를 위해선 연구비 지원 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 5월 31일 열린 2021학년도 제7차 대학운영위원회에 교원들의 부실 의심 학술지 게재 문제가 안건으로 오르기도 했다. 주재범 연구부총장(화학과 교수)은 “현재 교원이 부실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경우 인센티브 자체를 받지 못한다”며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3단계로 나눠 교원에게 경고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해 임동규 주제정보서비스팀장은 “연구자들에게는 승진과 포상, 임용 등의 이유로 연구 성과가 꼭 필요하다”며 “하지만 논문의 질이 우수하지 못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경우 부실학술지의 유혹에 현혹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교원업적평가 관한 문제 제기도 
  대학본부는 올해 교원 인사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며 연구의 질을 인사제도에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백준기 교학부총장(영상학과 교수)은 “논문의 양보다 질을 중심으로 연구업적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교원 인사제도를 개편하고 있다”며 “피인용지수 등을 고려해 적은 수의 논문을 써도 질이 좋다면 승진이나 재임용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인용지수를 고려한 연구업적평가에 관한 비판도 있었다. 방효원 교수(의학부)는 “피인용지수 상위급의 논문은 아주 적은 수의 교원만이 쓸 수 있다”며 “교원이 그런 논문을 쓰기 위해선 일반적으로 5년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구업적 평가 개선안의 기준은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수의 질 좋은 논문을 쓰기 위해 매년 낮은 업적평가를 받아 가며 불확실성을 감수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해마다 쉬운 논문을 여러 편 써서 논문별로 성과급을 받는 것이 중앙대 임금 제도 내에서 현실적이다”라고 꼬집었다. 

  만성적인 공간 부족도 문제 
  이공계열의 경우 공간 부족 문제가 심각한 연구 질 저해 요소로 거론됐다. 박태정 교수(화학과)는 “공간과 실험 장비 지원 등의 부족으로 교원들이 타대로 이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질의 연구를 위한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며 “하지만 그러한 연구 기반 없이 매년 연구업적을 평가받고 있으니 논문 개수라도 늘려서 연구업적을 쌓자는 식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인호 교수(화학신소재공학부)는 “연구 인력과 장비가 계속 들어와야 하는데 공간에 한계가 있어 어려움이 있다”며 “건물이 추가돼 공간이 늘어나는 것만큼 바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신임 교원의 경우 어려움은 더 크게 다가왔다. 연구비 지원에 대한 연구 결과 보고 기한은 정해져 있는 반면 연구 공간과 기반 시설은 빠르게 마련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창현 교수(물리학과)는 “2020년에 중앙대에 부임했는데 약 1년이 지나서야 실험실을 배정받았다”며 “이후에도 실험실 공사가 이어져 다른 연구소와 연계해서 하는 연구만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실험 기자재를 준비하는 데에도 1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학교에 부임하고 첫 2년은 학교 실험실에서 연구를 할 수 없었다”며 “그럼에도 연구비 지원에 따른 연구 결과 제출 기한이 늦춰지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임 교원인 A교수는 “실험실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2년 이내에 연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이 부담된다”며 “장비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선 교원이 직접 연구비를 수주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공간 부족 문제에 관해 주재범 부총장은 “공간 부족 문제가 모든 교원이 겪고 있는 큰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중앙대가 이공계 교원을 늘려 경쟁력을 확보하려다 보니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교 지원 기간 연장 등을 통해 임시로 교원들을 돕고 있다”며 “근본적으론 건물을 지어 충분한 연구 공간을 확보해야 하지만 여건상 쉽지 않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박태정 교수는 “학내에 일부 공간이 비어도 활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한 공간을 교원에게 임대해 이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임대료를 내면 대학에도 수입이 되고 교원은 공간을 추가로 쓸 수 있으니 합리적”이라고 제언했다.

  투명한 연구비 운영 요구돼 
  교원의 연구 기반을 닦기 위해 산학협력단(산단)의 학교회계전출금(전출금)이 투명하게 사용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출금이란 산단에서 교비회계로 대가성 없이 지원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교원이 지원받은 외부연구비는 산단이 관리하게 되는데, 이 중 산단이 징수한 간접비 등에서 전출금이 배정된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개발비 사용 기준」의 국가연구개발사업 간접비 전출금 지출내역서는 해당 전출금을 인력지원비와 연구지원비, 성과활용지원비 등 연구 지원 활동에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대의 전출금 사용 내역은 학내 구성원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2021 학교회계 재무제표 및 부속명세서’ 운영계산서를 보면 운영수익에서 산학협력단전입금 계정으로 약 82억 1839만원이 전입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운영비용 항목에서는 이가 별도의 계정으로 구분돼있지 않아 구체적으로 전출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 

  대학평의원회(대평)에서는 2월 18일 제53호 공문을 통해 산단에 학교법인으로 전출된 금액 전반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하지만 산단은 산단의 회계가 대평의 자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예산규모 및 전출금액과 각 항목별 지출액 합계를 제외한 구체적인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현재 산단 내부의 운영위원회를 제외하곤 학내에 산단을 감사하거나 심의할 권한을 가진 기구는 없는 상태다. 당시 대평 의장이었던 이광호 교수(생명과학과)는 “전출금은 연구를 위한 인프라 조성 등을 위해 재투자돼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지출금의 용처를 세세하게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출금에는 교원들이 수주한 연구비도 포함돼 있는 만큼 교원들이 그 돈의 용처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수사회의 이러한 우려에 대해 산단은 “「사립학교법」과 「산학협력단 회계처리규칙」에 의거해 외부 전문가로부터 매년 감사를 받고 있다”며 “산단 결산심의기구인 운영위원회에서도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접비는 인력지원비와 연구지원비, 성과활용지원비, 기타지원비 등의 항목으로 지출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교비회계로 전출된 금액의 구체적인 사용내역에 관해선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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