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05호의 비판적인 사람들(critical+er=criticer)이 말하는 중요한(critical) 이야기! 이공오의 크리티컬은 사회 곳곳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채로운 시선으로 주목합니다. 이번 이공오의 크리티컬이 주목한 이야기는 바로 ‘동북공정’입니다. 중국이 한국의 문화를 자신들의 전통문화라 주장한다는 이야기.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그들은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지, 이에 맞서 우리가 보여야 할 적절한 태도는 무엇일지 차근차근 이공오와 함께 알아봅시다. 안소연 기자 know_sy@cauon.net

한복을 입은 공연자가 중국의 오성홍기 입장식에 등장한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 깻잎에 삼겹살 쌈을 싸 먹는 중국의 사극 웹드라마, 윤동주 시인의 국적을 중국이라 표기한 포털 사이트. 중국이 한국 역사 및 문화를 자국의 것처럼 나타낸 사례는 끊임없이 존재해왔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문화 분야 전반에서 중국의 동북공정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중국은 왜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일까요?

  도대체 동북공정이 뭔데?
  이를 알기 위해선 먼저 동북공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김은국 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은 동북공정이 시작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중국 영토 내 여러 소수민족의 전통과 문화를 중국에서 수합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동북공정입니다.” 조법종 교수(우석대 역사교육과)는 해당 단어의 뜻을 풀이했죠. “동북공정의 ‘동북’은 동북아시아의 동북이 아니라 중국 동북쪽에 있는 지역이라는 뜻입니다. ‘공정’은 프로젝트(project)를 번역한 것이고요.” 이어 동북공정 시행 이유도 언급했습니다. “거대한 중국에 약 56개의 민족이 섞여 살다 보니 갈등이 없을 수 없습니다. 또 전쟁을 통해 강제 병합된 민족들이 많아요. 그래서 중국은 각 민족의 분리·독립을 막고자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라는 공동체론을 강조하죠.”

  윤휘탁 교수(한경대 브라이트칼리지 역사학전공)도 중국의 ‘통일적 다민족국가론’(현재는 물론 과거 중국 영토에 존재했던 모든 민족은 중국인이라는 논리)을 언급하며 동북공정이 출범한 계기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동북공정은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동북지역에 적용해 그곳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의 정체성 혼란을 막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사업을 추진했고 그것이 바로 2002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동북공정입니다.” 중국은 해당 사업을 통해 동북지역, 특히 고구려·발해 등을 자국의 역사라 주장합니다. 결국 동북공정에 따르면 한복·김치 등 한국 전통문화도 중국 역사인 셈이죠.

  무시가 답일 수는 없나요
  최근 중국은 올림픽과 같은 공개 석상뿐 아니라 드라마나 게임 등 문화 콘텐츠에서도 한국문화를 중국문화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대한 국학원 교육실장은 문화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이제 중국은 역사 왜곡을 넘어서 소위 ‘문화공정’으로, 문화를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문화·예술 분야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물론 역사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문화입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에는 무시가 답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주장이 그 어디에서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말이죠. 동북공정 논란이 있었던 <진수기>는 OTT 플랫폼 디즈니+에서 방영한 중국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디즈니+는 <진수기> 스트리밍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 독점 방영했는데요. 또 애플이 백두산 천지 전체를 중국 영토로 표기하며 중국 창바이샹 천지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디즈니+ 및 애플이 전 세계적인 기업이라는 사실이죠. 김은국 명예연구위원은 타국이 앞선 사례 속 콘텐츠를 접했을 때 보일 태도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현재 중국의 문화 콘텐츠 내 동북공정 문제는 완전한 정치 문제라 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타국은 자국의 이슈도 아닌 사안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윤휘탁 교수는 중국이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언급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동북공정의 파급력에 대해 시사했습니다. “오늘날 세계 2대 강국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목소리는 국제사회에서 상당히 강하게 작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논리도 국제사회에 먹히기 쉽고요.” 

  우리는 두 나라의 역사를 잘 모르는 타국에서 중국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문제를 마치 남의 일인 것 마냥 무시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더 큰 반감을 표할 필요가 있는 거죠. 

  우리 역사 우리가 지켜야  
작년, 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가 윤동주 시인의 국적을 중국이라고 표기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당시 이를 뒷받침할 공적 서류가 없다는 한계점이 존재했습니다. 이에 국가보훈처는 윤동주 시인을 포함해 직계 후손이 없는 독립유공자 약 156명에게 호적을 부여해 논란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지를 보였죠. 그런데도 바이두에는 여전히 윤동주 시인의 국적이 중국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이제는 국내에서의 노력이 국제사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더욱 힘써야 할 때인데요. 

  우대한 교육실장은 정부의 소극적 자세를 지적했습니다. “우리는 중국에 공식적인 성명 등으로 항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동북공정에 관해 적극적인 항의를 한 적이 없어요. 유감 표명 정도만 하지.” 김은국 명예연구위원은 체계화된 대응체제가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반응을 보이다 보니 ‘대응에 의한 대응’을 하게 됩니다. 이는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없죠.” 윤휘탁 교수는 장기적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언급했습니다. “한국은 5년 단임제다 보니 정책이 일관성 있게 장기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기존에 추구했던 정책이 중간에 중단되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우리는 역사나 영토 문제에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굉장히 강합니다.” 

  그렇다면 개인적 차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윤휘탁 교수는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어버리는 사람들의 경향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우대한 교육실장은 지속적 관심의 필요성을 언급했죠. “해당 문제에 관한 국민들의 관심이 굉장히 많이 떨어져 있어요. 국민이 단체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서명 운동 등에 호응해줘야 큰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신지원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연구원은 개인이 할 수 있는 활동을 제시했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백두산을 올바르게 알리고, 독립운동가를 소개하는 활동이 있어요. 또 전 세계 웹사이트, 교과서, 사전, 영상 등에 잘못 알려진 내용은 없는지 찾아본 뒤 오류가 있다면 담당자에게 직접 시정 요청 메일을 보낼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합니다.”

  소 잃기 전 외양간 고치기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항의하기. 너무나 당연한 말 같은데, 정말로 뭐가 달라지기는 할까요? 실제 반크는 애플이 백두산 천지 전체를 중국 영토로 표시한 오류를 발견하고 글로벌 시정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그 결과 애플 측은 반크의 의견을 수용했고 현재 백두산 천지는 애플 제품에 탑재된 지도에서 북한과 중국 땅으로 나뉘어 표시돼 있습니다.

  이처럼 문제에 관심을 쏟고 사실을 바로잡고자 한 노력이 세계적 영향을 미친 성과 또한 존재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는 바람직한 자세가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하는데요. 조법종 교수는 동북공정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언급했습니다. “중국을 맹비난하자는 게 아니에요. 현재 중국은 한국의 주력 수출 국가이며 이에 우리가 큰 이득을 얻는 것도 사실입니다. 같이 살아야 할 이웃인 것도 사실이에요. 극단적인 애국주의에 빠지자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은 이들과 어떻게 함께 잘 살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서로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옷, 우리의 음식, 우리의 역사. 소 잃고 외양간 고칠 때, 먼 이웃들은 우리가 도둑맞은 소에 관심이 없죠.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주인이 애써야 합니다. 가만히 넋 놓고 있다가는 나의 것을 쉽게 빼앗길 수 있는 세상인데요. 이런 세상 속에서도 바람직한 방법을 찾아 우리의 것을 지켜야만 하죠. 이제는 검색창을 키고 올바른 관심을 기울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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