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tvN에서 드라마 <작은 아씨들>이 처음 방영됐습니다. 화제가 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작은 아씨들>은 가난하지만 우애 깊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핵심 줄거리처럼 작중에는 ‘돈’ 이야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드라마에선 주인공을 비롯한 여럿의 주요 인물들이 부모 혹은 이전 세대의 재산 수준에 의해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강조되는데요. <작은 아씨들>에서 직접적으로 해당 단어가 언급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드라마를 시청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단어. 바로 ‘흙수저’입니다. 흙수저. 다들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 수저’ 얘기를 해볼 텐데요. 부모의 재산 수준을 수저로 표현하는 게 썩 내키지는 않지만, 이제는 국어사전에도 등록될 만큼 잘 알려진 용어입니다. 금수저는 부유하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가정에서 태어나 경제적 여유 등의 좋은 환경을 누리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와 반대로 흙수저는 경제적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가 사회의 계급을 결정한다는 ‘수저계급론’의 일부인데요. 현재는 해당 단어가 세태를 비판하는 자조적 표현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편견을 조장하는 자의적인 단어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과거 인터넷상에서 금수저 빙고, 흙수저 빙고와 같은 사진들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흙수저 빙고에는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중고나라 거래를 해본 적이 있다’ 등의 문장이 존재했는데요. 지난 5월, SBS 예능 프로그램 ‘검은 양 게임’이 ‘흙수저 빙고’를 진행해 저소득층을 비하한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의 ‘흙수저 빙고’에는 ‘왕따 경험이 있다’, ‘이기적이다’, ‘눈치를 많이 본다’ 등의 항목도 있었는데요.

  ‘흙수저’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이러한 이미지로 우리 사회에 자리 잡게 된 걸까요. 최근 기사를 읽다 ‘상경 흙수저’라는 단어를 발견했습니다. 상경하고 지출을 아끼기 위해 무지출 챌린지를 하는 MZ세대를 말하는 기사였죠.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행동하는 이들을 타인이 ‘흙수저’라 규정하는 것도, ‘가난’ 자체에 조건을 걸어 특징짓고 가난한 이를 부르는 명칭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해당 용어가 흔해지며 누군가를 특정 단어로 프레임 씌우는 것도 지나친 무신경함이 만들어낸 그릇된 언행이 아닐까요? 

  흙수저 빙고 속 말도 안 되는 항목들은 경제적으로 풍족지 않은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자조적 표현에서 자의적이고 편견을 조장하는 단어가 된 듯한 ‘흙수저’ 이야기. 최근 사회에선 어떤 의미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인 듯합니다.

안소연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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