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안경에 체크 셔츠를 입고 줄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아싸 최우선’을 본 적 있는가. ‘아싸 최우선’은 최우선 동문(경제학과 07학번)이 연기하는 다양한 코미디 캐릭터 중 하나다. 조명 한줄기가 비추는 작은 극장의 무대에서, 전국으로 방영되는 브라운관 속에서, 이제는 손바닥 위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까지, 경제학도였던 그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웃음 주고 있다. 한계를 정하지 않고 더 넓은 곳을 향해가고 있는 코미디언 최우선 동문을 만나봤다.배효열 기자 hyo10@cauon.net 

 “세상에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코미디언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만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310관(100주년기념관) 참슬기식당에서 조금 어리숙한 모습으로 혼자 밥을 먹는 학생을 본 적 있는가. 어쩌면 그는 ‘아싸 최우선’을 연기하고 있는 한 코미디언일지 모른다. 코미디언 최우선 동문은 ‘아싸’ (아웃사이더) 캐릭터로 많은 이들에게 재미를 주고 있다. 그는 코미디언으로서 우스꽝스러운 모습보단 담담하고 진중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경제학과를 졸업했는데. 
   “성적에 맞춰서 가게 된 거예요. 고등학생 시절에 따로 지망하던 학과도 없었거든요. 대학 수업 중에서는 <경제 수학>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고등학생일 땐 문과는 미적분을 배우지 않았어요. 경제학과에 와 보니 <경제 수학>이라는 수업에서 미적분 같은 걸 배우더라고요. 그게 힘들고 어려워 그때부터 대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싸 캐릭터로 활동 중이다. 실제로는 어떤 학생이었는지. 
   “재학 당시 경제학과는 150명이 넘는 큰 학과였어요. 학과 분위기가 동기들이 두루두루 친한 것보단 친한 친구들끼리만 뭉쳐 지내는 편이었죠. 주로 학생회를 하는 친구들끼리 많이 어울리더라고요. 저는 조용한 편이어서 몇몇 남자 친구들하고만 친하게 지냈죠. 이대로만 대학 생활을 하기에는 너무 조용히 끝날 것 같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 동아리에 가입했어요. 마당놀이 동아리에서 저에게 함께 하자고 했죠.” 

 -동아리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하다. 
   “마당놀이 동아리에서 제작부터 공연까지 직접 하기도 했습니다. 옛날엔 캠퍼스 내에 빨간 벽돌로 된 건물이 있었어요. 그 건물에 있는 노천극장에서 공연을 자주 했었죠. 그렇게 공연했던 경험이 지금 코미디언이 될 수 있는 초석이 됐던 것 같아요. 이때 마당놀이를 배우려고 타지역에 가서 무형 문화재 선생님에게 전수받은 기억도 떠오르네요.(웃음)” 

  -언제부터 코미디언을 꿈꿨나. 
   “군대를 전역할 때쯤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누구나 전역할 때면 뭐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거창하게 많은 사람을 웃기고 싶은 마음보다는 그냥 그때 하고 싶었던 게 코미디였죠. 한 번뿐인 인생인데 주변 사람과 비슷한 직업을 가지며 끝나기에는 아쉽다고 생각했었어요.” 

  -코미디언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일단 부모님께 선언했어요. 앞뒤 생각 안 하고 그냥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고 질렀죠.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손익을 따져보면 아무 시작도 안 되기 마련이에요. 부모님은 당연히 반대했지만, 일산에 있는 희극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이때 ‘피식대학’이라든지 ‘엔조이 커플’ 등 동료 코미디언과의 인연이 시작됐죠. 하지만 학원에서는 공연을 많이 할 수 없어서 아쉬웠어요. 2년 정도 학원에 다니다 관객 앞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소극장에 찾아갔어요.” 

  -어떤 소극장인가. 
   “당시에 소극장이 많았는데 마침 윤형빈 소극장에서 코미디언 지망생들을 구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학원에 함께 다니던 동료 몇 명과 함께 윤형빈 소극장으로 옮겼습니다. 막상 소극장에 가보니 하루하루가 힘들더라고요. 돈도 없고 몸도 힘들고. 그래도 서로 힘든 사람들끼리 있으니까 저만 힘든 게 아니라고 느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가 가장 즐겁고 청춘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윤형빈 소극장에서 만난 인연들과 함께 유튜브에서 협업하기도 해요.” 

소극장에서 공연하던 시절 최우선 동문이 무대에서 연기하고 있다.
소극장에서 공연하던 시절 최우선 동문이 무대에서 연기하고 있다.


  -<코미디빅리그>에서도 활약했다. 
   “윤형빈 소극장에서 공연하던 시절 되게 자신 있던 공연이 하나 있었어요. 자신은 있는데 막상 공연을 올리면 관객들의 반응이 그렇게 좋지가 않았죠. 어느 날은 공연을 하는데 이상하게 관객들 반응이 잘 터지는 거예요. 마침 그날 <코미디빅리그> 제작진이 관객석에 있었더라고요. 제작진 눈에 들어 <코미디빅리그> 사무실에서 미팅을 가졌습니다. 저 말고도 네다섯 팀과 함께 미팅을 가졌죠. 녹화에 들어가기 전까지 공연을 선보이며 다듬으라고 했는데 공연을 할 때도 다른 팀 반응보다 반응이 좋지 못했어요. 그런데 막상 제작진에게 검사를 맡을 때는 제 공연만 반응이 좋아서 그 코너로 데뷔하게 됐습니다. 그게 ‘잠입 수사’라는 코너입니다.” 

최우선 동문이 코미디빅리그 동료 출연진과 찍은 단체 사진이다.
최우선 동문이 코미디빅리그 동료 출연진과 찍은 단체 사진이다.

 

  -방송 활동 중 힘이 됐던 동료가 있다고. 
   “황제성 선배님이 저한테 힘을 많이 주셨어요. 선배님께서 처음부터 제게 잘하는 것 같다며 응원을 많이 해주셨죠. 황제성 선배님이 평소에는 생각보다 그렇게 밝은 편이 아니시거든요. 되게 진중하신 분인데 그래도 저에게는 기분 좋게 칭찬만 해 주셨던 분이세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코미디언이기도 합니다.” 

  -낯을 많이 가린다고 들었다. 무대 위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어느 정도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낯을 많이 가린다고 저만 어려움을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는 낯을 가리든 안 가리든 똑같이 긴장하거든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닌 연출된 모습을 공연하는 것이니 실제로 무대에서 웃기는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죠.” 


  -지금은 유튜버로도 활동 중이다. 
   “원래 양배차 선배, 명근이 형과 함께 셋이서 유튜브를 했었어요. 그런데 유튜브 촬영이 피곤하기도 하고 연기하는 게 힘들어서 쉬고 있었죠. 언젠가 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친한 김해준 형이 유튜브로 빵 떴잖아요. 그래서 저도 유튜브로 뭐라도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습니다. 마침 그때 유튜브에서 ‘부캐’(부캐릭터) 열풍이 불었어요. 어떤 부캐를 만들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부캐들 중에는 다 센 느낌의 부캐만 있지 약한 느낌의 부캐는 없더라고요. <코미디빅리그> 코너에서 방송에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제가 애정이 하던 캐릭터를 살리고 싶었어요. 그게 바로 지금의 ‘아싸 최우선’입니다. 그렇게 유튜브를 시작했죠.” 

유튜버 '아싸 최우선'이 참슬기식당에서 홀로 밥을 먹고 있다.
유튜버 '아싸 최우선'이 참슬기식당에서 홀로 밥을 먹고 있다.

 

  -아싸 키워드를 내세워 활동하는 중인데. 
   “제가 실제로 아싸 같은 성격을 좀 갖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콘텐츠를 다 아싸라는 틀에 집어넣어서 만들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저를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캐릭터죠. 요즘은 저를 두고 자꾸 기만하는 아싸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여자랑 얘기를 해도 기만, 커피를 마셔도 기만……. 나중에는 밖에 나가도 기만, 차에 타도 기만……. 반대로 제가 ‘인싸’(인사이더)라고 하면 “네가 무슨 인싸냐” 이러니까 뭘 어쩌라는 건가 싶기도 하죠. 사람마다 인싸 기질도 있으면서 아싸 기질도 어느 정도 있는 거잖아요. 모두가 그 사이에 있는 것이지 굳이 인싸와 아싸를 나눌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아싸 최우선’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요즘 MBTI(성격유형검사)가 유행이잖아요. 그런데 주변에는 내향형 개그맨이 많지 않고 거의 외향형이더라고요. 저처럼 내향적인 사람도 코미디언 일을 하는 것을 보며 조용한 탓에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걸 위로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나. 
   “인생을 넓게 보고 세운 활동 계획은 없어요. 요즘 미래라는 건 없다고 느끼는 중입니다. 지금의 연속이죠. 인생은 지금뿐이고 과거란 것은 지금의 예전 파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계획이라기보다는 지금 앞에 놓인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해요. 그래도 굳이 목표를 정하자면 이 코미디언 바닥에 계속 있는 것. 이 바닥에서 나의 마음가짐이나 자세를 굽히지 않고 떳떳하게 있고 싶다는 정도의 목표가 있어요.” 

  -꿈을 찾으려 방황하는 중앙대 후배들에게 한마디
   “20대 나이에는 각자 그들의 생각이 있을 텐데…….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떻게든 된다’는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조급해할 필요도 없죠. 제가 이런 얘기를 해봤자 후배들에게 와닿을 것 같진 않지만 인생을 길게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네요. 다시 못 돌아올 20대기에 후회 없이 막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막살아라.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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